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2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3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4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5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7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8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9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10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11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루카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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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제자들의 부르심은 “말씀을 듣고 있을 때”(1절)가 시작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말씀”이다. “배 두 척”은 우리 내면의 주님 자리인 “나”와 “내 안에 자리 잡은 죄”(로마 7,17.20)라는 배 두 척이다. 주님께서 배 두 척을 보셨다.(2절) 주님이 먼저 나를 보신다. 어부들은 그물을 씻고 있었다.(2ㄴ) 일상이다. 평범한 일상 중에 주님께서 나를 보신다. 주님께서 “시몬의 배”(3절)에 오르신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그의 배에 오르신다. 우리 인생의 배 위에도 주님께서 언제인가 그렇게 불쑥 오르신다. 배에 오르신 주님께서 “저어 나가달라고 부탁하신다.”(3절) 부탁인 듯 명령인 듯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주님께서 올라 자리 잡으신, 애초에 우리를 지으신 그대로의 “나”를 “저어 나가”(3절)야 한다. 나의 생긴 모습 그대로 위에서 “군중을 가르치신다.”(3ㄴ) 그대로일지라도 나를 도구로 삼으신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4절) 명령하신다. 주님 가르침을 따라 인도하시는 대로 “깊은 데로 저어 나가”(4절) “그물을 내려”(5절)야 한다. 내면 깊숙이 나를 살펴야 한다. 아직 “주님”을 “스승님”이라 부를지라도 그분 시키시는 대로 나아가야 한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5절) 우리의 공허와 헛수고를 그분께 내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6절)를 잡는다. 깊은 곳에서 우리의 온갖 허물을 가득 잡아 올리게 된다. 그러면 비로소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달라고”(6절) 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온갖 허물을 잡아 올려야만 비로소 형제와 자매들이 눈에 들어오고 나를 도와 달라 청할 수 있게 된다. “배가 가라앉을 지경”(7절)처럼 나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나의 죄와 허물들을 동료들의 도움으로라도 길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그제야 든다. 그럴 때는 겁이 난다. 내가 너무도 큰 죄인이어서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8절) 고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스승님”이라 부르던 분을 비로소 “주님”이라 부르게 되면서도 두려움에 가득 차 눈물 흘리며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8절) 하게 된다. 그 두려움은 한편에서 나를 보고 또 다른 편에서 주님을 보는 “놀라움”(9절)이다. 그때에야 주님께서 “두려워하지 마라”(10절) 하시는 말씀이 귀에 들린다. 정신 차리고 깊은 곳에서 기적처럼 끌어올렸던 나의 온갖 죄와 허물, “모든 것을 버리고”(11절) 주님을 따라나선다. 그렇게 시몬은 베드로가 되고, 죄인peccatore은 “사람 낚는” 어부pescatore가 된다. 그렇게 나선 길은 다시 세 번의 배반과 슬픔의 길일 것이고,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도 도망할 길이며, 눈물로 돌아올 때에야 처참한 십자가형의 죽음일지라도 감히 주님 달리신 모습대로는 도저히 십자가에 달릴 수 없어 거꾸로 못 박힐 때까지 이어질 길이었다.
두려워 하지 마라!
전
베드로의 의심이
넘 인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가까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경험 끝에 우린 비로소 자유로워져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무지해서 두렵다는 것을.
잠시 떠올려습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곳” 두렵다! 무섭다! 나의 살아온 시간이 빈 배처럼 공허하다. 빈 배처럼 텅 비어있는 나의 삶에 주님의 말씀을 가득 채우고 지혜로운 자가 되기를 바라며…
주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 보지 못하는 곳을 알려주시며, 더 나아가 용기를 갖고 믿음 안에서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갈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John Reilly 의 작품이 참 맘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