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

‘기름진 화요일’이라고 할까, 아니면 ‘잘 먹는 화요일’이라고 할까? 그리스도교의 사순절四旬節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재(灰, 재 회)의 수요일’ 전날을 부르는 서양말들이 있다. 이 말들은 영어로 Fat Tuesday라고 하며, 불어로는 Mardi Gras, 이탈리어로는 Martedì Grasso라고 부르고, 영국에서는 Pancake Day라고도 부른다. 영어로 재의 수요일 전前 3일을 가리키는 ‘Shrovetide’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은 대개 세상 사람들에게 익숙한 카니발Carnival 혹은 카르네발레Carnevale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참고로, 우리말에서 ‘카니발’을 검색하면 기아 자동차밖에 검색이 되지 않는다)

카니발은 12세기 라틴어의 carne levare 혹은 cane levale, 곧 remove meat(직역하면 ‘고기 제거’이나 ‘고기 끝’ 정도로 번역이 가능)라는 말이라거나, 통속적으로 라틴어의 carne vale, 곧 farewell to meat(고기 안녕)에서 온다거나, 라틴어의 carne라는 말이 영어의 flesh(동물의 살)도 뜻하므로 동물을 잡아서 제물을 드리는 사육제謝肉祭, 라틴어의 carnualia 등에서 오는 말로 생각할 수도 있다. 카니발은 어떻게든 동물의 기름진 살이나 음식과 관련이 있는 축제요 잔치인 셈인데, 이 말의 이면에는 ‘목욕재계한다’ 할 때의 재계齋戒의 시즌이요 단식의 절기, 곧 그리스도교의 사순절四旬節이 다가옴을 그 말 안에 담고 있다. 카니발에는 다른 한편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사순절에 금식禁食과 금육禁肉을 해야 함에 따라 고기, 버터, 치즈, 우유, 계란, 동물성 지방 등이 금지되므로 이러한 식재료를 버리거나 동물에게 되먹이는 대신 비축하고, 그 대신 다양한 종류의 빵이나 밀가루 음식 등 다른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대단히 세속적인 축제로만 자리를 잡아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면서 사순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한 카니발을 사순절의 시작 전 공식적인 전례나 교회의 관습인 양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이 날이 원래 교회의 전례적 절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된다. 세속적인 카니발이라는 말이나 보편적 흥행은 여러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 1893년 미국 시카고의 세계 박람회World’s Fair를 개최할 때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400주년을 기념하여 ‘컬럼비안 그랜드 카니발Grand Columbian Carnival’을 펼친다는 대대적인 광고(포스터 참조)와 함께 놀이기구나 동물 쇼, 자동차 쇼, 이동식 놀이 공원과도 같은 것을 가리키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루이지애나에서는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에 지내는 Fat Tuesday를 이미 1875년에 공휴일로 선포하기도 했다.

사실 중세의 그리스도교에서 어두운 사순절이 다가오기 전 문자 그대로 ‘육신적(육적肉的인)’인 즐거움을 위해 얼마간의 기간을 보내는 관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의 전례 주기에서 근본적인 사순절의 준비는 영적靈的인 준비를 하자는 데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어의 Shrovetide라는 말이 참회나 고백을 뜻하는 shrive라는 말을 담고 있으므로 사순절의 준비로서는 더 적합한 말일 수도 있다. 11세기의 문헌은 『사순절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 주간에 모든 신자는 고백 신부에게 가서 자신의 행실에 대한 죄를 고백하고, 이에 따라 고백을 들은 고백 사제는 사순절 동안 그 신자가 실천해야 할 보속을 준다.』라는 기록을 남긴다.(참조. 영문 wikipedia) 이를 반영하듯 18세기의 베네딕토 14세(1675~1758년, 재위-1740~1758년)께서는 재의 수요일 직전에 40시간 연속적으로 성체를 현시(40 Hours Devotion)하여 신자들이 기도하며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장려하기도 했다.(*이미지-alete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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