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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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라는 오래된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 작품 속의 거미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고 그 활약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나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이나 곤충 중에서 거미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영적인 의미에서는 몹시 부정적인 모습이다. 성경에서 거미는 두 번 등장한다.

“하느님을 잊은 모든 자의 길이 이러하고 불경스러운 자의 소망은 무너져 버린다네. 그의 자신감은 꺾이고 그의 신뢰는 거미집이라네. 제집에 의지하지만 서 있지 못하고 그것을 붙들지만 지탱하지 못한다네.”(욥 8,13-15) 이처럼 욥기에 등장하는 거미는 손쉽게 날아갈 수 있고 치워질 수 있는 부질없는 것에 믿음을 두는 허망한 짓이다.

“정의로써 소송을 제기하는 이가 없고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헛된 것을 믿고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는 자들뿐이다. 그들은 독사의 알을 까고 거미줄을 친다. 그 알을 먹는 자는 죽고 알이 깨지면 독사가 나온다. 그들이 쳐 놓은 줄은 옷이 되지 못하고 그들이 만든 것으로는 제 몸을 덮지 못한다. 그들의 행실들은 악한 행실일 뿐이고 그들의 손바닥에는 폭행만이 들어 있다.”(이사 59,4-6) 이사야서에서 보이는 거미 역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 결코 성공할 리 없는 자신의 행위를 엮어내는 거푸집이며 악의 올가미이다.

12세기의 The Aberdeen Bestiary, 24쪽

이처럼 거미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영적인 상징성을 띤다. 이는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도 그 맥락을 이어간다. 중세 시대의 수도사들도 거미를 악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거미는 영적인 의미에서 악마와 악마의 속임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들, 탐욕과 착취라는 뜻인데, 예를 들어 그리스도교적으로 해석한 동물 상징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12세기의 <The Aberdeen Bestiary>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쳐서 먹이를 가두는 모습은 죄, 악마, 또는 유혹의 상징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쳐 놓고 인내롭게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악마의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중세 그리스도교의 신비주의자이자 수도원장이었던 빙겐의 성녀 힐데가르드St. Hildegard of Bingen(1098~1179년)의 저서 <피지카(Physica)>에서도 거미는 부패와 속임수의 생물이다. 거미가 거미줄로 순진한 곤충을 포획하는 것처럼 죄의 속임수와 올가미가 영혼을 사로잡는다고 본 것이다. 다른 중세 시대의 문헌들이나 설교집에서도 거미는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빨아 먹고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죄를 묘사하는 데에 사용된다. 7세기의 세비야의 이시도로Isidore of Seville가 쓴 <The Etymologiae>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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