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 곧 재의 수요일에는 ‘가’, ‘나’, ‘다’ 해 모두 마태 6,1-6.16-18에서 전례 복음을 취한다. 이는 이 복음에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자선, 기도 단식’이라는 사순 시기의 실천에 관한 세 기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세 기둥은 구약으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신자들의 삶을 지탱하고, 개인적인 삶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삶을 쇄신하기 위한 기본 골격이 되어 왔다. 파스카의 신비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 공동체는 우리를 “끝까지”(요한 13,1) 사랑하신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의 진실한 제자가 되고,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세 가지 실천을 중심으로 ‘나 – 너 – 하느님’과의 관계를 세 차원에서 검증한다.
자선
‘자선’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검증한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찬미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집회 35,4)라는 말씀에 따라, 그리고 타인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의로운 일”(마태 6,1)이라는 것을 아는 그리스도인은 특별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작은 이들”(마태 25,40.45)을 위하여 기꺼이 자선에 나선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토빗 12,9)라는 말씀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은 자선을 통해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를 얻고, 장차 최후의 심판에서 “복을 받은 이들”(마태 25,34)이 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마태 25,46)에 있게 될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과시하려고, 다른 이들이 알아봐 주기를 기대하여 “보이려고 …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마태 6,1) 한다.
기도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를 검증한다. 그리스도인의 기도에는 단순하고, 절제된 말, 그리고 확신과 진지함이 담긴 말이 담겼다. 그리스도인의 기도에는 긴말이나 과시가 필요 없다. 남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기도는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빈 말”(마태 6,7)이요, 되풀이이며 수다스러움이다. 그리스도인은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아버지께”(마태 6,6) 은밀하고도 다정한 속삭임을 건네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 한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그저 하느님과 한 시공간에 있으며 하느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단식
‘단식’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앞에 선 자신을 검증한다. 구약의 백성들은 “단식하며, ‘저희가 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고백하였다.”(1사무 7,6) 그뿐만 아니라 구약의 백성들은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식을 선포”(1열왕 21,9.12 에즈 8,21 느헤 1,4 유딧 4,13 에스 4,3 요엘 2,12 등등)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항상 먼저였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신명 8,3 마태 4,4 루카 3,4) 존재이다. 그리스도인은 단식을 통해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자신 안에 일어나는 욕구와 충동을 다스리도록 훈련한다. 그리스도인은 단식을 통해 다가오는 숱한 유혹들에 ‘아니요’를 할 수 있도록 수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