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이루신 우주의 모든 만물이 조화롭게 지내고 있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여기저기 바람이 불어 당신 수염을 쓰다듬듯이 은하수를 펼쳐놓은 모습이 하느님의 눈에 뜨였으며,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울려 퍼지는 우주의 교향곡들이 하느님의 귀에 들려왔고, 별들이 저마다 무한의 의미들을 창공에 새기고 있었다.
그렇게 만물의 경이로움을 보시던 하느님의 눈앞으로 마침 한 무리의 천사들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하느님께서는 거의 본능적으로 눈을 깜박거리게 되셨다. 하느님의 눈꺼풀이 아래로 닫히는 바람에 하느님의 눈앞을 지나던 그 천사들의 무리가 우수수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는데, 잠시 전까지도 하느님을 찬미하며 별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천사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불쌍하게도 커다란 공 같기도 하고 과일밭의 거대한 배 같기도 한 혹성의 표면에 자신들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란 별들이 ‘여기가 어디입니까?’ 하고 하느님께 묻자, 하느님께서는 ‘지구라는 별이란다.’ 하고 대답하셨다. ‘하느님, 제발 손을 펼치시어 저희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천사들이 청한 후,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에(하느님의 시간으로 ‘잠시’이니 사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니다. 너희들이 그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수천 수백 년을 두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내가 응답하려 했었지만, 그들이 이제까지 결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직접 사람의 모습을 하고 그들에게 답을 하려고까지 했으나 그것마저 모든 사람이 내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도 많은 세월이 흘러 수도 없이 많은 우상과 거짓 신들을 섬겨본 터이니, 어쩌면 이제 너희들의 말만큼은 들어줄지 모른다. 내가 몸소 내 모습을 본떠 창조했던 사람들을 찾아가거라. 온 세상 만백성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기쁨의 노래를 가르쳐 주고 그들 하나하나를 내 마음으로 사랑해 주어라. 이 사명을 다 완수한 뒤에 하늘에 돌아오너라. 그러면 내가 이곳 천상에서 큰 잔치를 베풀어 주겠다.’ 하셨다.
그래서 천사들은 열심히 온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그들이 사랑을 찾을 때마다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던 천사들을 정작 놀라게 한 것은 그 사람 중 많은 이가 자신이 천사라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중 많은 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 천사들이었는데, 땅에 떨어지면서 땅에 머리를 부딪혀 기억을 잃게 된 때문이었다.
그 천사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자기들의 마음에 새겨진 내용을 진지하게 살펴보면 자기들이 천사였음을 알 수 있을 터인데도 그러지 못한 채, 일과가 끝나고 자기 집 대문 앞에 앉아 지금까지 자기 生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고대하며 그저 하늘의 별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20100310*이미지 출처-영문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