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참조. https://news.nate.com/view/20251209n03311), 「K팝 문화가 반영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작품에 등극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캐나다 교포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케데헌’은 가상의 3인조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물리치고 노래로 세상을 보호한다는 얘기를 담았다. K팝, K무속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담아내며 ‘오징어게임’ 시즌1을 꺾고 넷플릭스 역대 영화 흥행 1위는 물론 넷플릭스 전 콘텐츠 역대 시청 순위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케데헌’의 인기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급증하고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 선호도가 높아졌다. 개관 8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케데헌’ 열풍에 힘입어 문화상품 ‘뮷즈’가 품귀현상을 빚었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관람객 6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10월 한국관광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1~10월 방한 외국인은 1,58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방한객 1,637만 명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헌트릭스
영화의 첫 장면은 공연장에서 “헌트릭스”를 외치는 수많은 젊은이의 열광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쇠스랑과 머리에 수건을 두른 농부, 칼과 활로 무장한 무녀들, 초가집 등 독특한 우리 문화의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음악과 함께 자막이 흐른다: “세상은 너희를 팝스타로 알겠지만, 너희는 훨씬 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너희는 헌터가 될 것이다. 악령은 오래전부터 우리 세상을 탐했지. 우리 영혼을 빼앗고 그 기운을 그들의 왕 귀마에게 보냈어. 그때 우릴 지켜 줄 영웅들이 나타난 거야. 그들의 목소리엔 어둠을 몰아내는 힘이 있었어. 그 목소리로 용기와 희망을 노래했지.
하지만 헌터란 단순한 전사가 아니야. 우리 음악은 영혼에 불을 지피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주지. 그 유대감으로 최초의 헌터들은 세상을 지킬 방패를 만들었어. 그게 혼문이야. 세대가 바뀔 때마다 세 명의 새로운 헌터가 선정되어 우리의 최종 임무를 수행해. 우리 세상에서 악령과 귀마를 영원히 몰아낼 결코 뚫리지 않을 강한 장벽을 만드는 것, 그게 황금 혼문이지. 이제 너희가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해. 승리가 너희 눈앞에 있어. 너희 목소리, 너희 노래로 황금 혼문을 만들어야 해.”
루미, 미라, 조이라는 세 소녀가 수행해야 할 임무이다. 용감한 세 소녀의 반대편에는 악령의 하수인으로 갓을 쓴 ‘사자 보이즈’ 5인의 소년들이 등장한다.
한국 문화
영화는 미국 스튜디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이 한국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서울에 사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 성곽길(혜화), 코엑스, 명동길, 7호선 자양역(섬 유원지 역), 청담대교, 잠실 종합운동장, 남산 타워 등등, 서울만이 보여 주는 독특한 풍경 속에서, 그리고 김밥, 컵라면 등 한국식 먹거리를 챙기면서 진행된다. 영화는 표현이나 장면 처리에서 액션 및 폭력성이나 일부 공포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고, 주제 및 내용의 적합성에서 퇴마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영화협회(MPA)로부터 15세 관람가(Parental Guidance, PG-13,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유아들이나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는 부모나 지도자의 동반이 필요한 영화이다.
Your Idol
영화의 종반에서 사자 보이즈는 승리를 장담하며 남산 타워 공연을 펼친다. 자신만만한 사자 보이즈의 남산 타워 공연 노래는 <Your Idol>이다. 그런데 그들의 노래 첫마디는 의외로 라틴어이다. “Dies iræ, illa, vos solvet in favilla maledictus erus, in flammas æternum.” “진노의 날이여, 그날, 너희를 재로 흩어지게 하리라. 불길 속으로, 영원토록” 정도의 뜻이다. 그리고 악령들을 들이마시는 축제를 지내자고 호기를 부리는 ‘귀마’(영화에서 ‘귀마’는 악령들의 우두머리인데, 글자의 순서를 바꾸면 ‘마귀魔鬼’가 된다. 의도적 언어유희로 볼 수도 있다) 앞에서 귀마의 하수인들인 ‘사자 보이즈’는 환호하는 군중과 함께 ‘나는 너희의 아이돌’을 열창한다:
“난 너의 아이돌! 너를 통제해, 집착하게 해 네 머릿속은 끝없이 나를 반복 재생해 괴로울 때면 내 노래 들어 피난처가 돼 줄 테니 지금 내겐 나뿐이야 모든 게 불탈 때 더 사랑해 줄게 힘보다 더, 금보다 더 내게 마음을 줬으니 이젠 영혼도 가져갈게. 네 죄를 사랑하는 건 나뿐이야 살 밑을 파고드는 내 목소리를 느껴 힘보다 더, 금보다 더 내게 마음을 줬으니 이젠 영혼도 가져갈게.
네 죄를 사랑하는 건 나뿐이야. 살 밑을 파고드는 내 목소리를 느껴. 집중해. 모두 내게 주목해 마이크를 높이 올려 네 욕망을 내게 줘. 네 스타가 돼 줄게. 내 황홀에 취해 눈을 떼지 못해. 내가 여기 온건 널 구하기 위해. 우릴 막진 못해. 넌 내가 필요해. 난 너의 아이돌! 빛이 나는 명성 계속 외쳐, 난 너의 아이돌! 고통에 감사해 그 덕분에 난 스타 낫지 않는 열기 식지 않는 인기 나를 위해 넌 존재하는 아이들 이제 난 네 마음속에 늦었어, 넌 내 손에 네게 자유를 줄게 내 일부가 된다면 모두 내게 주목해. 마이크를 높이 올려.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 우릴 막진 못해 무릎 꿇은 네 앞 난 너의 아이돌!”
What It Sounds Like
그들의 노래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악령의 흔적인 문양을 그대로 노출하며 군중 가운데에서 “우리는 헌터. 강인한 목소리 노래로 악령을 물리쳐. 망가진 세상을 바로잡네. 어둠이 마침내 빛을 만날 때”라고 루미가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의 시작이다. 곧바로 루미와 함께 미라와 조이까지 합세하여 악령들을 물리쳐가며 소녀들이 부르는 마지막 노래는 <What It Sounds Like>이다:
“이제는 진실 뿐이야. 나라는 존재를 말해 줄 증거 나의 가장 깊은 심연 부끄러운 문양 나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을 고치려 했어 싸우려 했어. 머릿속은 뒤엉켰고 마음은 갈라졌어.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 왜 너희를 믿지 않았을까 내 편이 되어 줄 거라고 산산이 부서진 나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깨진 유리 조각들 그 안에 담긴 아름다운 상처는 나의 일부 어둠, 그리고 조화 거짓 없는 내 목소리 여기에 울려 퍼져. 머릿속의 색깔들 왜 감추려 했을까? 날카로운 모서리들 왜 빛 아래 두지 않았을까? 숨겨진 것을 보여 줘. 조화를 찾아 줄게. 우리의 진짜 노래가 여기에 울려 퍼져. 우린 침묵을 깨고 당당히 일어나 적막을 울리지.
넌 혼자가 아냐! 악령에게 귀 기울여 때론 멀어진다 해도 그 누구도 혼자는 아니야! 우린 겁먹었지. 거짓말도 했지. 영웅은 아니어도 우리는 살아남아 꿈꾸고 싸우고 거짓은 이제 안녕 불속에 뛰어들어. 네 곁엔 내가 있어. 산산이 부서진 우리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깨진 유리 조각들 그 안에 담긴 아름다운 상처는 나의 일부 어둠, 그리고 조화 거짓 없는 내 목소리 여기에 울려 퍼져. 머릿속의 색깔들 왜 감추려 했을까? 날카로운 모서리들 빛 아래 두지 않았을까? 숨겨진 것을 보여 줘 조화를 찾아 줄게. 두려움 없는 자유로움 여기에 울려 퍼져”
귀마의 마지막 일격을 혼신을 다해 막아내던 루미를 대신해 진우가 나서서 악마를 막는다. “진우, 안 돼!”를 외치는 루미에게 “미안해, 전부 다”하며 진우는 사과한다. 루미가 “널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는데”라고 말하자, “해 줬어. 내 영혼을 되찾아 줬잖아. 이제 네게 줄게!”라며 진우는 악마의 불길 속에 소멸되어 가고, 루미는 마지막 일격으로 악마를 두 동강 낸다. 조이와 미라도 달려가 사자 보이즈 나머지 멤버들을 처단한다. 악마는 마침내 사라지고 모든 이가 영혼을 되찾으면서 다시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한 녹색 세상이 펼쳐진다.
청소년의 자기 찾기와 공동선의 구현
영화는 임무를 부여받은 세 소녀에게서 시작하고, 세 소녀가 힘을 합하여 귀마와 사자 보이즈를 물리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러나 일상에서 소녀들의 시작은 혼문의 완성이라는 공동 목표의 완성을 공연의 성공과 동일시해 버린 채 그저 눈앞에 닥치는 공연의 일정 소화에 급급해한다. 역할에 갇힌 소녀들은 기대와 성과 중심의 틀에 갇히고 만다. 그리고 이내 불안과 균열이 시작한다. 루미는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의심하며 서로 비교하는 갈등을 겪는다.
그렇게 세 소녀의 ‘함께함’은 진실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조종된 연대 안에서 왜곡되어 간다. 물론 여기에는 사자 보이즈를 앞세운 귀마의 유혹들이 개입한다. 그러나 슬기로운 소녀들은 솔직함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마침내 위험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똘똘 뭉쳐 악령들을 물리치며, 소멸해가는 진우마저 루미에게 영혼을 내어주며 루미를 지켜준다. 그렇게 진실하게 자신을 받아들인 소녀들은 모든 이에게 영혼을 돌려주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켜낸다.
이렇게 서술하다 보면, 이 영화는 청소년기에 있는 소년 소녀들이 숱한 유혹과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가고 마침내 공동선을 이뤄내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루미와 비(V)의 대화
사자 보이즈의 유혹, 소녀들 서로의 숨김과 두려움이 함께 작동하면서 세 소녀의 공동체 결속이 깨진다. 이때 루미가 그녀의 스승이자 그룹 리더인 ‘비(V)’와 만나 주고받은 대화는 시대를 뛰어넘는 기성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대화 그대로이다: “처음부터 전 실수였다는 거 알고 계셨잖아요. 오래전에 하셨어야 할 일 이제라도 하세요. 제가 지키겠다고 맹세한 걸 제 손으로 파괴하기 전에 부탁이에요. 하세요!” 하는 루미 앞에서 ‘비’는 루미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루미를 설득하려 든다. 비의 말과 태도는 악의라기보다, 상실의 기억에서 비롯된 두려움에 가깝다.
“그럴 수 없어. 네 엄마가 떠났을 때 난 네 엄마가 남긴 모든 걸 지키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그게 너 같은 아이일 줄은 생각 못 했지. 내가 배운 것들을 돌이켜 보면 넌 분명 잘못된 존재였어. 하지만 난 약속한 게 있어. 그래서 널 받아들이고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했어.” “받아들였다고요? 가리라면서요? 숨기라면서요? 그래 모든 걸 바로잡을 때까지! 아직 기회가 있어. 이건 가리고 다시 모든 걸 되돌려 놓자. 내가 미라와 조이에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할게. 귀마가 환각으로 우리를 갈라놓으려 했다고.”
“싫어요. 더는 안 숨어요. 거짓말도 안 해요!” “루미, 아직 바로 잡을 수 있어.” “모르시겠어요? 이게 제 본질이에요. 저를 보세요. 왜 저를 못 보세요? 저를 사랑할 수는 없었나요?” “사랑해!” “제 전부를요?” “이래서 숨기라고 한 거야. 우린 결점과 두려움을 꼭꼭 숨겨야 해. 그래야만 혼문을 지킬 수 있어.” “제가 지켜야 할 혼문이 그런 거라면 파괴되는 게 낫겠어요.” 하면서 루미는 칼을 들고 뛰쳐 나간다.
젊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단 하나도 예외 없이 모든 이가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자기만의 고유 계획을 살아가도록 생을 얻었다고 굳게 믿었던, 청소년의 아버지요 스승이며 친구인 돈 보스코는 이렇게 말한다: 「청소년은 젊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인생에 오픈 게임이 있고 본 게임이 없듯이, 열다섯 나이가 삼십이나 사십을 위한 예비기가 아니듯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성장의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모든 이는 저마다 부여받은 본질 그대로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 사랑은 어떤 조건이 충족된 이후가 아니라, 그 본질이 가려지거나 수정된 후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마땅히 그대로 사랑받아야만 한다. 그러할 때 공동선은 억지로 지켜내야 할 의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함께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비로소 완성된다.(*이미지는 구글에서, 자막과 노래 가사는 넷플릭스 영화에서 옮겨왔음)
예비기가 아니라…
본질 그대로 ….
그자리에서 마땅히 그대로 사랑 받아야한다.
깊이 있는 영화 읽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