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전

예루살렘 성전은 예루살렘 성전 산(유다교에서는 모리야 산, 이슬람에서는 알-하람 알-샤리프로 부름)에 세워진 유다교의 총본산으로서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항상 중심이었다. 성전 건립의 역사는 필리스티아인에게 빼앗긴 계약 궤(1사무 4,3)를 되찾고, 다윗 왕이 이를 예루살렘에 모신 다음(2사무 6장) 건립을 추진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전의 건립은 다윗 왕의 뒤를 이은 솔로몬 임금에 의해서 기원전 10세기 중반, 전통적으로는 957년경에 완공된 것으로

죽음의 춤

우리말로 ‘죽음의 춤’ 혹은 ‘죽음의 무도舞蹈’라고 불리는 표현이 있다.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라틴어 ‘코레아 마카배오룸(Chorea Machabæorum)’, 불어 ‘라 당스 마카브흐(La Danse Macabre)’, 독어 ‘토텐탄츠(독어. Totentanz)’ 등으로 불려온 이 말은, 인간이 절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불가피성과 대체 불가능성, 그리고 예외 없는 보편성을 넘어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저항과 그 저항의 부질없음을 일깨우기 위한 예술적 알레고리이자

양극화와 신앙

오늘날 사람들은 소식·사건·사고·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접할까? 신문이나 라디오, TV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하여 2025년 2월 3일에 발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이신문 뉴스 이용률은 9.6%, 라디오 뉴스 이용률은 6.6%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에서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각각 72.2%를 보인다. 이렇게 사람들은 전통 매체로부터 인터넷 기반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조사들 역시 다수(80%대)에 달하는 성인이 자신의

알고리즘 시대의 신앙

2025년 8월 말, 타임지(Time)가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100 Most Influential People in AI)>을 발표했을 때, 그 이름들은 예상 가능했다. OpenAI의 샘 알트만, NVIDIA의 젠슨 황, xAI의 일론 머스크. 이 목록은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며, 기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CEO, 연구원, 기업가, 정책 입안자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명단 한가운데에 놀라운 이름이 등장했다.

꼰대는,

꼰대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반反 꼰대의 미덕 12항) 1. 대화 중에 내가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내심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말로 드러낼 지혜도 늘어나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노년은 경청의 덕인 ‘이순耳順(60세)’이 지난 나이다. 긴 세월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입보다 귀에서 드러난다. (경청은 노년기의 관계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유구한 가톨릭교회의 역사 안에는 다양한 성인이 있고, 각 성인의 삶에 비추어 관련 있는 인간사나 세상사를 위해 ‘수호성인’을 지정하여 성인들의 도우심과 전구傳求를 청하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어 기적적으로 되찾은 ‘시편 주해서’ 때문에 분실물을 찾아주는 수호성인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1195~1231년)이고, 학업 성적 때문에 신학교 입학에 어려움을 겪었으므로 수험생들의 수호성인은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1603~1663년)이며, TV가 없던 시절이지만 성인이 매우 아파

니콜라 푸생의 “가을”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1594~1665년)은 17세기 프랑스 최대의 화가이며 프랑스 근대 회화의 시조라고 불린다. 그는 생애 말년인 1660년~1664년 사이에 구약성경의 일화들을 주제로 4계절 연작을 그린다. 푸생은 예순다섯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면서 화가로서는 치명적인 손 떨림과 함께 정교한 붓놀림이 어려운 상황을 무릅쓰고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 하는 중에 자기 인생을 4계절로 회고하듯 그렸다. 그는 구약성경의 일화들을 4계절의 주제로 선택했다. 봄은

기계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2025년 9월 19일 오전에 일어난 일이다. 어떤 글을 읽다가 미국의 유명한 여성 작가인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1925~1964년)의 <Mystery and Manners>에서 인용했다는 글 한 대목을 보고 이 책이 한국말로 번역되어 있는지 궁금하여 Google Gemini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번역본들의 책 목록과 출판사를 알려주세요」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답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 내용은 정교하게

오늘날의 순교

황제의 숭배를 강요했던 고대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는 공개적인 처형이나 화형, 맹수의 밥으로 던지는 등의 잔혹함 자체였다. 형세가 역전되던 중세 유럽에서는 이단을 척결한다는 소위 종교 재판이 국가의 정치적 목적과 결탁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종교적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20세기가 되면서는 “종교가 아편”이라고 규정한 공산주의를 비롯하여 이상한 이데올로기들이 등장하면서 종교 활동이 제한되거나 파괴되었고, 종교인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거나 쥐도

그레고리안 성가

그레고리오 1세 교황님(Gregory I, 590~604년 재위)의 이름을 따서 그레고리안 성가라고 불리는 ‘Gregorian Chant(영어)’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전례 음악이며, 주로 라틴어(때로는 희랍어)로 불린다. 원래 단선율 음악으로서 자유로운 리듬과 곡조 아래 말의 억양을 따라 물이 흐르듯 말씀을 노래하고, 경건하고 명상적인 분위기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목소리만으로도 기도를 노래하면서 전례에 참석하는 이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다. 많은 이가 그레고리오 교황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