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은 전류의 흐름과 같아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들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들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원자의 핵, 즉 중심을 이루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양성자와 전자는 각각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데, 전하의 부호가 다른 물질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즉 양성자와 전자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중성자는 중성이다.

때때로 전자는 한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이동하기도 한다. 전기로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전자의 이동이다. 구리와 같은 일부 물질은 전자를 느슨하게 잡고 있어서 전기가 잘 통하며 이를 전도체라고 한다. 전자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질을 절연체라고 한다.

전기는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배터리와 같은 전기 공급원은 보호를 위해 절연체로 덮여 있는 전선으로 전구와 같은 장치에 연결된다. 배터리 안에 있는 물질이 서로 반응하여 전류를 생성하고, 이 전류는 배터리의 음극으로부터 전선을 통해 전구로 흘러가며 배터리의 양극에서 나오는 다른 전선과 만나면서 불을 밝힌다. 이렇게 끊김이 없는 연결을 완전 회로라고 하며 이 회로는 중간에 설치한 스위치를 켤 때 비로소 설치된다. 스위치를 끄면 회로가 중단되고 전류의 흐름이 멈추며 전구는 꺼진다.

전류를 생성하는 다른 방식은 자석이다. 전기와 자기는 ‘동전의 양면처럼’(Chris Woodford and Steve Parker, Science: A Visual Encyclopedia, New York: DK Publishing, 2014, p. 184) 깊이 연결되어 있다. 자석을 서로 돌리면 전자의 흐름을 만들고 전기 회로의 전도선을 통해 전자를 밀어낼 수 있다. 이것이 대부분 발전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방출하고 모터에 동력을 공급하여 자석을 돌리면서 전류를 생성하는 것이다.

은총은 성령 하느님에게서 우리에게로 건너오는 전자의 흐름과 같다.

지극히 복되신 삼위일체 하느님이 마치 자석과도 같을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생각해본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움직이는 자석들이며 무한하고도 강력한 자력, 곧 전기적 힘을 발생하시는 분이라고 감히 비유해보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생명, 모든 물질, 모든 에너지, 모든 창조의 원천이시다. 그분께서는 마지막까지 고스란히 재생이 가능하신 분이시고 결코 다함이 없으신 존재 자체(ipsum esse)이시다. 그분께서는 순전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셨고, 그분과 연결된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회로 속에서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하신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었을 때 그들은 하느님과 연결된 전자의 흐름, 곧 생명의 연결을 잃었고, 그에 따라 하느님의 지극한 거룩하심은 인간에게 위험하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인간은 안전을 위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야만 했고, 그런 까닭에 구약성경에서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거룩함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하느님의 현존에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참조. 탈출 3,5 레위 21,17 민수 18,22 등)를 여러 번 받는다. 심지어는 하느님의 궤를 잘못 붙들었다가 죽은 우짜라는 사람(참조. 2사무 6,6-7)도 있었다. 우리는 그가 하느님의 거룩함에 ‘감전’되어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죄의 상태에 있는 한, 우리의 안전을 위하여 영적인 절연체로 감싸여 있어야 했지만, 이는 다른 한편에서 주님과의 진정한 통교가 박탈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다시 연결하시고자 전기 기술자처럼 당신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외아드님을 보내셨다.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과 다시 연결되는 첫 단계는 하느님에게서 인간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한 전선처럼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강생, 곧 육화(肉化, Incarnation)였다. 여기에는 지극히 복되신 성모 어머님의 전심전력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성모님은 전기의 흐름에 전혀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와도 같은 분이시다.

다음 단계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하느님의 사랑이 통하지 않는 절연체와도 같이 타락한 인간을 꿰뚫어 참된 힘과 에너지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연결하셨다. 예수님의 희생 덕분에 인간은 다시 한번 하느님께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성전의 지성소를 차단하고 있던 휘장이 찢어지게 되었다.(참조. 루카 23,45)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승천으로 다른 방향으로 회로를 완성하시면서 인간의 본성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심장에 닿게 하셨다. 마침내 오순절 성령강림절에 하느님께서는 스위치를 켜시어 새로 구축된 동력선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당신의 성령을 보내시고 이로써 당신의 은총이 세상에 쉽게 전달되도록 하셨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은총, 능력, 사랑, 에너지, 힘)을 주셨다.”(요한 1,12)

‘은총’은 우리 영혼에 들어온 하느님의 생명에 우리가 붙이는 이름이다. 은총은 성령 하느님의 위격 안에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전자의 흐름과 같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미사 때마다 우리에게 다시 제시된다. 사제의 성령 청원기도(Epiclesis)와 몸짓으로 성령께서 다시 임하시고, 성령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으로 변화하게 하신다. 사제는 그 성체를 예수님의 승천처럼 거양擧揚하고, 마침내 하느님의 생명이 교회의 심장으로부터 수평적으로 배분되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는 은총이 된다. 우리가 서로서로 손을 잡을 때 정전기와 온기가 전달되듯이 하느님의 은총이 사제의 손으로부터 우리 각자에게 전달되고, 우리의 손을 통해 영성체가 이루어지며 사랑과 생명의 힘을 담은 평화의 몸짓이 온 세상 지평선 끝까지 번져 나간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전봇대가 지지하고 있는 전선을 통해 여러 곳으로 분배되기 위해서는 먼저 먼 곳까지 전달되기 위하여 매우 높은 전압으로 흘러나간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압을 조절하는 변압기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강력한 고압 전력이라는 은총은 교회의 성사들을 통해 각 개인과 상황에 맞게 조정된다.

세례를 통해서 우리가 하느님의 신성한 전력망에 접속이 될 때 우리는 그 시스템을 지배하는 법칙들에 의식적으로 협조해야만 한다. 로버트 배런 주교(Robert Barron, 1959년~)는 이러한 삶을 두고 ‘은총의 순환(circle of grace)’이라고 말한다: 「참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선물로 되돌려드리려고 하는 이에게만 그가 ‘받을’ 수 있도록 은총을 주신다. 은총은 받고 베푸는 크기만큼만 ‘소유’할 수 있다. “후하게 나누어 주는데도 더 많이 받는 이가 있고 당연한 것마저 아끼는 데도 궁핍해지는 이가 있다.”(잠언 11,24) 하지 않는가.」 회로의 각 부분은 받은 전기를 계속 흐르도록 전달하면서 ‘순환’하도록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더는 흐르지 못하게 되고 과부하가 걸려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우리는 하느님이라는 신성한 회로에 계속 연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하는 말씀처럼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1892~1983년)이라는 이는 강제 수용소에서 자기와 자기 여동생을 학대했던 간수를 만나 그를 용서하기 위해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할 때 앞서 말한 은총의 법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제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 어깨로부터 팔을 따라 제 손을 통하여 그에게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고, 제 마음속에서는 이 서먹서먹한 상대에 대한 사랑이 터져 나와 주체할 수 없이 솟구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인간이 하는 용서가 우리 자신의 선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주님의 용서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주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을 때 주님께서는 그 계명과 함께 사랑 자체를 주셨습니다.」라고 술회한다.

우리가 전기의 흐름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우리 이웃에게 이를 자유롭게 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다시 그분께로 돌아가는(exitus and reditus) 아름다운 흐름, 신성한 사랑의 순환 회로에 모든 피조물이 일치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번역글: 바네사 로페즈Vanessa Lopez의 글, 글쓴이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멋진 남편과 그녀가 홈 스쿨링을 하는 다섯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있는 풀러 신학대학에서 개신교 신자로서 시작했다가 가톨릭 신자가 되어 성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Word on Fire Institute의 홈 스쿨 부모 양성 교육 부문에서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원문과 이미지 출처-https://www.wordonfire.org/articles/a-parable-from-the-science-textbook-grace-like-electr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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