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모니카와 고백록

St. Monica by Luis Tristán de Escamilla, 1616년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루이스 트리스탄 데 에스카미야(Luis Tristán)의 작품 <성녀 모니카>를 바라보면, 방탕한 아들을 위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깊은 주름이 패인 한 어머니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 눈물의 어머니에게도 청춘의 꽃다운 시절이 있었을까 싶지만, 아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하며 스스로도 성인의 길을 걸었던 성녀 모니카에게도 엄연히 혈기 왕성하던 젊은 날이 있었다.

놀랍게도 성녀 모니카는 젊은 시절 한때 음주 습관에 깊이 젖어 있었으며, 오늘날 알코올 중독자들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이들의 ‘수호성녀’로 모셔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성인의 어머니이기 전에 인간적인 약함에 휘둘렸던 이 뜻밖의 대목에 대해, 그의 아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고백록>에 다음과 같이 성찰과 감사의 기록을 남겼다.

※ 함께 읽기: 성녀 모니카(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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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가 어떻게 술버릇에서 헤어났는가

이것은 당신의 여종이 자기 아들인 저에게 들려준 얘기입니다만 그에게 술버릇이 들었답니다. 부모님이 그이가 술을 안 마시는 아가씨인 줄로 여기 으레 하듯이 술통에서 포도주를 따라오는 일을 시켰습니다. 높은 데 있는 술의 마개를 열고 대접으로 술을 내려 순포도주를 단지에 붓기 전에 입술 끝으로 조금씩 핥아먹었더랍니다. 그 이상은 비위에 거슬려서 못 마셨답니다. 그 까닭을 든다면 취하고 싶은 욕심에서가 아니고 그 또래들이 하듯 도가 넘치는 객기에서였답니다. 이 정도야 장난기로 잠시 드러났다가 어른들의 압력으로 짓눌려 치기 어린 마음에서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조금만’에다 나날의 ‘조금만’이 보태지면서, 작은 것을 무시하는 자는 조금씩 망하는 까닭에, 그이는 조그만 잔들에 순포도주를 거의 가득 채워 홀짝홀짝 들이킬 정도의 습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 주님, 저희 위에서 눈 뜨고 지켜보시는 당신의 의약이 아니고서야 숨은 질병에 그 무엇이 효험을 내겠습니까? 아버지나 어머니나 유모들이 없더라도 당신께서는 계십니다. 창조하신 분이 당신이시고 부르시는 분이 당신이시고 손윗사람들을 시켜 영혼의 구원에 선한 일을 행하시는 분도 당신이십니다. 저의 하느님, 그때 당신께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 버릇에서 어떻게 치유하셨습니까? 어떻게 낫게 하셨습니까? 그때 당신께서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마치 당신의 숨겨진 비방에서 나온 수술칼처럼, 모질고 날카로운 욕설이 튀어나오게 하셨고, 단 한 번의 칼질로 그 종기를 도려내지 않으셨습니까? 늘 함께 술광으로 오가던 여종이 한번은 작은 아씨와 흔히 하듯이 그야말로 일대일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에 그 죄상을 까발려 그이를 아예 ‘모주망태’라고 부르면서 아주 혹독한 조롱을 퍼부었던 것입니다. 그 말에 찔리고 나서 그이는 충격을 받았고 자기의 보기 흉한 점을 되돌아보고서는 그 짓을 스스로 나무라고 당장 벗어던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아첨하는 벗들이 저희를 망치듯이, 욕하는 원수들이 사람을 바로잡아 주기도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원수 노릇한 사람들에게 당신께서 갚아주실 때는 그들을 통해서 당신께서 이루시는 바를 두고 갚아주시기보다 본인들 무슨 의도로 했느냐를 두고 갚아주십니다.

성을 낸 저 하녀는 작은 아씨의 버릇을 고쳐 주기보다는 골려주려는 속셈이었을 테고, 말싸움 벌일 만한 때와 장소를 은근히 벼르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그 버릇을 너무 늦게 알렸다가는 도리어 자기 처지가 곤란해질까 보아 그랬는지 둘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께서는 천상 사물들과 지상 사물들 모두의 통솔자이시고, 여울의 깊은 흐름도 파란만장한 세기들의 흐름도 질서 있게 당신의 소용대로 휘돌리시는 분이시므로, 다른 영혼의 광기를 이용해 또 다른 영혼을 낫게도 하십니다.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누군가를 바로잡아 주고 싶어 하다가 자기 말로 인해서 바로잡힌다면, 그 성과를 자기 능력에 돌리지 말라는 뜻에서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성염 역, 경세원, 2016년, 327-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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