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월에 댓글 닫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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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기분이 가라앉고 다소 우울하듯 처지는 달이다. 많이 쓸 수 없는 달이다. 눈에 띄게 낮이 짧아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며 일교차가 커지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바람 따라 이리저리 어지럽다. 수선스러운 산만함 속에 언뜻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겨울의 동면冬眠을 위해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것만 같고 을씨년스러워진다. 엄벙덤벙 하루가 후딱 간다. 곱다 싶었더니 짧기만 한 단풍이 어느새 생기 없는 갈색으로 변하고 잿빛이 늘며, 뜨거움은 이미 언제인가 싶고 주변의 소음들이 잦아든다. 새벽은 이불을 좀 더 끌어당기게 하고, 이른 아침 사람들의 걸음이 종종거려지며, 어스름한 오후는 사람들의 퇴근을 재촉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도록 스산하게 한다. 가지에 높게 달린 노란 감 위에, 그리고 남은 초록빛으로 안간힘을 쓰는 풀밭에, 하얀 눈을 예고하듯 서리는 곧 내릴 것이다.

그래도 11월은 숨 고르기, 차분함, 설렘, 감사, 영원을 생각하는 달이다.

11월은 여름의 분주함과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숨을 고르는 달이다. 절제된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일깨움 속에 내면을 되짚어보면서 차분해지기 좋은 달이다. 뒤에 남은 달력이 한 장뿐이라는 허전함 속에서도 금세 다음 달 12월의 성탄과 새해맞이 축제로 한 해를 마감하라고 우리를 초대하는 미소와 설렘이 있는 달이다. 굳이 칠면조를 잡지 않더라도 함께 한 모든 것들과 사람들에게 감사하기에 좋은 날들이 있는 달이다, 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더 깊이 바라보면서 순간을 넘어선 영원 속의 나를 생각하는 달이다. 커피 한 잔을 놓고 코끝에 그 향을 느끼면서 한 번 더 유머의 멋스러움을 발휘해보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