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보스코와 도미니코 사비오의 동행은 돈 보스코 편에서 도미니코 사비오를 성인聖人으로 만들고 싶었던 ‘성인 만들기’였고, 도미니코 사비오 편에서 돈 보스코처럼 되고 싶었던 ‘성인 되기’였다. 이는 성인들이 성인들을 서로 알아본 ‘거룩한 동행’이었다.(참조. 김건중, 마음의 일, 부크크, 2026년, 79쪽) 성덕을 향한 거룩한 동행의 이러한 여정은 돈 보스코와 도미니코 사비오처럼 스승과 제자만의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돈 보스코의 집이었던 오리토리오 안에서 함께 살았던 도미니코 사비오 성인과 4살 위 죠반니 마살리아Giovanni Massaglia처럼 또래 친구들 간의 성덕을 향한 우정의 관계와 여정이기도 하다. 우정 안에서 함께 성장해갔던 어린 소년들의 거룩한 동행은 살레시오회 안에서 더욱 확장해야 할 연구 영역이다.
이를 두고 돈 보스코의 10대 후계자이자 살레시오회의 총장이었던 앙헬 페르난데즈 아르티메Ángel Fernández Artim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저는 이것이 우리 아버지이신 돈 보스코와 관련하여 가장 덜 탐구된 측면이며, 우리 모든 살레시안에게 진정한 도전 과제라고 확신합니다. …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연구 성과가 있었지만, 저는 이것이 단순히 피상적인 연구가 아니라 진정한 카리스마적인 경험, 진정한 영적 아름다움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영적 우정의 역사를 복원할 수 있게 됩니다. 돈 보스코와 루이지 코몰로의 우정, 돈 보스코와 도메니카 마자렐로 수녀의 우정,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의 창립자인 도미니코 사비오와 죠반니 마살리아의 우정, 복자 아우구스투스 차르토리스키와 가경자 안드레아 벨트라미의 우정, 그리고 위대한 인도 선교사들의 우정말입니다. … (A cura di Pierluigi Cameroni, La santità anche per te! – In compagnia dei santi salesiani, Elledici, 2020년 3월, 264쪽)」
도미니코 사비오와 죠반니 마살리아(*아래 돈 보스코께서 직접 쓰신 <도미니코 사비오> 전기 우리말 번역에서는 ‘요한 마살라’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이곳에서는 이를 죠반니 마살리아로 통일하였다)는 발도코 오라토리오에서 함께 살았던 기숙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함께 걸어갔던 거룩한 성덕의 길이자 우정의 길을 간추려 연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만남의 전주곡(1838~1853년)
1838년 11월, 죠반니 마살리아, 마르모리토의 유복한 가정에서 출생.
1842년 4월, 도미니코 사비오, 리바 프레소 키에리에서 출생.
1853년 말, 몬도니오에서 두 소년의 첫 만남. 당시 도미니코는 11세, 마살리아는 15세. 마살리아는 도미니코에게 영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형’이자 신앙의 동반자가 됨.
2. 오라토리오에서의 꽃피운 우정(1854~1855년)
1854년 10월, 도미니코 사비오, 발도코 오라토리오 입회. 돈 보스코와의 운명적 만남.
1854년 말, 죠반니 마살리아 역시 오라토리오에 합류. 두 소년은 돈 보스코의 지도 아래 사제직과 성덕에 대한 갈망을 공유하며 더욱 깊은 우정을 쌓음.
1855년, 도미니코가 “저는 하느님께 드리는 옷감이고 싶습니다. 신부님(돈 보스코)은 재단사가 되어 주십시오”라고 고백할 때, 마살리아는 옆에서 그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도록 돕는 실제적인 조력자 역할을 함.
3.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 창립(1856년)
1856년 6월 8일, 도미니코와 마살리아를 중심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 창립. 이는 훗날 살레시오 수도회의 모태가 됨.(*도미니코 사비오 전기 우리말 번역에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회’라고 번역하고 있으나, 원래 이탈리아 말이 Compagnia dell’Immacolata Concezione이므로 이하에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로 통일하였다)
1856년 중반, 두 소년은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 친구들을 돕고, 서로가 성덕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감시자가 아닌 ‘사랑의 동반자’가 되어줌.
4. 이별과 약속(1856년 말~1857년 초)
1856년 5월 20일, 죠반니 마살리아, 폐결핵으로 선종(18세). 도미니코는 평생 처음으로 큰 슬픔에 잠겨 통곡함.
1856년 하반기, 도미니코는 마살리아가 남긴 작별 편지(“영원 속에서 영원한 친구가 되자”)를 가슴에 품고 그의 몫까지 기도하며 투병 생활을 견딤.
1857년 3월 1일, 건강 악화로 도미니코가 오라토리오를 떠나 집으로 향함. 돈 보스코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눔.
5. 하늘나라에서의 재회(1857년 3월 9일)
1857년 3월 9일, 도미니코 사비오 선종(15세). 임종 직전 “오, 정말 아름다운 것이 보입니다!”라고 외침. 이는 먼저 간 친구 마살리아가 자신을 맞이하러 온 환시를 본 것으로 해석됨.
※ 아래는 돈 보스코(요한 보스코)께서 직접 집필하신 <도미니코 사비오> 전기 우리말 번역에서 죠반니 마살리아와 도미니코 사비오의 거룩한 동행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을 옮겨와 수록한다.(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90-96.102-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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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
사비오의 일생은 실로 거룩한 성모님께 자신의 한평생을 바치는 신심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어느 때나 성모님을 공경할 기회를 놓쳐 버리거나, 헛되이 지나쳐 버리는 법이 없었다.
1845년 교황 비오 9세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다. 사비오는 이 위대한 사건의 영원한 기념품, 성모님에 대한 열절한 사랑을 학교에 남겼다. 사비오는 이렇게 말했다. “성모님께 꼭, 무엇인가를 해 드려야겠는데, 올바로 잘해 드려야겠는데, 시간은 별로 없고…”
그의 애덕은 반 친구들을 움직여 마침내 하나의 계획을 세우게 하였다. 사비오는 몇몇 친구를 불러 모아서 그 모임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친구회’라고 이름 지었다. 이 회의 목적은 살아 있는 동안과 특히 죽는 순간에 성모님의 도움을 입자는데 있었다. 그 방법은 성모님에 대한 공경을 널리 전하여 자주 영성체하는 것이었다. 1856년 12월 8일, 그 소년들은 서로 합의하여 규칙을 만들었다. 사비오가 죽기 9개월 전 일이었다. 그날 소년들은 성모 제대 앞에 무릎을 꿇었고 도미니코가 큰소리로 정성껏 규칙을 낭독했다. 이제 다른 이들도 이들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당시 이 회의 규칙을 적어 보고자 한다.
우리들(도미니코 사비오와 다른 아이들의 이름이 뒤따름)은 오늘(6월 8일)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를 모신 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우리를 온전히 봉헌하고, 성모님을 위해 성모님과 함께 끊임없이 일하길 약속한다. 우리의 일을 잘하고 성모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을 보존하고자 영적 지도 신부님의 동의를 얻어, 우리의 모범이 루이지 코몰로의 발자취를 따라 여기 성모님의 제단 앞에서 아래의 사항들을 지키기를 엄숙히 약속한다.
– 학교의 모든 규칙을 충실히 지킨다.
– 친구들을 도와주고 격려해 준다. 특히 좋은 표양으로 도와준다.
– 시간을 잘 활용한다.
이상 세 가지 우리의 의무를 잘 지키기 위하여 다음 규칙을 원장 신부님께 제출한다.
1. 우리는 무엇보다 웃어른을 온전히 신뢰하며 우리가 알 일을 정확히 수행한다.
2. 우리는 우선 본분을 다하기로 힘쓴다.
3.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함께 협력하여 반 친구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하고, 그들이 잘못하거나 또 필요할 때마다. 착실히 충고해 준다.
4. 매주 반 시간씩 회합을 갖는다. 성령께 기도드린 후, 간단한 영적 독서를 하고, 덕행과 신심에 있어 반성할 점과 앞일에 대하여 의논한다.
5. 서로의 잘못을 고쳐준다. 단, 지적은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
6. 온유하고 명랑하도록 노력하며, 서로 참아주고 말썽꾸러기들도 친구로서 받아들인다.
7. 어떠한 특별한 기도를 더하도록 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자는 자기의 본분을 다한 후에 남은 시간을 자기 영혼을 위해서 보내도록 할 것이다.
8. 그러나 이 같은 과제를 실제로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고해성사를 자주 하고, 주일과 의무 축일에 영성체하고, 9일 기도 때와 성모님 축일 때, 그리고 우리 주보 성인의 축일과 또 매주 목요일에는 무슨 중대한 일이 없는 이상 영성체를 한다.
9. 날마다, 특히 묵주의 기도 후에는 우리 회를 위하여 기도할 것이며, 성모님께서 언제나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도록 기도한다.
10. 매주 토요일에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영광을 위하여 특별한 신앙 활동을 한다.
11. 기도할 때에는 올바른 자세를 갖춘다. 또 복사를 설 때에나 교실과 자습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똑바른 자세를 갖춘다.
12. 하느님의 말씀을 보배로 여기고 지킨다.
13. 게으름이나 소홀함의 유혹이 오지 못하도록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14. 일을 마친 후에는 기도하거나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15. 식사, 수업, 자습 시간이 끝나면 언제나 휴식하기로 한다.
16. 우리의 윤리 생활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웃어른에게 알려드리기로 한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너무 자주 남에게 의지하고 부탁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학교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17. 식사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투정하지 않기로 하고, 남도 이같이 할 수 있도록 돕는데 힘쓰기로 한다.
18. 우리 회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먼저 고해성사와 영성체로써 자신을 깨끗이 한다. 그런 다음에 일주일 정도 준비 기간을 보내야 하며, 우리 회의 규칙을 충실히 조심스럽게 읽고, 하느님과 성모님 앞에서 약속해야 한다.
19. 새 회원이 입회하는 날은 회원 모두가 영성체하며, 언제나 인내하고 순종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덕을 그에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한다.
20. 우리 회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보호에 맡기며, 모든 회원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님의 메달을 몸에 지니기로 한다. 성모님에 대한 우리의 순수하고 한없는 신뢰심으로 그분의 도우심을 통해 모든 장애물을 이기고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남에게 대해서는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일에 있어 빈틈없이 생활한다.
21. 마지막으로 모든 회원의 마음에 ‘예수님과 성모님’이라는 이름을 각인하길 권유하는 바이며, 그뿐 아니라 각 회원의 책이나 물건 등에도 ‘예수님과 성모님’이라는 이름을 쓰기를 권한다. 우리의 이 규칙 중에서 원장 신부님이 읽어보시고 고치라고 하는 점이 있으면 즉시 순종하며 원장 신부님의 뜻에 따르기로 한다.
22. 성모님께서 이 회의 모임을 일으켜 주셨으니, 우리에게 강복해 주실 것이다. 우리의 노력을 보시고 기뻐하실 줄 믿으며, 우리의 바람에 강복하시고, 우리의 원수, 지옥의 사자가 일으키는 폭풍 속에서 우리를 당신의 성스러운 옷으로 감싸, 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실 것이다. 우리는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반 친구들을 격려하고, 우리의 웃어른들을 공경하며, 성모님의 자녀들을 사랑하도록 할 것이다. 만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으로써 장차 사제가 되게 해주신다면 우리는 온갖 힘을 기울여 그분을 섬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나약한 우리 자신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의 도우심에 맡길 것이며, 지상의 귀양살이가 끝나는 임종 때에는 성모님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하느님께서 온 마음을 다해 진실로 당신을 섬기는 자들을 위하여 마련해 놓으신 상을 받을 희망을 굳게 가지도록 할 것이다.
오라토리오의 원장 신부는 그들의 이러한 규칙을 한 번 살펴본 다음에 아래와 같은 것을 덧붙여 주었다.
1. 이 약속은 서원처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2. 이것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죄가 안 된다.
3. 회합에서는 각자가 어떤 착한 행동을 하기로 제안할 것이다.
4. 주간을 나누어서 날마다 영성체하는 사람이 있도록 회원을 배정한다.
5. 원장 신부의 허락이 없이는 어떠한 기도도 덧붙여 하지 못한다.
6. 이 회의 주요 목적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과 성체성사의 예수님께 대한 신심을 기르고 전하는 데 있다.
7. 이미 귀감이 된 ‘루이지 코몰로의 일생’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19. 또 다른 친구, 요한 마살리아
사비오와 요한 마살리아 사이의 우정은 아주 두터웠고 또 오래 지속되었다. 마살리아는 사비오의 고향인 몬도니오와 이웃한 마리모리토에서 온 아이였다. 그는 비교적 같은 시기에 사비오와 함께 우리 오라토리오에 왔다. 이 두 소년들은 모두 사제가 되기를 바랐고, 또 둘 다 성인이 되고자 했다.
어느 날 사비오가 마살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제만 되려고 한다는 것은 좀 어딘지 부족한 감이 들어! 하여간 사제다운 덕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되겠지?” “정말 그래. 내 생각에도 우리가 힘껏 애쓰면 하느님께서도 예수님을 위한 사제가 되도록 당신 은총으로 도와주실 거야!”
부활 대축일이 다가왔을 때, 이 두 아이는 열과 성을 다해 연 피정을 하였다. 피정이 다 끝나고 나서 사비오는 마살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마살리아, 우리 서로 아주 친하게 지내는 착한 친구가 되자. 영혼의 친구가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못하는 것이 있거든 서슴지 말고 알려줘. 또 네가 좋은 것을 잘하는 게 있거든 내게 말해서 같이하게 해줘.”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그러나 사실상 내가 네게 해줄 말은 별로 없지만, 네가 항상 나를 타일러 주고 고쳐주어야 할 점이 많을걸.” “얘, 그런 지나친 겸손은 그만두고 우리 서로서로 도와 나가자!”
이날부터 사비오와 마살리아는 더욱 친한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우정은 하느님의 사랑에 뿌리를 내렸으므로 아주 돈독하였다. 이 두 소년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려는 두 가지 일을 서로 경쟁적으로 해나갔다.
학년말 시험이 끝난 후 방학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방학 중에도 일부의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말미암아 기숙사에 남아 있었다. 마살리아와 사비오도 이런 아이들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내가 잘 알고 있었던 것은 그들의 부모님들이 방학 때가 되면 그들을 보고 싶어 하였고, 나 또한 방학 동안 집에 가서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방학인데 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웃으면서 대답을 하지 않아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왜 웃기만 하지?” 그랬더니 사비오가 대답하였다. “사실 부모님들이 저희를 보고 싶어 하시는 걸 알고 있어요. 저희들도 부모님을 뵙고 싶어요. 그러나 새가 새장 속에 있을 때에는 비록 자유는 구속되지만, 매의 발톱에 채여 잡힐 염려가 없잖아요. 새장에서 나가 제멋대로 날아다니면 잡아 먹힐 위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 둘 다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되어 집으로 가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내 말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순명해 집에 갔다가 올 날짜가 되자 곧 돌아왔다.
만약 마살리아의 덕행에 대하여 무엇을 써야 한다면, 이는 곧 사비오의 예를 되풀이하는 것과 같다. 그는 사비오의 덕을 본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이 좋아서 끝까지 공부하리라는 기대를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성직자 선발 시험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토록 열망하던 수련복은 불과 몇 달밖에 입지 못했다. 수개월 후 그는 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되었다. 본인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공부를 계속 하려 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걱정이 된 나머지 그를 고향으로 데려갔다. 건강은 쉬 나아지지 않았다. 몇 주 후 사비오는 마살리아의 편지를 받았다.
사랑하는 도미니코에게!
난 집에 며칠 동안만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학교에다 책이랑 필기구 등을 모두 두고 왔어. 그런데 병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완치될는지 의심스러워. 아무래도 일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나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더 아프기만 해.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얼마 지나면 다 알게 될 거야. 넌 내가 너와 떨어져 있고 또 오라토리오에서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 모를 거야. 여기서 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다만 한 가지 즐거운 것은, 우리가 서로 영성체 준비를 하던 그날들을 추억해 보는 것 뿐이야! 내 생각에는 비록 우리가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는 함께 있다고 생각해.
부탁이 하나 있어. 내 옷장을 열면 거기 노트가 있고 토마스 아 켐피스가 쓴 『준주성범』이라는 책도 있는데, 그것을 우편으로 부쳐주면 고맙겠어.
지금 난 기운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어떤 공부도 못 하게 해. 나는 그저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병이 나아서 내 친구들을 다시 볼 수가 있을까? 이 병으로 내가 그냥 죽는 건 아닐까?’ 하고 혼자서 생각을 하곤 해. 하느님께서만 아실 테지. 나는 주님의 뜻에 따르도록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되거든.
도움 줄 이야기가 있거든 좀 적어서 보내 줘! 네 건강 상태는 지금 어떤지 궁금해. 기도할 때 나를 좀 생각해 줘. 특히 영성체할 때 주님 안에서 더욱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줘. 이 세상에서 우리의 우정을 오래오래 누리지 못한다면, 천국에 가서는 영원히 누리게 될 거야. 친구들에게도 안부 전해 줘. 특히 성모회 회원들에게 말이야.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빌며….
너의 벗, 죠반니 마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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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오는 마살리아가 부탁한 물건을 보내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동봉했다.
사랑하는 죠반니 마살리아에게!
편지를 받고 너무 기뻤어. 난 너의 병이 꼭 나으리라고 믿고 있어. 네가 떠난 후에 우리는 너를 위해서 어떤 기도문을 바쳐야 할지 잘 모르고 있었어. 네가 부탁한 것을 보냈으니 곧 받게 될 거야. 너는 토마스 아켐피스의 『준주성범』을 아주 좋아하는구나. 정말 그 책은 좋은 책이야. 그런데 그 저자도 이제 죽은 옛사람인 것을 기억하자. 그가 이야기한 것을 잘 이해하려고 할 때 그는 다시 살아나. 그 책을 잘 읽어보고 실천하도록 해 봐.
넌 또 여기서 우리와 함께 기도하지 못하는 것을 퍽 안타깝게 여기는 모양인데 사실 그럴 거야. 나도 언젠가 집에 있게 되었을 때, 지금 네 말처럼 꼭 그랬으니까 말이야.
난 지금 매일 성체조배를 하고 있어. 어떤 친구를 끌어들여 착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준주성범』 외에 나는 『미사의 숨은 보배』라는 포르모리스의 성인, 레오나르도가 지은 책을 읽고 있어. 너도 한번 읽어봐.
넌 병이 나아서 오라토리오에 돌아오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말이야. 나도 몸이 점점 허약해져서 머지않아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될 것 같고, 내 생명도 다 된 것만 같아. 그러니 우리 서로 착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서로 기도해 주기로 하자. 그리고 나하고 약속해. 우리 중에 누구든지 먼저 천국으로 가는 사람은 나중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해 두고 손을 내밀어 끌어 올려 주도록 말야!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은총 속에 지켜 주시고 빨리 성인이 되도록 도와주실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둘 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이 오라토리오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네가 빨리 병이 나아서 오라토리오에 돌아오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네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는구나. 그럼 이만 줄일게.
너의 벗, 도미니코 사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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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 마살리아의 병은 처음에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그의 병은 다 나은 것처럼 보이다가 재발하였다. 마침내 그는 죽음의 창가에 눕게 되었다. 방학 기간 중 죠반니에게 영적 지도를 해주던 그의 본당 신부는 이렇게 증언하였다.
“죠반니는 임종 전에 주님의 은총으로 병자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죽자마자 천국으로 바로 갔습니다.”
사비오는 벗의 죽음을 온전히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였지만 매우 슬퍼하며 며칠간 울었다. 천사와 같은 해맑은 그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진 것을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의 유일한 위로는 마살리아를 위해 기도하는 것과 그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을 수도 있었다. “죠반니, 너는 가비오하고 지금 천국에 같이 있겠지! 나는 언제 너희와 같이 천국에 있게 될지 모르겠어.”
사비오는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 기도 속에서 항상 죠반니 마살리아를 기억했다. 그는 복사를 설 때나 또는 기도할 때나 언제나 착한 친구를 기억하였기 때문이다.
죠반니 마살리아의 죽음은 사비오의 섬세한 마음에 아주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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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반니 마살리아와 성 도미니코 사비오의 거룩한 우정의 동행을 기려 이를 간직하고자 역사와 유산의 보존, 기념사업 등 많은 시도가 있다. 이와 관련한 웹사이트로 다음 링크를 볼 수 있다. https://www.massagliaesavio.altervist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