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존재하는가?
과연 하느님을 대적하여 타락한 천사가 된 악마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유효하며 분명한 사실일까? 예수님의 행적을 알려주는 공관복음이 하나같이 “마귀”나 “악령”, 그리고 “사탄”이나 “베엘제불”을 기록하였고, 많은 성인 성녀들이 수천 년 교회 역사 안에서 이를 증언함에 따라 교회는 악마와 악마의 도구인 유혹들로부터 신앙인들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강조해 왔다.(*이미지-구글, 20220324)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 많은 성경학자는 이를 재해석하려 시도했다. 이는 악마의 존재나 활동과 관련한 이러한 내용이 현대와 포스트 모던 시대의 사상가나 학자들을 몹시 불편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대의 사람들이 무지하여 단순히 육제적이고 심리적인 질병을 마귀의 개입으로 돌리면서 미신적이 되었다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리나 분석들은 질병과 마귀 들린 상황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는 복음서의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마귀가 분명히 존재하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과 일치하도록 이끄시는 진리, 선善, 그리고 아름다움을 거슬러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말씀하신다. <가톨릭교회교리서> 역시 이를 『사탄 또는 악마와 모든 마귀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계획에 봉사하기를 거부하여 타락한 천사들이다. 하느님을 거스르는 그들의 선택은 결정적인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에 대한 자신들의 반역에 인간을 끌어들이고자 애쓴다.(414항)』라고 확인한다. 이 교리가 불편하더라도 사실은 사실이다. 우리가 악마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저 상징적으로만 여기거나 아예 무시하고 부정하려 든다면 이 타락한 세상으로부터 하느님께서 계시는 본향을 향하여 나아가는 순례자로서 인생을 살고자 애쓰는 우리로서는 많은 혼란과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물론 악마의 존재와 활동을 믿는다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관련된 내용이나 기능 장애, 그리고 도전이나 시련을 모두 악마의 장난이거나 귀신 들린 탓이라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태도 역시 피해야만 한다. 이 역시 진실을 회피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생명과 역사의 주인이심을 분명히 밝히시면서 인간사에 관한 마귀의 권세를 쫓아내시고 제한하신다. <가톨릭교회교리서> 395항은 이에 관해서도 『사탄의 힘은 무한하지 못하다. 그는 다만 하나의 피조물일 뿐이다. 그는 순수한 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막지 못한다. 사탄은 하느님을 거슬러 예수 그리스도 안의 하느님 나라를 증오하면서 세상에서 활동한다. 인간과 사회에 영적으로 또 간접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이러한 활동은 인간과 세계의 역사를 힘차고도 부드럽게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허락하신 일이다. 이러한 악마의 활동에 대한 하느님의 허락은 하나의 커다란 신비이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로마 8,28)』라고 정의한다.
예수님께서는 악마의 존재와 활동을 무시하거나 다른 한편에서 너무 과도하게 그들에 집착하여 사로잡히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주님으로 알아 모시고 우리 마음 안에, 그리고 우리 주변 이웃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하여 당신 편에 서서 용감하게 투쟁하기를 원하신다.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처럼 믿을만하고 균형 잡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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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젬마 갈가니
『주 성모님과 함께 악마를 쫓아내다: 여느 때처럼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저의 어머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시며, “젬마, 내 품에 안겨 쉬고 싶니?”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님께서는 나를 일으키시고 내 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사라지셨습니다.
오늘 저녁 저는 갑자기 뭔가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이것은 악마가 제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표시였습니다. 이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저는 거센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기도도 마다하고 어서 잠자리에 들고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저녁 했던 것처럼 거룩하신 성모 성심께 드리는 세 가지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이나 몰래 숨어 있던 악마가 아주 작은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저는 너무나도 끔찍해서 거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기도를 계속하는데 갑자기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30여 분을 그렇게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자 저의 수호천사가 나타나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수호천사에게 제발 밤새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수호천사가 자기 날개를 펼쳐 내 머리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보니 수호천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주 큰 검은 개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내 어깨에 발을 얹고 내리누르면서 제 온몸의 뼈마디들이 지끈거리게 했습니다. 가끔 그가 결국은 나를 짓밟아버릴 것이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성수를 마셨는데, 악마가 내 팔을 얼마나 잔인하게 비틀었는지 저는 너무 아파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문득 제가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십자성호를 그었고, 편안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흘깃 보게 해 주셨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분께서 다시 고통과 투쟁에 버틸 힘을 주셨습니다.(성녀 젬마 갈가니St. Gemma Galgani, 1878~1903년, ‘성녀 젬마 갈가니의 일기문’에서 발췌 번역, Catholic Way Publishing, 2013년)』
*성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의 카밀리아노Camigliano 출생이고 19세에 루카Lucca에 있는 어떤 집의 가정부가 되었으나 예수 고난회 수녀가 되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뇌척수막염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던 중 치유되었고, 이후 수많은 영적 체험을 하기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환시, 악마의 습격, 오상을 비롯하여 탈혼과 환시 등 많은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교회의 자세한 검증을 거쳐 확인되었다. 1940년 5월 2일 비오 1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그녀는 “루카의 꽃”, “수난(고난)의 딸” 등으로 불린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사소한 유혹들: 큰 유혹뿐만 아니라 사소한 유혹을 극복하는 일도 신심 생활에 대단히 유익합니다. 큰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 무척 값진 것처럼 작은 유혹을 물리치는 것 역시 값집니다. 쇠파리에 비해 늑대나 곰이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맹수처럼 위험한 유혹보다 그저 성가시고 귀찮은 쇠파리와 같은 유혹이 우리의 인내력을 단련시키는 데에는 더욱 도움이 됩니다.
살의를 억제하기는 쉽지만, 수시로 일어나는 작은 분노를 억제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간음죄를 범하지 않기는 비교적 쉽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는 등의 은밀한 사랑을 나누며, 남다른 호의를 표시하고 선물과 정담을 나누기를 그만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육체적 정조를 지키면서도 부부간의 사랑에 상처를 내는 일은 흔합니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훔치지 않기는 쉽지만, 그 물건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않는 것은 어렵습니다.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지 않기는 쉽지만, 사람들과 대화 중에 거짓 없이 진실만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해도 때때로 그의 불행이나 실패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무례한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필로테아님, 억측과 그릇된 판단, 질투와 시샘, 속된 연정, 농담, 허영, 분노, 허위, 흉계, 교활, 사악한 생각 등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싸워 이겨야 할 대상들입니다. 우리는 단단히 각오하고 이 전투에 임하여 최선을 다해 승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은 유혹을 이겨낸다면 그것은 우리 영혼에 보석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보석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씌워 주실 왕관을 꾸미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우리 앞에 놓인 사소한 유혹들을 이겨 나갑시다.(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St. François de Sales, 1567~1622년, 신심생활입문, 제4부 8장)』
작은 유혹 이겨내기.
오히려 어렵습니다.
제게는.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