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성 요한과 7음계

6계명의 창시가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 대축일(6월 24일) 기념 성무일도 제1저녁기도 찬미가의 첫 대목에서 유래한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귀도 다레쪼Guido d’Arezzo(990년경~1050년)는 이탈리아의 아레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사가 되었고 후에 원장이 된다. 탁월한 음악이론가이며 악보의 기보법과 시창視唱 방법을 개발하였다.…귀도의 기보법 또한 독창적인 것으로서 4선 악보이다.…귀도는 위와 같은 4선 악보에 처음으로 계명階名을 붙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도Do 레Re 미Mi 파Fa 솔Sol 라La 시Si의 도Do 7계명이다. 원래 첫 계명은 도Do가 아니고 우트Ut인데 Ut는 현재 불란서에서만 쓰고 있다.…귀도가 제정한 6음계 이름은 성 요한 세자 탄생 축일 저녁기도인 제2만과경晩課經 중 찬미가에 나오는 가사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Ioannes. 성무일도서에 실린 우리말 번역문은 ‘세례자 요한이여 들어주소서. 위대한 당신 업적 기묘하오니 목소리 가다듬어 찬양하도록 때 묻은 우리 입술 씻어주소서.’이다.(교회전례음악, 1993년, 제2장 가톨릭 교회음악사에서 부분 발췌 인용에 덧붙임 *이미지-aleteia.org)』

***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교회는 요한의 탄생일을 축일로 지냅니다. 성인 중에 이렇게 탄생일을 축일로 지내는 분은 없습니다. 탄생일을 축일로 지내는 분은 두 분 뿐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와 요한 세자입니다. 이 축일을 강론 없이 그냥 보낼 수 없습니다. 이 축일의 신비가 요구하는 만큼 설명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요한은 나이 많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그리스도는 나이 어린 동정녀에게서 탄생하셨습니다. 요한의 아버지는 요한이 태어나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으므로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자신으로부터 그리스도가 나오시리라 믿었으므로 신앙 안에 주님을 잉태하셨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말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 능력의 부족과 시간 관계로 우리 모두 이 깊은 신비를 제대로 캐내지 못한다면, 내가 없어도 여러분 안에 말씀하시는 분께서 더 잘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분을 경건히 생각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분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요한은 신약과 구약을 나누는 경계선입니다. 주님 친히 이것을 증언하십니다.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마태 11,13) 요한은 구약을 대표하고 신약을 예고합니다. 요한은 구약의 대표자로서 나이 많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신약의 예언자로서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예언자로 선언되었습니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어머니의 태중에서 기뻐 뛰놀았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태어나기 전부터 예언자로 간택되어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보시기 전부터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미약한 이해력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입니다.

그가 마침내 태어나 자기 이름을 받았을 때, 그 아버지의 혀는 다시 풀렸습니다. 이 사건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 보십시오. 즈카리야는 주님의 선구자인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말할 능력을 잃어 침묵을 지켰고 요한이 태어나고서야 다시 입을 열 수 있었습니다. 즈카리야의 침묵은 무슨 뜻을 지니고 있습니까? 그리스도께서 복음 전파를 시작하시기 전까지 감추어져 있던 예언이 그 침묵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예언의 대상이 도착하려고 할 때 비로소 그 감추어진 예언의 내용이 드러났습니다. 요한이 태어날 때 즈카리야의 입이 열리는 것은 이런 뜻을 지니고 있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성전 휘장이 갈라진 것도 이런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때 요한이 자기 사명을 전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면 즈카리야가 다시 입을 열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외치는 소리”가 태어났기 때문에 즈카리야의 입은 풀리게 되었습니다. 요한이 주님의 오심을 전하고 있을 때 “당신은 누구요?”(요한1,19.22)라는 질문을 받고,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1,23) 요한은 하나의 “소리”이고 주님은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계신 “말씀”이십니다. 요한은 잠시 외치는 소리이고, 그리스도는 태초부터 계시는 영원한 말씀이십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강론Sermo 293,1-3: PL 38,1327-1328’-6월 24일 성 요한 세자 탄생 대축일 성무일도 독서기도)

One thought on “세례자 성 요한과 7음계

  1. 와, 도레미의 기원이 ㆍ ㆍ ㆍ 처음들어보는 전율이 이는 이야기 입니다. 이 세상 거의 모든 노래가 세례자 요한을 찬양하는 데에 기원을 두는 음계로 되어있다니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