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작성을 위해서는 『https://vocal.media/humans/nine-greek-words-for-love;레이첼 그리브Rachel Grieve, 사랑의 여섯 가지 형태The Six Styles Of Love, 2021년 2월, theconversation.com』 등을 참조하였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수백 수천 가지로 다양하다. 그렇지만 현재 나의 사랑의 형태를 두고는 어느 한 가지로 정형화 할 수 없다. 여러 사랑의 형태를 이해하고 관찰하면서 내 사랑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사랑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려 들거나 그 한 가지에 쏠리게 되면 내 삶에 문제가 생긴다. 균형을 잡지 않으면 삶의 우선순위가 모호해진다. 사랑은 어쩌면 여러 사랑의 형태들로 이상적인 조합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형태를 얘기할 때 통상 ‘마니아’라는 말을 다소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약간 마니아적으로 미쳐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내가 행복해지려는 것이고 나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맥락 안에서 소위 ‘사랑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의 파트너를 사랑할 수도 있고, 나의 가족을 사랑할 수도 있으며, 나와 가장 친한 친구를 사랑할 수도 있고, 나의 직업을 사랑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나의 자동차를 사랑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아주 다양한 차원에서 복잡다단하게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 상대방의 현존 앞에서 감정적인 흥분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에 대한 일련의 생각(혹은 인식)을 형성하고, 이전에 했던 나의 경험들이 현재 그와의 관계 안에서 일련의 기대치로 변화되는 체험을 한다. 일례로 첫 눈에 반하는 것을 믿는다면 그런 사랑을 경험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사랑은 정서적이고 인지적이며 사회적 방식으로 작용하는 복잡하고도 강한 힘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다양한 어휘로 사랑을 묘사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묘사한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를 따라 분석하면서 캐나다의 사회심리학자인 죤 앨런 리John Alan Lee(1933~2013년)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개념을 빌려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나 사랑의 형태를 분류하고 그 상관 관계를 설파하면서, 1973년 ‘사랑의 컬러 수레바퀴 이론(혹은 모델)The Color Wheel theory of Love’, 일명 ‘배우자 선택 이론’을 발표한다. 그는 어떤 대상과 어울려 상호작용으로 나누는 사랑의 형태를 아가페Agape, 루드스Ludus, 스토르게Storge, 에로스Eros, 마니아Mania, 프라그마Pragma와 같은 6가지 갈래로 설명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면 그 학자의 의견을 따라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며,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은 어떤 유형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그림 출처. Wikipedia)
죤 앨런 리를 따라서 사랑을 6가지 형태로 분류한다고 해서 그림이 보여주듯이 그 여섯 가지가 각각 따로 독립된 것이라고 여기거나 지금 나의 사랑을 그중 어떤 한 가지라고 딱 꼬집어서 규정할 필요는 없다. 여섯 가지 사랑의 형태 중에서 어떤 한 가지에 나의 사랑이 더욱더 들어맞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랑의 형태가 지닌 요소들이 현재 나의 사랑에 함유되어 있을 수도 있다. 더더구나 나의 현재 사랑의 형태는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대와의 상호작용이나 나의 체험에 따라서 변해갈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여섯 가지에 더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랑을 묘사할 때 사용한 다른 세 가지 어휘를 덧붙인다.
1. 에로스, Eros, ἔρως(romantic, passionate love) – 낭만적 사랑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 열정, 욕망의 신으로 알려진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에로스이다. 에로스는 가끔 비이성적으로 위험한 느낌이나 본성으로 드러난다. 에로스는 마음을 빼앗아가고 자기 제어에 실패하게 한다. 자신의 쾌락이나 욕망을 위해 다른 이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이기적인 사랑의 유형이고 영혼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에서 얕은 사랑이다. 상대방을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도 무엇인가가 시작한 부분의 느낌에 멈추어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방황하고 내 주위에 새가 노래하는 것 같으며 모든 것이 황금 빛 약속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에로스의 속임수이다. 상대방이 없이는 내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낀다. 나중에 모두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하지만, 이 목표에는 절대 도달하지 못한다. 에로스의 문제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지닌다는 점이다. 감정의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헌신적이지 못하고 즉각적인 욕망의 충족을 행복이라 여긴다. 몸에 집착하거나 성관계에 머무는 사랑일 경우가 많다. 전형적으로 낭만적이거나 동화와 같은 사랑의 형태이다. 외형적이거나 육체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한 사랑이다. 서로에게 풍기는 소위 매력이 강렬하고 중요하며 즉각적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쫑긋거리는 사랑이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빠르고도 깊은 관계를 갈망하며 이에 빠져드는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랑에 빠져있다는 느낌 자체가 중요하고 서로를 독점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싶으며 다른 누구와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계속 그런 사랑이기를 희망한다.
2. 스토르게, Storge, στοργή(familiar love, devoted love) – 우애적 사랑이나 가족애家族愛로 옮기기도 한다. 누군가를 돕고 보호하는 것에 기반을 둔 사랑이다. 이 사랑은 서로 간의 연대감과 공감으로 드러난다. 가족 간에 느끼는 사랑이나 부모나 자녀 간에 느끼는 사랑,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친구 간에 느끼는 사랑이다. 자연적이며 본성적인 사랑이다. 희생과 용서를 아는 사랑이고 타인에 대한 우정과 존중에 뿌리를 둔 사랑이다. 스토르게 경향은 안정적이며 상호 관계에 헌신적이다. 이러한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는 동반의식이 중요하고, 심리적인 친밀과 신뢰가 중요하다. 이러한 사랑은 우정에서 시작하여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하므로 사랑과 우정이 나란히 가는 경우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랑은 상당히 지속적이고 오랜 관계로 남는다.
3. 루두스, Ludus, Παιχνίδια(playful love) – 유희적 사랑이다. ludus가 원래 라틴말이므로 그리스어로는 ‘게임’이라는 말을 뜻하는 파히니디아라는 말로 옮기기도 한다. 머릿속에 거품이 이는 것처럼 느끼는 사랑이다. 다소 들떠있게 되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즐거우며 누군가와 동반한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랑이다. 장난스러운 상황을 즐기면서 상대방에게 나의 어리석은 면이 노출된다 해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관계이다. 바에서 낯선 이들 사이에서도 함께 춤을 추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댈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을 위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는 느낌이다. 이 스타일의 사랑은 마치 게임처럼 상대방을 이기기라도 하려는 듯이 덤빈다. 이런 사랑의 형태를 보이는 사람은 게임에서 다양하게 이런 역할도 하고 저런 역할도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상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속임수와 조작을 서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랑을 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헌신도가 낮으며 때로 감정적으로 멀리 떨어진다. 이런 사랑의 형태는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상황에 치중하므로 상대방이 어떤 사랑의 스타일인지를 고려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신체적인 특성에 더욱 큰 비중을 두려는 경향이 있고, 성관계에 빠져들려는 스타일이 되기도 한다.
4. 프라그마, Pragma, πράγμα(enduring love, mature love) – 실용적 사랑이다. 상당히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이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에서 보이는 사랑이다. 인내와 성숙, 그리고 관용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며 시간이 가면서 형성되는 사랑이다. 서로 헌신적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라그마적인 사랑은 ‘결정’이다. 실용성이 규칙이요 기준이 되는 사랑이다. 일반적으로 논리성이 향후 계획이나 일치의 기준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랑이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불꽃이 튀듯이 서로에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만남이 서로의 요구나 필요에 적합한 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요구들이 사회적이거나 재정적인 필요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랑의 형태는 상대방이 현재 본인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장차 받아들여 질지, 경제적인 문제는 없을 지를 따진다. 물론 감정적이거나 정서적인 자산을 따질 수도 있다. 한 예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상대방이 침착하게 이를 받아 넘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5. 마니아, Mania, μανία(obsessive love) – 소유적 사랑이다. 질투, 폭력, 상호 의존성으로 나타난다. 에로스와 필리아 사이에서 균형이 깨진 상황이다. 돌아서면 씁쓸함과 외로움이 남는다. 이들은 근본적으로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게 초점을 맞춘 까닭에 벌어진 일들이다. 강박감이 되고 사랑에 전제되는 자기희생이 빠진 상황이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 광란, 히스테리, 혹은 극단적인 행동방식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반응을 동반하며 자존감이 낮다. 강박적인 사랑의 스타일이다. 감정적으로 상대방에게 의존적이고, 관계 안에서 상대방의 확인이나 안심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받아주는가에 따라서 기쁨의 절정을 경험하다가도 슬픔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에 대한 강한 소유욕 때문에 질투가 문제 될 소지가 있다.
6. 아가페, Agape, ἀγάπη(selfless, universal love) – 사랑의 이상적 형태라고 일컬으며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도 하는 이타적 사랑이다. 자신을 고려하지 않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감탄을 바탕으로 한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결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다. 언제나 상대방을 섬기고 보살피고자 준비된 사랑이다. 흔히 인간을 치유하시고 무조건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얘기할 때 이를 아가페적인 사랑이라 한다. 영혼 깊숙이 감동하는 사랑이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상대방의 필요를 살피며 배려하고 상대방을 보살핀다. 대체로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조건 없는 사랑을 보인다. 상대방이 상대방이라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배려와 친절, 그리고 보살핌에 대해서 감사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에 관계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경향을 띤다.
7. 메라키, Meraki, μεράκι(creative endeavors) – 뭔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열중하는 열정 같은 창의적 노력을 말한다. 내가 하는 일에 스며들어 있는 열정, 창의성과 같은 감정이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이며 그 일을 마쳤을 때 뿌듯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하는 일에, 혹은 한 일에 영혼과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내면적인 자아와 연결되어 있고 매일의 일상에서 발휘되는 사랑이다. 내 삶의 철학이라 할 수도 있다. 내 나름대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이므로 초기에 에로스나 프라그마적인 사랑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상태에 도달하므로 아가페적인 사랑이 많이 배어있는 사랑이다.
8. 필라우티아, Philautia, φιλαυτία(self love) – 자기애自己愛다. 얼핏 쓸모없는 것이라고 착각할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면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건강한 사랑의 형태라고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예로서 하루에 몇 잔 씩의 물을 마시는 행위처럼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정성을 쏟는 사랑의 행위이다. 아울러 다른 이가 나를 존중하는 범주와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자기애에 속한다. 자신이 억울하다고 느끼고 피해를 보았다고 표현하는 것 또한 자기애의 발로이다. 이 모든 행위의 양과 정도를 환산하면 정확히 그만큼의 자기애를 발산하고 있다 하겠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철학적 명제는 아직도 자주 되풀이된다. 루도스나 에로스, 혹은 스토르게를 경험하면서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랑은 이타적이어야 한다고 배우지만, 타인과 나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는 법도 배워야만 한다는 점에서 사랑이 이타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부분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타인에게 나 자신을 맡겨놓고 왜 그가 나를 존중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은 억지이다. 이런 면에서 필라우티아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내용이다. 필라우티아는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건강한 길이 된다.
9. 필리아, Philia, φιλία(affectionate love, intimate, authentic friendship, soul connection) – 통상 우정友情, 또는 형제애兄弟愛로 옮기기도 한다. 오랜 시간의 흐름 위에 세워진 사랑이다. 친구나 가족 안에서 끈끈하게 연결된 것을 느끼는 내용이다. 애정과 사랑의 충동을 기초로 한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식어버릴 수도 있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국한된 사랑은 아니다. 서로 시간의 흐름 속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에로스적인 격정이나 천박함과는 다른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상대방과 동등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정신적으로 마음에서 느끼는 우정이며 반대말은 공포증恐怖症을 뜻하는 포비아phobia이다.
사랑에 관한 진실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처음 둘만의 관계가 시작할 무렵 서로 무척 기대하고 흥분하며 가슴 뛰는 경험을 한다.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때 서로는 로맨틱한 사랑의 특성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위 콩깍지가 벗겨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몇 달 내, 혹은 1, 2년 사이에 강렬한 감정들이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열정적인 느낌이나 감정은 서로서로 진정으로 알아가는 관계로 성장하면서 다른 사랑의 형태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동반의 사랑companionate love’이 되어가고, 평생 함께하는 사랑이 되며, 어쩌면 평생을 넘어까지 이어지는 사랑이 된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이 낭만적 사랑에서 동반의 사랑으로 변화해가는 진화가 정상적이며, 진정 건강한 진화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산다. 상호 열렬한 숭배의 감정이나 느낌이 사라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빠진 사랑’(fallen in love)에서 ‘내쳐진 사랑’(fallen out of love)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내 인생에서도 ‘동반의 사랑’이 지닌 친밀과 가까움이 기회를 잡는다면 그 힘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20210708)
딸이 남친에 대해 의논할때, 딸 친구들이 남친얘기들 하며 물을때 참고가 될까 하는데, 더 힘들어 진것 같아요 ㅋㅋㅋ
“엄마, 다시 잘 들어봐요” 만을 피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