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서 말하는 “악마(Satan, devil)”의 다른 이름은 “고발자(the accuser)”, 혹은 “흩어 버리는 자(the scatterer)”이다.(Robert Barron 주교, 1959년~) 예수님을 적대시하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았던 악의 무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마태 12,10 마르 3,2 루카 6,7) 하였으며 심지어 자기들의 악을 감추고자 예수님을 “베엘제불”이라 하거나 “마귀 우두머리”라고 덮어씌우기까지(마르 3,22) 했기 때문이고, 이를 염려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양 떼가 흩어지리라 / 양 떼를 흩어 버린다 / 흩어질 때가 온다”(마태 12,30;26,31 마르 14,27 루카 11,23 요한 10,12;16,32) 하며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21.22)라고 마지막 만찬 때에 간절히 기도하셨기 때문이다.
악마는 실눈을 뜨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눈을 부릅떠 고발하며 자기의 못됨을 다른 이에게 덮어씌운다. 그뿐만 아니라 악마는 정신과 마음,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와 저마다의 내면을 조각내고 분리하며 산만하게 하고 흐트러뜨려 자신과 이웃, 그리고 하느님마저 잃게 만든다.
“고발자”와 “흩어 버리는 자”를 보실 때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마태 4,10) 하신다. 사랑하는 으뜸 제자 베드로가 유혹에 빠졌을 때도 예수님께서는 악마에게 하셨던 것과 똑같은 말씀으로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태 16,23 마르 8,33)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