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1-9)를 말씀하시고 이를 몸소 설명(마태 13,18-23) 하신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모든 비유의 어머니’ 격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못된 자식이든 좋은 자식이든 사랑하지 않는 법이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는 비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참 좋은 씨앗이요 풍성한 열매를 담고 있는 씨앗이자 열매를 맺지 않는 법이 없으신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길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좋은 땅이든,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나, 누구에게나 뿌려지는 분이시다. 인간을 사랑하시는 오직 사랑이신 하느님의 마음을 담은 비유이다. 인간 누구나 어느 처지에 있든 말씀의 씨앗이 떨어지는 땅이며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우리는 이처럼 좋은 씨앗이요 말씀이신 예수님과 그 씨앗이 뿌려지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각자의 마음으로 이 비유를 이해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봉헌 생활의 여정에서 우리 각자의 마음 밭이나 영혼의 ‘때’, ‘상태’로 이 비유를 이해해보는 것도 아름다운 묵상이 된다. 말씀의 씨앗이 뿌려지는 내 마음 밭이 이 사람 저 사람 소나 달구지가 오가는 길가였던 때나 상태가 언제였는지, 지금은 아닌지, 무엇인가에 모질게 딱딱해진 자갈밭의 때나 상태는 언제였는지, 산만한 온갖 잡초와 숨 막힐 듯한 가시덤불에 억눌린 때나 상태였던 적이 언제였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아울러 내 옆의 형제나 자매가 혹시 그런 때를 지금 지나고 있지나 않은지를 조심스럽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헤아려주는 것도 우리의 기도일 것이다.
지금 나의 마음 밭이, 혹은 내가 지금 살아가는 봉헌생활의 이 순간이 길가나 돌밭이며 가시덤불 속이라고 해도 은총이 함께 하시면 좋은 땅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주님께서는 좋은 밭이 되라고 오늘도 애써 땀 흘리며 우리의 마음 밭을 일구시는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