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서 성모님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성경 구절

바오로 사도는 성모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던 사도이지만, 신약성경에서 성모님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최초라고 볼 수 있는 구절은 의외로 바오로 사도의 서간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갈라 4,4)라는 구절이다.

바오로 사도는 서기 35년경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으며 40~60년경 사이에 선교활동을 벌이다가 64~67년경 순교하였다. 바오로가 남긴 서간문 중 하나인 갈라티아서는 서기 48~55년경 에페소나 코린토에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오로 사도의 갈라티아서 문장이 마리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며, 마리아 신학을 전개하는 맥락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드님이 참으로 인간으로 태어나셨음을 강조하는 그리스도론적 선언이면서도 그리스도께서 “여인에게서” 태어나셨음을 밝혀준다. 따라서 이 구절이 예수님의 어머니를 전제하는, 현존하는 신약 문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증언인 셈이다.

이렇게 그저 “여인”으로 소개된 성모님의 구체적인 출신 가문이나 이름, 상황이 밝혀지는 성경 구절은 좀 더 후대에 쓰인 것으로 알려지는 마태오복음(70~85년)이나 루카복음(70~90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루카복음은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루카 1,26-27)라는 구절 등에서 마리아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출신이며, 다윗 집안 요셉과 약혼한 상태이고, 처녀이고, 아론의 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엘리사벳과 친족관계(루카 1,36)에 있었으며, 혼인 전 성령으로 잉태한 상태(루카 1,35 마태 1,18)였고, 출산 당시 베들레헴으로 이동(루카 2,1-7)하였다는 사실들을 보여준다.

마리아를 둘러싼 모든 스토리는 하느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마리아에게 “보내신”(루카 1,26)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천사를 ‘보내신다’ ‘파견하신다’ 할 때 사용되는 ‘보내신다’라는 말은 ‘아페스탈레ἀπεστάλη(←동사 아포스텔로ἀποστέλλω)’이다. 영어에서 사도들을 가리켜 ‘Apostles’라고 표기하는 말의 신학적 개념이 성모님과 관련한 사건 안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하느님에게서 파견을 받은 천사가 성모님께 와서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파견하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게 되었으며, 성모님 자신이 이제 하느님의 파견을 받은 자, 성령을 입어 하느님의 사명을 완수하는 자가 되신다. 그렇게 루카복음의 ‘아포스텔로’라는 동사가 성모님 사건 안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성모님이 사도적 존재의 원형으로서 파견과 응답의 첫 모델이시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성모님께 천사를 ‘보내신’ 그 순간, 인간에게로 향한 하느님의 파견이 시작된다. 그 파견이 역사 안에서 육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여인이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말씀이 세상에 오시기 위해서는 먼저 한 사람 안에 머물러야 했고, 마리아가 바로 그 머묾의 자리였다. 마리아야말로 실로 사도직을 가능하게 했던 최초의 응답이다.

※참고로, 예수님께서 보내시고 파견하신 열두 사도를 가리키는 ‘아포스톨로스(ἀπόστολος)’라는 말은 마태오, 마르코, 요한복음서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루카복음과 사도행전, 그리고 바오로 서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로써 바오로와 바오로의 제자이며 동역자로 볼 수 있는 루카의 문서에 압도적으로 이 단어가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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