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클로스’라는 말이 교회력에서 12월 6일에 기념하는 미라Myra(오늘날 튀르키예의 뎀레Demre)라는 곳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오(St. Nicholas, 270?~341년경)의 선행과 기적 이야기들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성인은 선원, 상인, 가난한 이들, 회개한 도둑, 갱생한 매춘부, 어린이(착한 아이든 나쁜 아이든), 약사, 전당포 업자, 권투 선수(니체아 공의회 일화 관련), 어부 등의 수호성인이다.
그의 기적 이야기들로는 중세 전승에 따를 때, 사악한 도살자에게 살해당해 고기 파이가 될 뻔한 아이들을 구한 일, 세 명의 젊은 여성을 매춘의 삶에서 구출한 일, 기근 때 곡물을 배로 늘린 일, 배의 돛대 위에 빛의 후광으로 나타나 선원들을 항구로 안전하게 인도한 일 외에도 니체아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아리우스파(그리스도를 성부 하느님보다 신적 지위가 낮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주장)의 우두머리 아리우스를 때려눕혔다는 일화 등이 전해진다. (공의회는 주먹다짐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정통적인 이해에 있어서 성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래 미라의 주교였으므로 그의 유해는 미라에 모셔져 있었는데, 이 도시가 아랍의 침략을 받았을 때인 1087년 이탈리아 남동부 도시인 바리(Bari)에 경당을 지어 옮겨 모셨다. 많은 이의 방문이 뒤따르면서 유해가 이장된 해에 바로 대성당 건축에 들어갔고, 110년간의 건축 기간을 거쳐 1197년 성 니콜라오 대성당이 완성되었다. 아마도 교황 우르바노 2세(Urbanus II, 1088~1099년 재위)께서 기공식을 거행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성인은 보통 ‘바리의 성 니콜라오’로도 불린다. 1950년대에 성인의 유해가 담긴 유해함이 개봉되었을 때, 그 안에는 코가 부러진 약 5피트(152cm) 키의 남성 해골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니콜라오가 아리우스 이단의 수장인 아리우스를 때려눕히기 전에 아리우스가 오른쪽 잽을 한 대 날렸을지도 모른다) 오늘날까지도 터키 정부는 유해가 바리로 옮겨진 과정이 불법이라며 미라로 반환을 요청하여 논란이 되기도 한다.
교회 미술에서 성인은 그의 행적이나 기적과 관련해서 보통 주교 지팡이를 들고 주교관을 쓴 채 한 손에 자선금이 들어있는 주머니나 세 개의 황금 공이 놓인 성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세 개의 황금 공은 가난한 사람의 세 딸이 매춘의 길에 빠질 위험이 있어서 그들에게 밤중에 창문 너머로 던져넣어 건넨 세 자루의 금을 상징한다. 이는 또한 이를 현금화하는데 일조했던 전당포 업자들의 공통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성인은 전당포 업자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결국 이는 성인의 ‘은밀한 관대함’(성탄절에는 사람들의 관대함을 청하는 종소리와 자선냄비가 유행한다)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성인이 건넨 황금의 일부가 양말 속에 떨어졌다는 속설에 의해 성탄절에 양말을 걸어놓는 장식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흔히 보는 성인의 빨간색 복장이나 흰 수염의 모습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등장하던 모습이었는데, 이를 코카콜라 회사가 1931년에 광고로 성공시킨 여파라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빨간색은 코카콜라의 로고 색이며 하얀 수염은 콜라의 풍성한 거품을 연상시키려는 의도) 종교 개혁 이후 성인 공경에 대한 개신교의 비판과 가톨릭의 몽상, 그리고 세속주의와 상업적 이데올로기 등이 결합하면서 성인을 둘러싼 변종 신화들은 오늘날까지도 진화를 거듭한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를 구별하는 마법의 명단이나 악마 요정을 조수로 동반한다든가,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탄다든가, 심지어는 인공위성으로 그의 여정을 추적하고 여차하면 돈벌이를 위해 ‘산타 마을’을 조성하는 등등)
상업적 수단으로 변질된 이러한 성인의 모습 속에서도 성인의 축일쯤이면, 임박한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 속에서 구두쇠 스크루지에게 세 유령(과거, 현재, 미래)이 나타나 스스로 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비참한 미래를 막기 위해 그가 변화하도록 이끌었던 찰스 디킨슨(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년)의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도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