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만나 좋아하신다는, 그래서 교황님의 집무실에 복사본이 걸려 있다는 사실로 비교적 최근에 널리 알려지게 된 그림이다. 인간 삶의 여정에서 얽히고 설킨 매듭들과 죄의 매듭들을 풀어주시는 성모님을 공경하기 위한 성화이다. 다양한 메달이나 상본, 9일 기도를 포함한 여러 기도문이 있다. 원래 이 그림은 『하와의 불순종으로 생겨난 인간 죄의 매듭이 성모님의 순명으로 풀렸다.(리옹의 성 이레네오, 반이단론Adversus haerses, 3,22)』와 같은 교부들의 묵상에서 출발한다. 원본 그림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귀족 예로니모 암브로시오Hieronymus Ambrosius Langenmantel(1641~1718년)가 1700년에 Augsburg라는 도시에 있는 성 베드로 암 페를라흐St. Peter am Perlach 성당에 ‘좋으신 권고의 어머니Mother of Good Counsel’를 기리는 제대를 위해 화가 슈미트너Johann Georg Melchior Schmidtner(1625~1705년)에게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Maria Knotenlöserin, 182×110cm)’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의뢰 제작하고 봉헌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림은 영어로 ‘Maria knot remover’라는 이름으로 알려진다. 사진에서 보는 그림을 약간씩 다르게 모사摹寫한 여러 다른 버전의 그림이나 사진들도 있다.

그림에서 열두 명의 작은 어린이 천사와 큰 천사 두 명의 찬송을 받으시는 성모님께서는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묵시 12,1) 한 것처럼 머리 위 비둘기 모양 성령의 비추심 아래 성령의 신부新婦로서, 빛나는 태양을 입듯 붉은 옷을 입고 초승달을 밟고 서서 긴 흰색 리본의 매듭을 풀고 계시며, 악과 불순종의 상징인 뱀의 머리를 밟아 뒤집히게 하신다. 성모님의 발 아래 초승달 밑에는 아내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선 토비야를 동행한 라파엘 천사, 사라를 아내로 맞은 이야기,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개도 뒤따라가고 있었다는 이야기(토빗 5,17;6,10-13;11,4)들이 담겼다. 그렇지만 이러한 스토리 외에 오른손을 들어 멀리 있는 교회를 가리키며 두 사람을 인도하는 천사의 모습에서 이 그림을 봉헌하는 제대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에 관한 랑겐만텔Langenmantel 가족의 내력도 담겼다고 알려진다. 이 그림의 제작을 의뢰한 예로니모 암브로시오는 자기의 할아버지 볼프강Wolfgang Langenmantel(1586~1637년)께서 할머니 소피아Sophia Rentz(1590~1649년)와 별거에 들어가 이혼하려던 참에 잉골쉬타트Ingolstadt라는 곳에 계시던 예수회 제이콥 렘Jakob Rem이라는 신부를 찾아가 상담하였는데, 신부님께서는 성모님 상본을 두고 기도하면서 『나는 이 기도로 여러분 사이의 모든 매듭을 풀고 매끄럽게 하여 여러분 결혼의 유대를 강화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는데, 이 사건을 기념하여 손자가 그림의 제작을 의뢰하였다는 것이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을 기리는 첫 번째 성당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89년에 오스트리아의 스티리아Styria에서 봉헌되기도 하였고,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을 향한 신심은 특별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널리 퍼졌다. 아르헨티나에 이 성모님이 전파된 것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교구장이었던 현 교황님께서 독일 유학 중 아우그스브루크를 방문하던 중에 이 그림을 만나신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잘못 알려졌는데, 2017년 독일 <디 자이트Die Zeit>라는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님은 아우구스브루크를 방문하신 적이 없고, 어느 성탄에 어떤 독일 수녀님께서 보내주신 카드를 통해 이 그림을 처음 만났으며 이 카드를 복사하여 빈민가에서 사목 실습을 하던 당신 교구의 신학생들과 나누었고, 이를 통해 많은 어려움과 문제들을 안고 있던 그곳의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그림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 당시 교구장이었던 베르골리오 주교는 독일 아이크쉬타트Eichstätt에서 온 교환 학생 바바라 클리메크Barbara Klimmeck에게 오리지널 그림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던 아나 데 베타 베르티Ana de Betta Berti라는 작가에게 의뢰하여 복사본을 제작하였으며, 이 그림이 1996년 12월 8일 이후 산 호세 델 탈라르San José del Talar 성당에 걸리게 되었고, 매달 8일이면 수많은 사람이 이 그림 때문에라도 이 성당을 순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현 교황님께서 베네딕토 16세에게 선물한 성작에도 이 성모님을 새겨넣은 바 있고, 같은 그림을 새긴 성작이 아르헨티나 국민의 이름으로 현 교황님께 선물된 적도 있으며, 2018년에는 ㈜ 바티칸 대사로 임명된 이백만 님께서 매듭을 푸는 성모님을 한국 버전으로 제작하여 선물한 적도 있다.(220512 *그림-영문 구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