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酉’라는 글자는 음과 훈을 달 때에 ‘닭 유’라 하기도 하고, ‘술병 유’나 ‘술 유’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이 글자가 밑이 좁고 가는 술을 빚는 술 단지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이므로 후자가 먼저이다. 그런데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하는 십이간지十二干支의 표시 중에 열 번째인 닭이 ‘유’에 해당하므로 ‘술 유’의 음을 빌어 ‘닭 유’라 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후에 가차假借되어 열 번째 지지地支를 나타내게 되었다’고 서술한다. 이러한 ‘유酉’라는 글자는 ‘닭 유’보다는 원래의 의미인 술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훗날 ‘물 수水=氵, 氺’ 부部를 더하여 ‘주酒(맥주麥酒, 청주淸酒, 탁주濁酒 같은 비교적 약한 술)’가 되거나 ‘마디 촌寸’ 부部를 더하여 ‘진한 술 주酎(대표적인 예로 ‘불사를 소燒’를 더하여 소주燒酎)’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酉’라는 부수部首의 활용은 술과 관련된 의미나 발효醱酵하여 만든 음식과 관련된 의미로 활용된다.
이렇듯 닭과 술이 전혀 관계가 없으므로 말하기 좋아하고 특히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닭과 술을 묶어 여러 의미를 연관시키려는 시도들을 하곤 한다. 이를테면, 닭이 잠자리에 들어가는 유시酉時(17:00-19:00시)에는 반드시 술을 먹어야 한다든가, 유시에는 닭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니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서 먹고 마시지 말아야 한다든가, ‘닭이 물을 넘기듯이 술을 먹어야 한다.’라는 뜻이므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하는 식으로 닭처럼 술을 마셔야 한다든가, 밤새도록 술을 먹다가도 닭이 울 새벽에는 술을 그만 마셔야 한다든가, 술을 아무리 마셨어도 닭이 우는 시간에는 거뜬하게 일어나야 한다든가, 일찍이 글자가 생길 때부터 중국인들은 ‘치느님(치킨+하느님의 합성어 : 맥주와 가장 어울리는 안주는 닭이므로 이는 거의 하느님처럼 숭배해야 한다는)’을 직관으로 알았기에 닭과 술의 상관관계를 이미 간파했었느니 한다든가, 심지어는 영어로 술 종류 중 하나를 이르는 칵테일cocktail(cock 닭+ tail 꼬리)을 가지고 말을 붙여 여러 술을 섞은 다음 술을 섞기 위해 저을 때 수탉의 꼬리 깃털로 저었으므로 이를 cocktail이라 하게 되었다든가, 싸움닭을 흥분시키기 위해 빵과 술을 혼합하여 닭에게 먹인 cock-ale(에일 맥주)에서 cocktail이라는 말이 기원하였다든가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말들은 한마디로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요 ‘낭설浪說’일 뿐이다.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마시고 하는 ‘주정酒酊’일뿐인 것이다.
대략 기원전 천년쯤 전에 이미 잠언은 “술은 빈정꾼, 독주는 소란꾼 그것에 취하는 자 모두 지혜롭지 못하다.”(잠언 20,1)라고 기록하면서 이를 내다보고 있었으니! ㅉㅉㅉ(20170315*이미지 출처-ilblogdienzobianchi.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