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말씀

살레시오회에서는 돈 보스코로부터 오늘날까지도 매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전통 하나가 있다. 바로 ‘저녁 말씀’이다. 돈 보스코의 언어로는 ‘붜나 노테buona notte’라 하고 영어로는 ‘굿 나잇good night’이라 부르는 것이다. 살레시오회와 관련된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하루의 일과를 마칠 무렵에 그 집의 원장이나 책임자, 혹은 어른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그날의 소식도 알릴 겸 영적인 유익함을 담아 짤막하게 생각할 거리를 나눈다. 이는

동행(예수님과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24장으로 구성된 루카복음은 맨 마지막 장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소식을 전하고, 곧바로 뒤이어 부활하신 주님과 그분에 관한 표징을 알아보지 못하고 낙향하던 두 제자와 예수님의 동행(루카 24,13-35)에 관한 이야기, 루벵 대학의 교수였던 스힐러벡스Edward Schillebeeckx가 ‘현대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복음 대목’이라고 소개했던 내용을 전한다. 의미도 의미려니와 ‘동행’을 두고 이 이야기만큼 아름답고 결정적인 이야기는 또 없다. 이 이야기는 스승

미래의 기억(La memoria del futuro)

우리에게는 꿈 하나가 있습니다. 그 꿈은 우리의 위대한 자산입니다. (*총장 앙헬 페르난데즈 아르티메 추기경, 살레시오 가족지 이탈리아어판, 2023년 11월호) 200년 전 가난해서 시골 농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소년이 꿈 하나를 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은 자기 어머니와 할머니, 형들에게 그 꿈 이야기를 했고 식구들은 재미있어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신경 쓸 것 없다.”라며 결론을 지으셨습니다. 오랜 세월이

가톨릭 교육에 관한 교황님 말씀

2022년 4월 교황님께서는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이라는 단체를 만나 그들의 토론을 함께 하시고 말씀을 주셨다. 자주 그러하시듯이 교황님께서는 준비된 원고 대신 즉흥 연설을 하셨는데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부는 즉흥 연설문이고 후반부는 공식 연설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문과 이탈리아어를 병기한 부분이 있다.(*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예수님의 소년 시절과 돈 보스코의 오라토리오

4복음을 통틀어 루카복음 2장 41-52절만이 ‘예수님의 소년 시절’이라는 소제목 아래 단편적이나마 유일하게 예수님의 사춘기와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절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그런데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살레시오회 안에서 나는 이제껏 이 대목에 관한 살레시오적인 주석이나 묵상, 혹은 문헌을 접한 적이 없다. 분명 내가 무지한 탓으로 아직 이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살레시오회 안에서 아이콘처럼 회자하였을 법한 이 대목이

살레시오회와 예방교육

우리가 코비드의 와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몇 개를 예로 들어보라 할 때, 그중에는 ‘예방’ 혹은 ‘예방 접종’이라는 말이 우선순위에 들지 않을까? 우리는 그 말들을 지겹게 들었고, 아직도 듣고 있으며, 거의 매일 그 말들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거듭 접한다. 주변에서 ‘예방의학豫防醫學’이라는 말도 곧잘 듣는다. 이를 영어로는 preventive healthcare 또는 prophylaxis라고 한다. 이는 『개인 또는 특정 인구집단의

돈 보스코의 교육 · 사랑(아모레볼레짜amorevolezza)

두려웠던 길고도 긴 ‘코비드 19’의 터널을 지나왔으면서도 어느새 다 잊었다. 코비드 팬데믹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다정스럽게 어울리던 광경에 석연치 않은 경계의 눈초리를 무의식으로나마 심었고, 친구들을 잠재적인 감염자로 대하면서 선생님에게서나 친구들에게서나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는 일상을 살게 했다. 부모 역시 자녀들에게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아이들은 내면에 쌓이는 공격성과 외로움,

동행(엘리와 사무엘)

구약성경에는 사무엘기와 열왕기라는 책이 있다. 오늘날에는 사무엘기 상·하권과 열왕기 상·하권으로 부르지만, 옛날에는 열왕기 1·2·3·4권으로 불렀던 책들이다. 현재의 사무엘기는 2사무 21-24장을 떼어 놓고 보면 연대순으로 이어져 있다. 그중 첫째 부분은(1사무 1-7장) 사무엘이 태어나서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부터 이스라엘의 구원자, 대판관이 되기까지 그의 생애를 들려준다. 택시를 타면 백미러 거치대에 혹은 버스 운전석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와 함께 무릎

동행(아브라함과 이사악)

하느님과 인간의 동행을 그린 성경은 온통 인생 여정 안에서 누군가가 어떤 동행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기록한다. 성경의 첫 권인 창세기는 천지창조, 아담과 하와의 실낙원, 카인과 아벨, 노아와 홍수, 바벨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나서 아브라함에 이르는 족보를 수록한 뒤,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아브라함의 인생과 그가 살아낸 동행으로 믿음의 여정 첫머리를 삼는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고향과

돈 보스코의 교육 · 종교

돈 보스코가 말하는 예방교육’의 실천적 3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이성·종교·사랑’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사고(이성), 올바른 판단(종교-양심), 올바른 행동(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법론으로서, 개별적이라기보다 상호보완을 통해 동시에 어우러져야 하는 청소년기의 교육적 수행과정이고 통합의 과정이다. 마치 솥을 걸기 위해서는 다리가 셋이어야만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여 상형문자인 한자로 ‘솥’을 다리가 셋 달린 ‘정鐤’으로 표기하고, 또한 전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