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와 미움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 by Giorgione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겪게 될 세상의 미움과 ‘박해’에 관하여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일찍이 산상설교에서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마태 5,11)고 하셨고, 또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민족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24,9 마르 13,13 루카 21,17)라고 제자들에게 분명히 일러주셨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며 겪는 박해를 자신의 삶으로 증언한 대표적 인물은 바오로 사도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을 모질게 박해하던 사울에게 “나를 왜 박해하느냐?” 하시고,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사도 9,4-5;22,8.29;26,15)라고 선언하셨다. 주님께서 당신 때문에 박해를 당하는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땅에 나뒹군 사울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남은 생애를 복음을 전하다 박해받는 사도가 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려는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2티모 3,12)라고 단언한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하는 특권을, 곧 그리스도를 믿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위하여 고난까지 겪는 특권을 받았습니다.”(필리 1,29)라고 고백하며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필리 3,10)라고 말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24)라며 자신의 사도적 삶을 밝혀준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그리스도 예수님의 훌륭한 군사답게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2티모 2,3 참조. 2티모 1,8)라고 당부한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과거에 교회를 박해했던 죄를 숨기지 않는다. “나는 하느님의 교회를 몹시 박해하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였습니다.”(갈라 1,13)라고 회개하며,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1코린 15,9)라고 자신을 낮춘다. 그러나 복음의 열렬한 사도가 되어서는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로마 8,35)라고 외치며, 어떠한 박해와 미움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고자 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복음 때문에 겪은 고난을 자랑으로 삼기보다, 부득이 스스로 토로해야만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2코린 11,23-28)라며 그의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밝힌다. 바오로의 증언은 그리스도인의 길이 비록 고난의 길일지라도 결코 헛된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며 겪는 세상의 박해와 미움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고난을 나의 몸으로 채우는 과정(참조. 콜로 1,24)으로서 영예이자 특권이다. 모든 이가 바오로 사도처럼 몸으로 고난을 겪지는 않더라도, 교회는 그렇게 고난받는 이들과 연대하며 위로하고 책임을 나눈다. 둘째, 세상의 박해와 미움은 그리스도인에게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사람들 앞에서 “증언할 기회”(루카 21,13)가 된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마태 10,32 참조. 루카 12,8)라고 하셨다. 셋째, 박해와 미움의 순간은 성령께서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루카 21,15)를 드러내시는 자리이다.

교회는 세상의 미움과 박해 앞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라고 하신 주님의 약속을 믿으며, 함께 기도하고, 함께 위로하며,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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