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joy, allegria

기쁨이나 명랑함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교회의 역사 안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성인들은 필립보 네리(St. Filippo Neri, 1515~1595년), 토마스 모어(St. Thomas More, 1478~1535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St. Francesco d’Assisi, 1181~1226년), 그리고 돈 보스코(St. John Bosco, 1815~1888년)이다. 필립보 네리의 별명은 ‘기쁨의 성인’이다. 성인은 “양심의 가책이나 우울함은 내 집에서 나가십시오.(Scruples and melancholy: get out of my house.)”라고 말하곤 했다. 성인은

카를로 아쿠티스(10월 12일)

1. 세상에 들어온 카를로 카를로 아쿠티스가 태어나던 1991년 5월 3일, 병원의 산부인과 담당 의사는 “참 사랑스럽고 예쁜 아드님의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하면서 어머니 안토니아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빠인 안드레아는 곁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감사합니다. 애쓰셨습니다. 정말 특별한 아이입니다.” 하고 거들며 감사를 전했다. 여느 아기가 다 그러하겠지만, 아주 작고 귀여운, 평화롭게 아름다운 아기가

정재원(정약용 선생의 부친)을 중심으로 한 가족도와 초대 교회 신앙삼각지

# 마재 – 양근 – 천진암(신앙 삼각지) 마재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정약용의 본가이고, 양근은 이벽의 후학이자 초기 교회의 선조인 권일신의 거주지이다. 이곳에서는 소위 ‘을사추조 적발사건’으로 신앙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던 김범우, 교리지식을 가장 탁월하게 전했던 이벽 등이 모두 세상을 뜨고, 당시 한국교회를 이끌던 여러 신앙 선조들이 회유와 억압을 받으면서 표면적으로는 교회를 멀리해야 했던 상황, 신앙공동체의 모임인

몽골과 교황의 만남

2023년 9월 1일부터 교황 프란치스코는 4박 5일의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하였다. 이는 2천 년 가톨릭교회의 역사에서 교회의 수장으로서는 역사적인 첫 방문이었다. 신자 수 1천 5백이 채 안 되며 몽골 현지인으로서는 2명의 사제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황의 방문은 그 의미가 사뭇 깊다.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앞서 8백 년쯤 전 유럽 대륙은 전혀 알지 못하던 동양의 몽골인들을 엉뚱한

그렇게 살다 보면……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든 문제에 관하여 그 문제를 열쇠로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들처럼 문제 자체로 인내롭게 사랑해보도록 기도합니다. 주어지지도 않을 해답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아직 살아보지 않은 문제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문제들을 지금 살아내십시오.……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는 순간에 그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 교황 강론(1984년)

“순교자의 영웅적 증거 열매 맺어” “그리스도는 영광에 들기 위하여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지 않았느냐?”(루가 24,2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들은 이 귀절은 예수께서 제자 중 두 사람하고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길을 가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못 알아 뵙고 낯선 사람에게처럼 이 며칠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마태오의 부르심(9월 21일)

공관복음은 하나같이 열두 사도(참조. 마태 10,1-4 마르 3,13-19 루카 6,12-16) 중 하나였던 세리 마태오의 소명을 전한다.(참조. 마태 9,9-13 마르 2,13-17 루카 5,27-32) 마태오의 부르심 장면을 생각하면 곧잘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삼았던 카라바지오의 마태오 관련 3부작(마태오의 소명, 마태오의 영감, 마태오의 순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들은 로마에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나보나 광장 근처)라는 성당에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지오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3~1610년)는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멀지

환대

람페두사라는 섬이 있다. 2023년 9월 17일의 한국일보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입국하는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다. 이달 11~13일 유입된 난민만 약 8,500명으로, 섬 인구(약 6,000명)보다 많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발 난민에게 ‘유럽행 관문’으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 난민이 폭증했다.」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는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즉위하신 뒤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1821~1861년)

탄생과 성장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1821년 3월, 충청남도 청양의 다락골에 있는 새터 교우촌에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과  이성례 마리아 복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박해를 피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부친을 따라다니다가 경기도 부평을 거쳐 안양에 있는 수리산으로 이주하여 살았다. 이 수리산 마을은 그 뒤 신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비밀 신앙 공동체로 변모하였다. 이에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만나 좋아하신다는, 그래서 교황님의 집무실에 복사본이 걸려 있다는 사실로 비교적 최근에 널리 알려지게 된 그림이다. 인간 삶의 여정에서 얽히고 설킨 매듭들과 죄의 매듭들을 풀어주시는 성모님을 공경하기 위한 성화이다. 다양한 메달이나 상본, 9일 기도를 포함한 여러 기도문이 있다. 원래 이 그림은 『하와의 불순종으로 생겨난 인간 죄의 매듭이 성모님의 순명으로 풀렸다.(리옹의 성 이레네오, 반이단론Adversus haerses, 3,22)』와 같은 교부들의 묵상에서 출발한다.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