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스코의 교육 · 이성理性

새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던 제민(가명)이라는 열다섯 아이가 있었다. 전형적인 사춘기의 제민이 어느 날 가출했다. 서울 신림역 근처에서 아는 형과 누나들에게 빌붙어 2주간 여를 지내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애를 태우던 아빠에 의해 가출 소년의 형편없는 길거리 모습으로 꾀죄죄하게 집에 돌아왔다. 3일을 지내더니 다시 가출했고, 이번에는 또다시 2주일 만에 제민을 아끼던 선생님에 의해 발견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이 아빠의

‘침묵의 성모님’

그리스도교 영성과 침묵에 관한 코스나 강좌를 개설하여 10여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카푸친 수도회의 에밀리아노 안테누치Emiliano Antenucci 신부에 의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까지 소개되어 바티칸에 소장되게 된 아이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성서와 함께’를 통하여 <침묵의 성모>라는 소책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에밀리아노 신부는 “침묵은 혁명입니다. 침묵은 말이 진정으로 태어나는 자궁입니다.”라고 말한다. 오랜 침묵을 살았던 토머스 머튼 역시 “침묵은 우리 내적 생활의

사랑 자慈-정의와 자비

‘사랑 자慈’라는 글자를 풀어헤칠 때 글자의 윗부분을 ‘검을 현玄’이 두 개 겹쳐진 모습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풀 초艹=艸’와 ‘실 사絲’가 합쳐진 글자로 볼 것인지는 중요하다. 정답은 후자로서 ‘무성할/이 자玆’와 ‘마음 심心’이 결합한 글자가 ‘사랑 자慈’이고 그 뜻은 사뭇 깊다. ‘무성할/이 자玆’에는 인간의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 기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실, 혹은 실타래요 그 실이 되기 위한 누에고치가 담겼다. 정리하면, 풀처럼 무성하고 누에고치처럼 사랑스러움을 품은 마음이 바로 ‘사랑

홀로 꾸는 꿈은 많은 경우에 꿈 그대로 남거나 허상, 망상, 상상, 공상, 환상으로 남는다. 그러나 누군가와 그 꿈을 나누면 많은 경우에 그 꿈은 현실이 된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도 꿈을 나누면서 실제로 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청소년들의 아버지요 스승이며 친구인 돈 보스코 역시 수많은 아이와 꿈을 나누면서 오늘날의 살레시오회가 있게 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산상설교(5-7장)에서 예수님께서

마태 15,21-28(연중 제20주일 ‘가’해)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마태 15,21)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리상으로 보면 예수께서는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마태 14,34)에 계시다가 그곳을 떠나 이스라엘 땅을 거의 벗어나 국경 지역으로 이동하신 셈이 된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물러가신” 경우는 예수님을 따르던 군중이나 사두가이나 바리사이 등과 같은 이들의 논쟁으로부터 잠시 멀어지시기 위함이거나 따로 기도하시기 위함이었다.(참조. 마태 4,12;12,15;14,13;15,21 마르

마태 14,22-33(연중 제19주일 ‘가’해)

지난주는 원래 연중 제18주일이었으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과 겹쳤으므로 교회의 자상한 배려로 축일의 복음을 들었다. 그러나 연중 제18주일의 복음을 묵상했다면, ‘비유의 장’인 13장의 비유들을 넘어 주님께서 “외딴곳”에서 “오천 명가량” 되는 수많은 군중에게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시어 “배불리” 먹이셨다는 말씀(마태 14,13-21)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군중들은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외딴곳”으로 떠나신 것을 알고 겐네사렛 호수의

세계 청년 대회(World Youth Day)

‘세계 청년 대회(World Youth Day)’는 세계의 모든 가톨릭 청년들과 관심이 있는 모든 청년들(18~39세)이 함께 모이는 국제 대회이다. 故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주창하여 1984년 이탈리아 로마를 시작으로 올해 포르투칼의 리스본까지 2, 3년 주기로 개최되어 왔다. 수십 만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들어 일주일 정도의 일정을 함께 나누며 마지막 파견 미사는 교황님께서 집전하신다. 다음

빈센트

* 노래의 배경이 된 프로방스의 여름은 우리의 여름처럼 습하지는 않지만, 몹시 뜨겁다. 그래서 뜨거운 날 생각나는 노래이다. 흔히 <Starry, starry night>이라는 제목으로 잘못 알려진 곡의 원래 제목은 “Vincent”이다. 나로서는 한때 자주 들러야만 했던 뉴욕 뉴 러셀New Rochelle 출신, 1971년 히트곡 <American Pie>로 잘 알려진 돈 맥클린Don McLean(1945~)이 같은 해에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담아 노래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는 ‘듣는 소리’의 시대로부터 ‘보는 소리’의 시대로 넘어와 살고 있다. 집집마다 집의 중심이었던 트랜지스터라디오와 작별한지는 모두가 아주 오래전이다. 뒷면에 복잡한 선들이 오가고 둥글고 긴 여러 개의 진공관이 신비스럽게 붉은 반점을 품고 있던 부잣집의 진공관 앰프, 손으로 태엽을 돌려주어 일정 시간을 돌던 축음기, 바늘이 미세한 금을 긁어 음반의 마지막이 되면 자동으로 원래의 자리로

매미 선蟬

숲길을 가는데 갑자기 몇 걸음 앞서 길바닥에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매미 한 마리가 막 허물을 벗고 나오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매미를 벌 같은 다른 곤충이 공격했나 싶어 유심히 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미는 거푸집을 끌고 서둘러 응달의 숲으로 몸을 피한다. ‘한사코 옆에 붙어 뜨겁게 우는 사랑’ 같은 매미(참조. 안도현, 매미)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뜨겁도록 쨍쨍하게 햇볕이 내리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