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 앞에서

당신께서는 저희 육신이라는 연약하고 불안정한 이곳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하루하루가 불러일으키는 안타까움과 갈증 안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황량한 곳에 태어나 저희 인간처럼 살기로, 항상 때늦은 시간의 무게만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단편적인 시간 속에 살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가 살아가는 부질없는 재(灰)의 소용돌이, 불확실과 피곤한 딜레마의 흐름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당신께서 저희를 찾아오신다면 그것은 저희가

구유 만들기

가장 결정적인 구유는 일상의 삶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을 낯선 이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친구로 맞이하는 것. 가장 정성스러운 구유는 우리의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의 끝이 아니라 탄생의 시작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가장 필요한 구유는 어려움에 부닥친 이에게 용기를 주어 희망의 싹을 틔우도록 하고, 의심이나 불신, 더는 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믿음의 자리를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