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by 최경희

한 그루의 나무가 어떤 가구나 건축의 재료일 뿐이라면, 강이나 바다가 장마 때 효율적으로 우리의 쓰레기들을 떠내려 보내면서 유기할 공간일 뿐이라면, 들에 핀 꽃들이 우리의 기분전환을 위한 장식일 뿐이라면, 숲속의 동물들이 필요할 때 인간에게 단백질을 제공해 주는 고깃덩어리일 뿐이라면, 우리는 자연을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요 관리해야 할 자원이며 우리의 소유물로 대하는 것이 된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우리가 감탄과 고마움으로 받아들여야 할, 그리고 함께 생명의 교감을 나누어야 할, 함께 살아가야 할 선물이다.

아주 아름다운 꽃의 사진을 찍은 친구에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꽃 앞에서 몇 시간을 바라보고 예쁘다고 칭찬을 해준 뒤에야 겨우 자기의 예쁜 모습을 조금 보여주었다.” 하는 대답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가 조심스럽고 인내롭게 경청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의미로 존 헨리 뉴만John Henry Newman(1801~1890년)은 “눈에 보이는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베일(The visible world is the veil of the world invisible.)”이라고 했다.

만일 우리가 이 베일을 항상 의식하며 자연을 통해 하느님 사랑의 위대한 역사를 우리 몸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자연을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록하신 거룩한 책이라는 생각으로 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을 지구라는 우리 ‘공동의 집’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연이 인간들을 치유하고 충고하며, 가르칠 수 있도록, 자연이 자신의 직무와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때, 우리도 우리의 직무와 소임에 그 몫을 다할 수 있다.

『수유영樹有灵(나무는 영이 있고), 초유성草有性(풀은 본성이 있으며), 석유혼石有魂(돌은 혼이 있고), 수유정水有情(물은 정이 있다)-짠오리 홍(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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