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꼰대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반反 꼰대의 미덕 12항)
1. 대화 중에 내가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내심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말로 드러낼 지혜도 늘어나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노년은 경청의 덕인 ‘이순耳順(60세)’이 지난 나이다. 긴 세월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입보다 귀에서 드러난다. (경청은 노년기의 관계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 Kim & Park, Journal of Gerontology, 2018)
2. 의도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외양을 따라 한다: 옷가지의 색깔부터 머리의 모양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을 따라 하려는 것은 문화적, 직업적, 건강·사회적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자칫 한편에서 그들이 부럽다는 내면의 패배로 비칠 수 있다. 노년에는 젊은이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나름의 멋이 있다. ‘따라’하기보다는 ‘답게’하는 것이 아름답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수용이 노인의 심리적 안녕을 높인다: Ryff & Keyes, Psychological Well-Being, 1995)
3. 건강과 외모, 생물학적인 생명 연장에 투자한다: 생물학적 시간을 거스르려는 듯이 무리한 시술이나 과도한 외모 집착은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허덕임이 될 때 안쓰럽고 추하다. 건강한 운동이나 식습관으로 젊음을 유지하려는 것과 생물학적인 시술로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지나친 건강 염려증은 신경쇠약에 이르고, 만들어진 미모는 오래 가지 않는다. (신체 이미지 불안은 노인의 우울과 직결됨: Tiggemann, Body Image and Aging, 2004)
4.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들까 조바심이 난다: 직접 손에 거머쥐고 있는 먹거리와 마실 것으로부터 나만이 알고 있는 은행 잔고가 줄어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가진 것을 잃을까 염려하는 물질적인 의존은 그것이 끝나면 나의 생명도 끝난다는 초조함이며, 소위 ‘내 것’을 내가 다 쓰겠다는 욕심이다. 움켜쥔 아등바등도 아니고, 헤픈 퍼주기도 아닌 나눔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사회적 나눔은 노인의 행복감과 건강을 증진시킴: Brown & Ferris, Social Science & Medicine, 2007)
5. 알아주는 이, 찾아주는 이가 없음에 서글퍼진다: 나는 준비되어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과 주변이 야속하다는 것은 지금이 나의 때가 아니고 그들의 때라는 것을 내가 인정하지 못함이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주로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빛난다. (역할 상실은 노인의 고립을 심화시키며, 새로운 사회적 역할은 정신 건강을 지지함: Carstensen, 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1999)
6. 아직은 내게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주 다독인다: 이미 종점에 다다르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와 우매함이다. ‘아직’이라는 자위 속에 숨겨진 현실 급급은 남은 시간을 꽉 채우려고 안달하는 현상이다. 인위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의 연장’은 ‘마음(영혼)의 연장延長·팽창·확장’(성 아우구스티누스), 곧 깊어짐으로만 가능하다. (죽음 수용과 영적 확장은 노년기의 심리적 평안을 높인다: Wong & Tomer, The Human Quest for Meaning, 2011)
7. 어차피 끝인데 하며 그냥저냥 하루를 보낸다: 덧없음과 부질없음이라는 감정 속에 끝을 보지 않으려는 외면은 도피이고, 오히려 끝에 투항함이다. 도피는 간혹 민폐民弊, 타인에게 짐이 되는 현상이나 엉뚱한 일탈로 비약하며 방종으로 엇나간다. 멀리 있는 것이 더 잘 보이더라도 가까이 있는 일상의 작은 의미와 기쁨의 발견을 위해 반짝이는 눈을 지니도록 기도해야 한다. (일상적 의미 찾기는 노년기 삶의 만족도의 가장 중요한 예측 변수 중 하나: Schnell, Meaning in Life Research, 2009)
8.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불안하며 괜한 트집으로 심술을 부린다: 주로 만만한 사람만을 피곤하고 혹사하게 만드는 고약함은 나를 점점 더 외톨이로 만든다. 나의 심술이 주변의 소외가 되고, 소외가 우울로 갚아 온다. 불안과 불만, 짜증은 연결되어 있다. 나와 다른 이 사이의 구렁은 지금의 내가 파고 있다. (정서 조절 실패는 노인의 사회적 단절과 우울을 심화시킴: Charles & Piazza, Annual Review of Psychology, 2009)
9. 냉소적이다: 이래도 저래도 주변이 거슬리고 못마땅하다. 네가 해 보았던 짓을 나도 해 보았다는 비아냥과 어깃장은 시기와 질투에 근거한다. 냉소는 기쁨의 반대말이다. 자신의 꿈을 꿀 줄 몰라 주변의 꿈을 억지로 시시하게 여기려는 것이다. 주변의 서투름에 대한 냉소를 열정에 대한 조용한 격려와 미소로 바꿔야 한다. (긍정적 정서 표현은 노인의 사회적 유대와 장수를 예측: Pressman & Cohen, PNAS, 2005)
10. 관대함을 과도하게 과시한다: 내가 관대함과 자비의 표상인 양 허세를 부리며, 물질적인 수단으로라도 자신의 능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은 것은 자존감의 약화이다. 나는 그대로 나일 뿐 내가 외부적인 수단으로 덧씌운 천박함이 아니다. 진정한 관대함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번져 나오는 것이다. (이타적 행동은 노인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과시적 행동은 반대로 관계를 약화시킴: Kahana et al., Aging & Society, 2013)
11. 핑계나 변명, 아무것도 아닌 거짓이 버릇된다: 제2 유년기라는 노년에는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거짓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 붙어 튀어나올 때가 많다. 유아기처럼 잠재의식 속에 자기방어 기제가 자주 작동한다. 담백한 솔직과 수긍, 인정이 품격이다. (정직과 자기 수용은 노인의 심리적 회복탄력성과 긍정적 자아 개념과 밀접: Hill & Allemand, Developmental Psychology, 2011)
12. 다른 이가 날 어떻게 보든 상관이 없다: 구질구질한 냄새와 비듬, 음식물 자국은 털털함이나 대범함이 아니라 추루醜陋, 초라함이다. 내가 맡지 못해도 다른 이가 내게서 맡는 냄새는 역하다. 자유분방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은 다르다. 자주 씻고 자주 빨아야 한다. 향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까이 오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구수함이어야 한다. (개인 위생과 단정한 외모는 노년의 사회적 수용성과 존엄감 유지에 필수적: Twigg, Clothing, Age, and the Bod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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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의 언어로 착각할 수 있으나 꼭 그렇지 않은 “꼰대”라는 말이나 개념의 이해를 위해 ChatGPT에게 ‘정의’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를 둘러싼 문화사적 맥락, 사회적 유사 개념과의 비교, 문화비평적 견해,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배경에서 살펴보는 여러 질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를 정리할 수 있었으며, 이를 상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이미지까지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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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를 비추는 문화적 거울
1. 꼰대의 언어학적 전환
“꼰대”라는 단어는 본래 학생들이 선생님을 부르던 은어에서 출발했지만(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윤옥, 2019), 지금은 사회 전반에서 권위주의적 태도를 풍자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언어학적으로 이는 특정 집단을 지칭하던 단어가, 세대와 지위를 초월해 보편적 성향을 규정하는 메타포로 확장된 사례다(김윤경, 2017).
2. 권위주의 문화와 세대 갈등
“꼰대”의 등장은 단순히 개개인의 성격 비판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유교적 위계질서(최광웅, 2000), 군사주의적 문화(박찬승, 2016), 산업화 세대의 상명하복적 사고(김호기, 2005)가 사회를 지배해왔다. 이 속에서 나이와 직급은 곧 권위로 연결되었고, 경험의 축적은 타인에게 강요될 수 있는 힘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정보화·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연륜”이나 “연공서열”을 절대적 권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조은희, 2018). “꼰대”라는 단어는 바로 이 세대 간의 갈등, 즉 산업화 세대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디지털 세대의 자율적 문화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언어적 산물이다(김정미, 2020).
3. 철학적 해석: 권위와 주체성의 충돌
하버마스(J. Habermas,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1981)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빌리자면, 건강한 사회적 관계는 지배가 아닌 합리적 담론을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꼰대”적 태도는 일방적 강요와 권위적 발화에 기초한다. 이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차단하고, 타자의 자율적 주체성을 억압하는 행위다.
한편, 미셸 푸코(M. Foucault, Discipline and Punish, 1975)의 권력 개념으로 본다면 “꼰대”는 제도나 법률 차원이 아닌, 일상의 미시 권력이 작동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가족 내에서 반복적으로 행사되는 작은 권위의 폭력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한다(정영목, 2004). “꼰대”라는 호명은 이런 미시 권력을 드러내고 저항하는 일종의 언어적 무기라 할 수 있다.
4. 글로벌 맥락 속의 꼰대
비슷한 현상은 세계 곳곳에도 존재한다. “OK boomer”라는 서구의 담론은 특정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구시대적 가치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조롱이다(NPR, 2019). 그러나 이는 세대론적 색채가 강하다. 반면, “꼰대”는 세대를 넘어 태도와 성향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김정희, 2021). “애꼰대”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온라인 커뮤니티 용례 조사, 2020).
이 차이는 한국 사회의 언어 문화가 얼마나 날카롭게 권위주의적 태도 자체를 문제화하는지 드러낸다. 결국 “꼰대”라는 단어는 한국적 위계 문화의 풍자에서 출발했지만, 보편적으로는 권위주의와 자기중심성에 대한 세계적 비판과 공명한다.
5. 포스트모던 사회와 권위 해체
포스트모던 사회는 거대 서사의 붕괴, 권위의 상대화,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을 강조한다(리오타르, The Postmodern Condition, 1979). “꼰대”라는 단어의 힘은 바로 이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절대적 권위와 경험의 절대화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상호 존중과 다원적 담론이 새로운 사회 질서의 핵심으로 부상한다(백낙청, 2010).
따라서 “꼰대”라는 언어는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포스트모던 사회가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문화적 기표다.
많이 찔렸습니다.
제 나이를 그대로
인정하면 남은 인생 후반기는
좀
물흐르듯 살아지겠지요
전
옛날 부터 얼른 나이들고 싶었습니다.
나이들면 좀 지혜로울줄 알았는데
불행하게도 아직은 참 한심할 지경입니다.
오늘
약간 불행한 기운이 돌고
살짝 힘이 빠졌는데.
빙그레 웃고 신발끈 묶고
나가렵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