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하느님께서 이성적인 피조물에게 끼치시는 초자연적 섭리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하신바, 모든 것은 다 사람들과 천사들의 구원을 위한 것이다. 이 면에 대해서도 하느님 섭리의 질서가 있으니, 성경과 옛사람들의 가르침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 섭리의 서열을 발견할 수가 있고 또 우리의 연약함을 빙자하여 우리는 그것을 말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영원으로부터 당신의 피조물들을 갖가지의 완전성과 다양성 있는 특질로 무수히 만드실 것을 미리 알고 계셨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통하여 주실 수 있는 모든 상이한 통교 중에서 당신 자신을 어떤 피조물과 일치 결합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고 보셨으며, 또 그 조물이 하느님의 신성 안에 주입되고 심어질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일치로씨, 더구나 사람이 당신의 무한하신 선성善性과 합일되도록, 특히 이 신성은 그 자체로부터, 그 자체에 의해서 피조물과의 통교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므로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피조물에게 통해 주시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안에는 영원으로부터의 한가지 본질적 통교가 있으니, 이로써 성부께서는 당신의 모든 무한하고 나누일 수 없는 신성을 성자에게 통해 주심과 아울러 성자를 낳으시고, 또 성부와 성자는 함께 성령을 발하시며 역시 그 고유한 신성을 통해 주셨으니 이처럼 최상의 감미로우심이 피조물에게도 아주 완전히 통해짐으로써 창조된 본성과 하느님이신 창조주의 신성은 각각 자기 본 고유성을 지탱하면서도 함께 결합되어 오직 동일한 한 인격이 되셨다.
그런데, 이 최고의 전능으로써 만들 수 있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 동일한 인간성을 선택함을 좋게 여기셨으니, 이 인간성이란 후에 실제로 하느님의 위격에까지 일치되었던 것이니, 곧 성자이시다. 하느님의 그 최고 전능은 저 인성人性에 비할 데 없는 영예를 베푸셨으니, 그것은 하느님의 엄위하심에 위격적 일치(Pessonelle, 위격적 일치는 하나가 되어 같은 위位로 대우받음을 뜻한다)를 함이었고, 이렇게 함으로써 영원히 이 인성은 하느님의 무한한 영광의 보배로운 탁월성을 통하여 그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행복을 위하여 우리 구세주의 거룩한 인성을 간택하신 후, 그 드높으신 섭리는 당신의 착하심을 당신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위격에만 제한시켜 베풀고자 하지 않으시고, 여러 조물에게도 쏟아부어 주시고자 하셨다, 그리고 당신이 창조하실 수 있으셨던 무수한 사물들 중에서, 인간과 천사들을 창조하시어 당신 아드님의 반려가 되게 하셨고 그 아드님의 은총과 영광에 참여케 하셨으며, 영원히 그 아드님을 흠숭하고 찬미케 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신 아드님의 인성을 이루어 내실 수 있으셨을 것이다.
그 아드님을 참 사람으로 만드시는 데 있어서 예컨데, 그의 영혼과 육신을 무無에서 창조하실 수도 있으셨겠고, 아담에서 하와를 내셨듯, 먼저 존재하고 있는 어떤 물질에서 그 육체를 내실 수도 있었겠으며, 일반적인 인간 탄생의 방법으로 하실 수도 있었겠으며, 끝으로 한가지는 남자를 모르는 여인에게서의 예외적인 방법의 탄생을 뜻하실 수도 있으셨는데 하느님께서는 맨 마지막 방법으로 당신의 일이 성취되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이 목적을 위하여 모든 여인 중에서 하나를 선정하셨으니, 바로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인 우리의 성모님이시며, 성모님을 통하여 우리의 구세주께서는 사람이 되셨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인간의 아기가 되셨던 것이다.
더욱이 이 거룩한 섭리는 우리 구세주를 위해서 자연적이고 초자연적인 모든 사물을 만드셨다. 이것은 인간과 천사들이 성자를 섬김으로써 그의 영광에 참여케 하기 위함이었다. 하여간 하느님께서는 자유의지를 지닌 천사들과 인간들을 창조하려 하셨는데, 이 자유는 선악을 마음대로 택할 수 있는 참된 뜻의 자유인 것이다. 하느님의 착하심에 의해서 그들이 모두 선과 영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드러내시려고 저들을 초성은혜와 과성은혜의 상태로 창조하셨으니, 과성은혜란 영원한 행복으로 향하게끔 그들을 배려하고 나아가게 하는 지극히 감미로운 사랑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이 지상至上의 예지는, 이러한 근원적 사랑과 당신 피조물들의 의지와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사랑이 의지를 강압하지 않고 오히려 온전한 자유를 허락하셨다. 그리하여 천사들의 일부가 고의로 거룩한 사랑을 중단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영광을 상실할 것을 예견하셨다. 그리고 천사들의 이 범죄는 유감이나 또는 무슨 핑계 댈만한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아주 명백한 악의로써 범죄하였으며 다른 대부분 천사는 자기들의 구세주께 항구한 봉사를 올리며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천사들을 창조하시는 데 있어서, 당신의 드넓은 자비에다 영광을 입히신 하느님은 당신의 정의도 크게 드러내시려고 의노의 격분으로 저 쓰라린 고통에 젖어있는 배신자들의 무리를 영원히 내버리시기로 결정하셨으니, 저들은 광폭한 반항으로 무례불측無禮不測하게도 하느님을 저버렸던 것이다.
하느님은 또한 첫 사람이 제 자유를 잘못 쓸 것을 미리 보셨으며, 은총을 중단시키고 영광을 상실할 것도 아시었으나, 배신한 천사들의 무리를 다루시듯, 범죄한 인간, 즉 그 인성을 가혹히 다루려 하시지는 않으셨다. 하느님은 이 인성의 하나를 택하시어 복된 당신 신성에 일치시키려 뜻하셨던 것이다. 그 자연 본성은 우둔하여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시편 78,39-참조. 제1권 18장), 즉 불어가면서 흩어져버리는 바람임을 하느님께서는 잘 보셨다. 또한 사악하고 타락한 사탄인, 악마가 그 첫 사람을 크게 유혹하여 멸망시킬 것도 보셨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오로지 한 사람의 잘못으로 멸망할 것도 보셨으므로 가엾이 여기시어 우리의 인성을 살리시고 당신 자비에 우리를 받아들이실 것을 결심하셨던 것이다.(위의 시편 구절과 함께 이 말씀으로써 주님의 강생의 신비에 대한 성인의 사상에 대하여 온갖 의심을 없애준다. 성인은 스코투스와 함께, 또 몇몇 다른 학자들과 함께 성 토마스의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 즉 인간의 타락이 없었을지라도 말씀이신 제2위 성자께서는 강생하실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 자비의 감미로움이 정의의 아름다움으로 꾸며지게 하시려고 가혹한 방법으로 인간을 구속하시려 결정하셨다. 그런데 당신의 아드님을 통해서가 아니면 이것이 성취될 수 없었으므로 인간의 구속자로 정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한두 가지 사랑의 행위로써 인간을 구하려 하지 않으셨으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의 수억 조 창생들을 넉넉히 다 또 완전히 구원할 수 있으셨겠으나, 그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실천과 또 고통스러울 수난과 죽으심, 더구나 미리 정하신 대로 십자가 위에 죽기까지 하셨고, 그리하여 당신이 가련한 우리들의 반려가 되기를 원하셨으니, 이는 장차 우리를 당신 영광의 반려자로 삼으시기 위해서였다. 이와같이 하느님은 위대하고 거창한 구속으로써 당신의 풍요로운 선량성을 드러내 보이셨으며 이로써 우리는 영광을 받는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하느님의 자비가 부족하다는 불평을 할 수 없게 만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