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 앞에서

당신께서는 저희 육신이라는 연약하고 불안정한 이곳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하루하루가 불러일으키는 안타까움과 갈증 안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황량한 곳에 태어나 저희 인간처럼 살기로, 항상 때늦은 시간의 무게만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단편적인 시간 속에 살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가 살아가는 부질없는 재(灰)의 소용돌이, 불확실과 피곤한 딜레마의 흐름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당신께서 저희를 찾아오신다면 그것은 저희가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별의 인도를 받은 세 명의 동방박사들(그리스어로 마고이)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왕이 아닌 “동방박사(현인賢人)”로 묘사하는데, 8세기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이름이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로 정해진다. 이들을 그리려는 이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는 장면을

성탄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동방박사들이 먼 곳에서 길을 떠나며 땅은 동굴 하나를 연다. 아무도 무심하지 않고  배은망덕하지 않게 하소서. 오늘 아담의 단죄가 풀리고 더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가 아니니 하늘과 지극한 하나가 되어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멘! (체사레아의 성 바실리오, 330~37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