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의 손가락

비단 ‘위치’만을 뜻하지 않은 “가운데”, 혹은 “중심”, “중앙”이라는 어휘들이 있다. 어떤 이가 사람들 “가운데”에 있거나 “중심”에 있다는 것은 그를 향해 주변의 다른 이들이 시선을 향하고 있으며, 그가 다른 모든 이의 시선을 받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교회의 중심에는 제대가 있고, 어떤 모임의 중심에는 주관자의 의자나 탁자가 있다. 누군가가 중심에 있다는 것은 중앙에 있는 그를 향해 모든 이가 귀를 열고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으로서 다시 말해 중심에 있는

달과 가톨릭교회

어떤 가톨릭 교구에서 달이 자기 교구 관할이라고 선언한다면 과연 이상한 일일까? 달을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달에 사는 사람?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항아(姮娥, 일명 상아嫦娥)와 옥토끼? 네버랜드Neverland로 항해하는 피터 팬Peter·Pan의 배? 가톨릭교회가 “땅끝까지” 흔적을 남겼을 뿐아니라, 지구 밖 우주까지도 그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달에 있는 35개의 분화구에는 예수회의 천문학자들이나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어 있다.

시詩와 음악

어떤 현상과 사물을 적절한 어휘로 설명하고 규정할 줄 아는 것은 거룩한 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인과 음악가는 그렇게 사람을 살린다. 시인이 영감을 잃어 어딘가에 꼭 맞는 말을 떠올리지 못하게 될 때, 멜로디와 가사, 리듬과 화음들이 도무지 시대와 주변에 맞지 않고  엉뚱한 것들이 될 때, 지금 우리의 말들이  지나왔던 언젠가와 연결될 수 없을 때, 우리는

성인聖人들의 꿈: 환시

* 글. 홍기령(데레사,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원 여성학과에서 ‘여성주의 정신분석학, 주제통합과정에서 ’21세기 행복한 사회인’을, 한국 예수회 센터에서는 꿈과 영적 치유에 대해 강의했다.) 인간에게는 평범한 꿈과 구분되는 특별한 꿈이 있다. 자신의 무의식 대신 하느님을 뵙는 꿈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찰 사건이다. 토마스아퀴나스 성인은 「신학대전」에서 하느님을 만나 뵙는 꿈을 ‘환시’(vision)로 부르며 그러한

12일간의 크리스마스The Twelve Days of Christmas

우리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12일간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의 영국 캐럴이 있다. 1558년부터 1829년까지 무려 270여 년간 영국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에는 공식적으로 성탄을 기념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누군가가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을 위해 교리를 가르치거나 잊지 않게 하도록 이 노래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노랫말은 어린이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동요처럼 다음 절의 가사를 계속 더해가는 형식을 갖추면서 표면상 알려지는 의미와 함께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12월 27일)

성탄 8부 기간에 지내게 되는 성 요한 사도의 축일은 축일의 날짜가 성인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로서 예수님의 총애를 받았던 그가 말씀의 육화 신비를 기리는 사랑의 축제 기간에 아기 예수님과 함께 기려지기 때문이다. 사도 요한은 갈릴래아의 어부로서,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야고보의 동생이다. 요한은 원래 세례자 요한의 열심한 제자요, 다른 유다인들과 같이 구세주의 임하심을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별의 인도를 받은 세 명의 동방박사들(그리스어로 마고이)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왕이 아닌 “동방박사(현인賢人)”로 묘사하는데, 8세기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이름이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로 정해진다. 이들을 그리려는 이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는 장면을

잠자는 목자

우리에게 낯선 베니노라는 목자가 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한 나머지 사람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고자 하던 날,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었던 목자 중 하나이다.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구유를 장식하거나 연출하면서 그의 모습을 구유의 한쪽에 놓고자 했고, 성탄의 장면을 그리는 이들도 그를 그리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성탄 축제에서 만나는 구유 꾸미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아기 예수님께서

87세 생신을 맞으신 교황 프란치스코-2023년의 기쁨과 슬픔

2023년 12월 17일 87세 생신을 맞으신 교황님의 올 한 해를 돌아보며 6가지의 기쁨과 6가지의 슬픔을 정리해본다. 이 정리는 안나 쿠리안Anna Kurian이 2023년 12월 16일자로 aleteia.org에 기고한 내용이다. 여섯 가지 기쁨 1. 세계 청소년 대회: 교황님께서는 8월 2일부터 6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 청소년 대회에 참석하셨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교황은 “건강해져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복부 수술을 받은

오-안티폰O-Antiphon(12월 17일부터)

주님의 오심을 기리는 총 4주간의 대림시기 중 3분의 2가 지나갈 무렵인 12월 17일부터 교회는 ‘대림절의 위대한 날들(영어로 The Great Days of Advent)’이라 부르는 특별한 시기를 지내면서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전례를 거행한다. 매일 미사 때 드리는 대림 감사송이 두 번째 것으로 바뀌고,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이 매일 바치는 성무일도 중에서 저녁 기도의 성모님 노래 후렴(안티폰)은 특별히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