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혜鞋

‘가죽 혁革’ 옆에 ‘흙 토土’를 두 개씩이나 포개어 만든 ‘홀 규圭’를 놓으면 발에 신는 신발류를 총칭하는 ‘신(발) 혜鞋’가 된다. ‘홀 규圭’는 일정 영토를 다스리는 제후諸侯에게 천자가 내리는 옥으로 만든 일종의 지휘봉이자 상징물이다. 그러나 ‘신 혜鞋’에서 ‘홀 규圭’는 그 뜻과는 상관없는 소릿값이고, ‘가죽 혁革’이 의미부이다. ‘홀 규圭’의 생김새가 위 끝이 뾰족하고 아래가 네모진 형상임을 고려하여 굳이

암 암癌

‘암 암癌’이라는 글자는 사람이 병상에 기대어 드러누운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로서 ‘기댈 녁/역疒’이라고도 하고 ‘병질 엄疒’이라고도 하는 글자와 소릿값인 ‘바위 암嵒’이 더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다. ‘뫼 산山’을 위에 놓거나 아래에 놓아 만들어진 글자 ‘바위 암嵒’은 ‘바위 암嵓’과 뜻과 음이 같은 글자로서 생긴 모양 그대로 산 위나 산 아래에 있는 바윗덩어리들을 묘사했다. 그러고 보면 ‘바위 암岩’은 산 아래에

논리, 오류 및 모순과 광기

이성적 사고에 따라 어떤 내용을 이치에 맞게 이끌어가는 과정이나 원리를 ‘논리’라고 한다. 그러한 논리에 반대되는 말은 오류나 모순이다. 그 오류나 모순을 혼자 즐기면 독선獨善이거나 제멋에 겨운 혼자만의 춤이며, 이를 주변과 사회에 강요할 때는 광기狂氣이며 미친 짓이다.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 BC 384~322년)의 제1원리는 “자체로 모든 사물의 근원”이요 “참된 보편”으로서 이는 어떤 것으로부터 합리적으로 도출되거나 도달할 수는 있지만, 무엇인가에로

죽음을 알리는 방식

「엄마 오늘 저녁에 하늘나라 가셨어요~ 감사해요, 신부님. 얼굴이 정말 행복하셔서 마음이 편합니다」 출가외인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발병부터 꼬박 1년여 동안 힘드신 엄마를 수발해야만 했던 수녀님으로부터의 문자 소식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슬픔을 함께 거행하는 색깔로부터 그 슬픔을 치르는 방식과 절차, 심지어 음식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틀과 범례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알리는

아케디아ἀκηδία

기계는 날로 발전하고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여 이제 스마트를 넘어 무생물인 기계의 진화와 지능 그리고 윤리까지를 거론하는 시대를 산다. 하염없이 편해지는 시대를 사는 것 같아도 기계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과연 노동의 양이 줄었으며 편해졌는가를 물으면 답은 ‘아니다!’이다. 편리한 컴퓨터나 자동화 덕분에 노동 시간이 반으로 줄었으니 그만큼 일찍 집에 돌아가 쉴 수 있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기

홀로 독獨

‘홀로 독獨’이라는 글자는 ‘혼자’나 ‘홀로’라는 뜻을 지닌 글자이다. 이 글자를 순서대로 펼쳐서 큰 개나 사슴을 가리키는 ‘개 견犭’ + ‘눈 목目’ + ‘쌀 포勹’ + ‘벌레 훼/충虫’의 조합이므로 개와 벌레가 서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상관이 없으므로 외롭다는 뜻이라고 풀이한 것을 읽고 피식 웃었던 적이 있다. 떠돌이 개가 목욕을 안 해서 애벌레가 붙어 있다는 식이거나

나그네, 군사 려/여旅

여객旅客, 여행旅行, 여정旅程, 여관旅館, 여권旅券 등에 쓰이는 ‘旅’라는 글자는 ‘나그네 려/여’ 혹은 ‘군사 려/여’라고 한다. 옛날 글자는 ‘𣃨’로서 깃발이 나부끼는 상황에서 깃발 아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이를 ‘나부낄 언㫃’이라는 글자와 ‘좇을 종从’이라는 글자가 합해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때 ‘나부낄 언㫃’을 ‘방향 방方’과 ‘사람 인人’의 결합으로 보아서 사람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깃발 신호라고 보면

11월

11월은 기분이 가라앉고 다소 우울하듯 처지는 달이다. 많이 쓸 수 없는 달이다. 눈에 띄게 낮이 짧아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며 일교차가 커지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바람 따라 이리저리 어지럽다. 수선스러운 산만함 속에 언뜻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겨울의 동면冬眠을 위해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것만 같고 을씨년스러워진다. 엄벙덤벙 하루가 후딱 간다. 곱다 싶었더니 짧기만 한 단풍이 어느새 생기 없는

방 방房

‘방 방房’은 뜻을 나타내는 ‘지게 호戶’, 그리고 소릿값이면서 ‘곁’, 혹은 ‘네모’라는 뜻을 가진 ‘모 방方’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두 짝이 달린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볼 때, 외짝 문(戶)을 달아 집 안의 곁에 벽 같은 것으로 칸을 막아 분리 배치한, 대개는 네모난 작은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방은 제작에 들어가는 물질이나 재료로 구분하든지, 위치나 용도로 구분한다. 그러나 위치와

높을 존, 술 그릇 준尊/물건 품品

손을 뜻하는 ‘촌寸’ 위에 술을 담은 병 모양의 ‘유酉’에 덮개를 씌운 ‘추酋’를 놓아 만들어진 ‘높을 존, 술 그릇 준尊’ 이라는 글자는 술병 혹은 술독(酋)을 두 손(寸)에 공손히 받들고 바친다는 데서 존경의 뜻을 나타내어 「높이다」를 뜻한다. 이 글자는 술을 신에게 바치다→삼가 섬기다→존경을 높이 드린다는 것을 나타낸다. 품위品位나 품격品格이라고 할 때의 ‘품品’은 ‘입 구口’ 세 개가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