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교황 레오 14세의 첫 번째 사회회칙인 「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가 발표되었다. 교회의 공식 번역이 아직 없으므로 여기서는 ‘위대한 인류’로 옮겼다. 혹자는 ‘고귀한 인류’라든가 ‘장엄한 인간성’이라고 이미 옮긴 이들도 있다. 참고로 라틴어의 magnifica는 ‘위대한, 장엄한, 찬란한’ 등의 뜻을 지니고 있고, humanitas는 ‘인간성,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께서는 산업화로 인해 찢겨나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교회가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반포한 바 있다. 그리고 정확히 135년이 지난 2026년 5월 15일, 교황 레오 14세가 회칙 ‘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 서명했다. 시대의 배경은 달라졌지만, AI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현대 인류에게 그 절박함만큼은 전과 다름없이 엄중하다.
문서는 신학적으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문서의 공식적인 교회의 번역이 나오기 전이지만, 교황님의 회칙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하여 일종의 요약본처럼 각 장에서 전하는 몇몇 내용을 소개한다. 교황청 공식 사이트 https://www.vatican.va/ 에서는 여러 언어로 이를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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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두 개의 도성, 하나의 선택
레오 14세 교황은 두 가지 성경적 이미지로 포문을 연다. 바로 ‘바벨탑’과 ‘느헤미야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예루살렘의 재건’이다. 전자는 인간의 오만과 획일성으로 가득 찬 프로젝트인 반면, 후자는 느리지만 공동체적이며 하느님께 뿌리를 둔 작업이다. 회칙 전체가 이 선택의 기로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는 지금 효율적이고 강력하지만 인간성을 말살하는 ‘바벨탑’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한 장 한 장 인내하며 ‘예루살렘’의 공동선에 기초한 도성의 벽돌을 쌓아 올리고 있는가?
제1장: 살아있는 전통
교황은 레오 13세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가 시대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그 사회교리의 궤적을 추적한다. 그 흐름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출발해 핵전쟁, 환경 붕괴, 그리고 글로벌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져 왔다.
레오 14세 교황은 기존의 가톨릭 사회교리를 단순히 AI라는 대상에 대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황은 AI가 사회교리의 기존 범주들을 내부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복음에 충실하면서도 교리의 전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회칙 17항: “인공지능은 […] 단순히 연구해야 할 또 하나의 주제나 관리해야 할 일시적 위기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사회교리의 범주들을 내부에서부터 뒤흔들며, 복음에 대한 충실함 안에서 그 교리들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청하는 하나의 거대한 전개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제2장: 변치 않는 원칙들(사회교리의 토대와 원리)
이 장에서 회칙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둥들을 재확인한다. 인간의 존엄성, 공동선, 보조성의 원칙, 연대성, 사회 정의, 그리고 전인적 인간 발전이 그것이다. 늘 접해온 익숙하고 견고한 토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레오 14세 교황은 가톨릭의 오래된 경제 윤리 원칙인 ‘재화의 보편적 목적(universal destination of goods)’의 범주 안에 알고리즘, 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특허권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킨다. 데이터는 일개 기술 기업의 사유재산이 아니며,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이의 것’이라는 선언이다.
회칙 67항: “오늘날 보편적으로 모든 이에게 주어지도록 예정된 재화 안에는 특허, 알고리즘, 디지털 플랫폼, 기술 인프라, 그리고 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부가 지식과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재화들이 적절한 공유와 접근에서 나눔의 형태 없이 소수의 손에만 집중된다면, 이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새로운 불균형을 창출하게 됩니다.”
제3장: AI인 것과 AI가 아닌 것
이 장은 이번 회칙의 교리적 심장부라 할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AI가 결코 인간의 지능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짚고 넘어간다. AI는 데이터를 처리할 뿐이다. AI는 감정을 느끼거나, 고통을 받거나, 사랑을 하거나,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다. AI는 공감을 ‘흉내(시뮬레이션)’ 낼 수는 있어도 그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인간의 삶을 좌우할 권한을 AI에게 넘겨주려 할 때, 이 차이는 엄청나게 중요해진다.
교황은 AI의 ‘무장 해제(disarming)’를 촉구한다. AI를 지정학적·상업적 무한 경쟁의 논리와 독점적 통제에서 해방시켜, 인류 문화의 다양성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칙 110항: “저는 제 마음에 늘 품고 있던 표현인 ‘무장 해제’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AI를 무장 해제한다는 것은 오늘날 군사적 맥락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적·인지적 현상으로까지 번진 ‘무장된’ 경쟁 심리로부터 기술을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경쟁은 지정학적 혹은 상업적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점점 더 강력한 알고리즘과 더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차지하려는 군비 경쟁을 낳고 있습니다.
무장을 해제한다는 것은 기술적 힘이 곧 통치할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한다는 가정을 거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기술을 배척하자는 말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입니다. 기술을 독점적 통제에서 풀어내어 사회적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그리하여 기술을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며 인류 문화와 삶의 방식의 다양성 속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과업은 단순히 윤리적이거나 기술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의 공동의 집(지구)에 새로운 차원이 더해진 것이기에, 가장 깊은 의미에서의 ‘생태학적 과업’입니다. AI는 이미 우리가 몰입해 있는 환경이자 우리가 맞서야 할 힘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는 반드시 무장 해제되어, 모두를 환대하고,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제4장: 변혁의 시대에 인간성 수호 – 진리, 노동, 자유
제4장은 가장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가짜 뉴스와 민주주의의 위기, 자동화로 인한 노동의 변화, 경제적 압박 속에서 취약해진 가정,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 그리고 AI 공급망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 착취 문제를 조밀하게 파고든다.
현대적 노예제와 디지털 경제를 다루는 대목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과거 교회가 노예제라는 인류의 비극에 역사적으로 공모했던 사실에 대해 교회의 이름으로 ‘공식 사과’를 전한다. 미래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문서의 한복판에서 드러난, 교회의 놀라운 제도적 겸손의 순간이다.
회칙 176항: “시간이 흐르며 성숙해진 오늘날의 도덕적 기준으로 과거의 사건들을 시대착오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와 교회가 노예제라는 이 재앙을 규탄하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는 점 또한 부인하거나 축소할 수 없습니다. 고대와 중세에 수많은 개인은 물론 심지어 교회 기관들조차 노예를 소유했습니다. 근대 초기에 이르러서도 로마 사도좌는 군주들의 요청에 부응하여 여러 차례 인적 종속 및 특정 사례에서의 ‘이교도’ 노예화를 규제하고 정당화해 주었습니다. 노예제에 대한 공식적이고 절대적이며 보편적인 단죄가 명확하게 표명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 교황 레오 13세 치하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제5장: 힘의 문화와 사랑의 문화
마지막 장은 ‘전쟁’의 문제를 다룬다. 교황의 어조는 거침이 없다. 군사비 지출은 치솟고 있고, 윤리적 마지노선은 무너지고 있으며, AI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비인격적으로 사생결단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톨릭의 전통적인 ‘정당한 전쟁 이론(just war theory)’이 이제 수명을 다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자율무기(살상용 드론 등)와 하이브리드 전쟁이 판치는 세상에서 과거의 교리적 틀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으며, 오직 외교와 대화, 다자주의만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길이라는 지적이다.
회칙 192항: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엄격한 의미에서의 자위권(self-defense)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그동안 온갖 종류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너무나 자주 오용되어 온 ‘정당한 전쟁’ 이론이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졌음을 명백히 재확인해야 합니다. 인류는 인간의 생명을 증진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훨씬 더 효과적이고 유능한 도구들, 곧 대화와 외교, 그리고 용서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무력과 폭력, 그리고 무기의 사용은 관계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며, 이는 언제나 민간인들에게 참혹한 재앙이라는 결과만을 초래합니다.”
결론: 느헤미야가 남긴 교훈
회칙은 실천적인 행동 강령과 함께 막을 내린다. 진리에 충실할 것, 교육에 투자할 것, 가상 공간을 넘어 실제적인 인간관계를 가꿀 것, 그리고 정의와 평화를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 교황께서 마지막에 다시 상기하는 이미지는 팔소매를 걷어붙인 채 예루살렘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다시 쌓아 올리는 느헤미야의 모습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가톨릭 신자들의 참된 자화상이어야 한다고 우리를 초대한다. 교황은 희망의 노래 마니피캇, 곧 성모님의 노래로 기도와 함께 245항에 이르는 회칙을 마감한다.




AI
대전교구 전사제 AI 연수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마친 이후, 즉시 원문이 제 손에 들어와 급한 마음으로 통번역 보다는 AI를 조금 안다는 죄명을 뒤집어 쓴 제가… 보고서를 부랴부랴.. 만들어 가톨릭 교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배포한 상황이 생각납니다.
이제 좀 더 정교하고 신학적인 Touch가 가미된 글을 읽으니… AI가 세상에 숨쉬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저의 동물적 감각으로 *위험성*을 감지해 교회 안에서 15년 가까이 울부짖던 과거가 주마등처럼…지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교회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의 결과물을 보고 다시금 하느님께 감사 그리고 모든 영광 되돌리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번 교황 성하의 회칙의 백미는… AI의 핵심은 ‘Modeling design’인데, 교회 내 그 *모델*을 성서 속 느헤미아로 박제를 해 두었다는 사실을 여기에 살포시…남기고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Rev. 벤쥐~~~ !! Thanks mil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