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

Jeanne d’Arc by Albert Lynch(프랑스문화박물관)

‘마녀사냥’이라는 말로 곧잘 회자하기도 하는 성녀 잔 다르크(Jeanne d’Arc, 1412~1430년)는 파리에서 130여 km 떨어진 곳의 오를레앙 지방 작은 마을 동레미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가톨릭 성녀로서 성덕의 모델이자 여성 영웅의 대표로 알려진다. 성녀는 당시 잉글랜드 왕국과의 ‘백년전쟁(1337~1453년)’을 오를레앙이라는 곳에서 끝내고(그래서 그녀를 ‘오를레앙의 성녀’로 부르기도 한다) 잉글랜드 군을 유럽 대륙에서 축출하였던 프랑스의 구국 영웅이다. 일자무식의 17세 평범한 시골 소녀가 13세에 받았던 하느님의 소명을 전하면서 프랑스 왕실에 나타나 일약 프랑스 왕국의 총사령관이 된다. 당시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었던 전쟁을 단 10일 만에 승리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영국 최고의 명장 존 탈보트(John Talbot, 1387~1453년)를 포로로 잡는 대승까지 거둔다. 그러나 이어지던 콩피에르 전투에서 그녀는 잉글랜드 군에 사로잡혀 조국 프랑스로부터 구명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반까지 당하고, 자신만이 홀로 자신을 변호하면서 마녀이자 역적으로 몰려 1년여 모진 수감 생활 끝에 70여 개의 죄목을 뒤집어쓰고 19세의 나이로 5월 30일에 산 채로 화형을 당한다. 그로부터 25년 뒤에 교회가 교황 갈리스도 3세를 중심으로 그녀를 무죄로 판결하였으나, 그녀의 죽음에 관하여 수백 년 동안 침묵했던 가톨릭교회는 1909년에야 그녀를 복자품에 올렸고, 마침내 1920년 성인품에 올려 완전히 복권하였다. 축일은 5월 13일이다. 투르의 성 마르티노, 성왕 루이,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그녀는 프랑스의 공동 수호성인이다.

우리나라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성녀 요안나 아르크’라고 부르는 그녀의 이름을 영어식 표기로 하면 ‘Joan of Arc’이고, 많은 가톨릭 여성들의 세례명인 ‘요안나’가 성경을 근거로 알려진 요안나와는 달리 잔 다르크 성녀의 이름에서 오기도 하는데, 직접 ‘잔 다크’ 혹은 ‘잔 다르크’를 세례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오를레앙에서는 성녀를 기념하여 몇백 년째 4월 말에서 5월 초에 잔 다르크 축제를 열기도 한다. ‘가톨릭교회교리서(CCC)’에 그녀의 이름과 함께 그녀의 영웅적 덕행을 거론하는 조항들이 있다.(*교리서 발췌문 인용 출처-CBCK)

Joan of Arc (1873), Henri Pierre Hippolyte Dub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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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하느님의 위대함과 위엄을 깨달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깨달을 수 없이 위대하십니다”(욥 36,26).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을 “제일 먼저 섬겨야”(성녀 잔 다르크, 판결문: Procès de condamnation, P. Tisset-Y. Lanhers 편, 1권, 파리, 1960, 280, 288면) 한다.

435. 예수라는 이름은 그리스도인 기도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전례의 모든 기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라는 말로 끝맺는다. 성모송은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는 말에서 절정에 이른다. ‘예수님 기도’라고 불리는 동방의 마음의 기도는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한다. 잔 다르크 성녀가 그랬듯이 많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오직 ‘예수’라는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둔다.(「쟌느 라 퓌셀의 복권. 1450년 샤를 7세가 지시한 심문과 귀욤 부이예의 유언 추가서」, P. Doncoeur-Y. Lanhers 편, 파리, 1956, 39, 45, 56면 참조)

795.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교회는 ‘온전한 그리스도’(Christus totus)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하나이다. 성인들은 이러한 일치를 매우 생생하게 의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단순히 그리스도인이 된 것뿐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을 기뻐하고 감사드립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머리로 보내 주신 이 은혜를 이해하십니까? 놀라고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 사실 그분은 우리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지체이기 때문에 그분과 우리는 온전히 한 인간입니다. …… 그러므로 머리와 지체들이 바로 그리스도의 충만함입니다. 머리와 지체들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말합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요한 복음 강해」, 21, 8: CCL 36, 216-217, PL 35, 1568)

“우리 구세주께서는 당신이 취하신 교회와 하나의 인격체임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성 대 그레고리오, 「욥기 교훈」, 서문, 6, 14: CCL 143, 19, PL 75, 525)

“머리와 지체들은 말하자면 신비스러운 하나의 인격체이다.”(성 토마스 데 아퀴노, 「신학 대전」, 3, q. 48, a. 2, ad 1: Ed. Leon. 11, 464)

잔 다르크 성녀가 재판관들에게 한 말은 거룩한 교회 학자들의 믿음을 요약하고 신앙인의 상식을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성녀 잔 다르크, 「판결문」: Procès de condamnation, P. Tisset 편, 파리, 1960, 166면, Textus gallicus)

2005. 은총은 초자연적인 것이므로 우리의 감각 기관에 감지되지 않으며, 신앙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감정이나 업적을 근거로 해서 우리가 의롭게 되고 구원받았다고 추론할 수 없다.(트리엔트 공의회, 제6회기, 의화에 관한 교령, 제9장: DS 1533-1534 참조) 그러나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마태 7,20)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우리 삶과 성인들의 삶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은혜를 생각할 때, 은총이 우리 안에 활동하고 있다는 보장도 받고, 우리가 갈수록 더 커져 가는 신앙과 신뢰하는 청빈의 태도를 지니도록 자극도 받는다.

“이러한 마음가짐의 가장 아름다운 예는, 교회의 재판관들이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질문에 대해 잔 다르크 성녀가 한 답변에서 볼 수 있다. “잔 다르크 성녀는 자신이 하느님의 은총 중에 있음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만일 제가 은총 중에 있지 않다면 하느님께서 저를 은총의 상태에 두시기를 바라며, 만일 제가 은총 중에 있다면 저를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성녀 잔 다르크, 「판결문」: Procès de condamnation, P. Tisset 편, 파리, 1960,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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