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1,28-32(연중 제26주일 ‘가’해)

복음의 전후 맥락으로 보아 예수님께서는 바야흐로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을 마치셨다. 예수님께서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도성에 제자들과 함께 군중의 환영을 받으며 입성하시며 “다윗의 자손”이신 메시아이심을 알리셨고(마태 21,1-11), 성전에 들어가셔서 기도하는 집이 되지 못하게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모두 쫓아내시고”,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는구나” 하시며 야단치셨고(마태 21,12-17), 상징적으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즉시 말라버리게” 하셨다.(마태 21,18-22) 이러한

몽골과 교황의 만남

2023년 9월 1일부터 교황 프란치스코는 4박 5일의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하였다. 이는 2천 년 가톨릭교회의 역사에서 교회의 수장으로서는 역사적인 첫 방문이었다. 신자 수 1천 5백이 채 안 되며 몽골 현지인으로서는 2명의 사제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황의 방문은 그 의미가 사뭇 깊다.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앞서 8백 년쯤 전 유럽 대륙은 전혀 알지 못하던 동양의 몽골인들을 엉뚱한

그렇게 살다 보면……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든 문제에 관하여 그 문제를 열쇠로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들처럼 문제 자체로 인내롭게 사랑해보도록 기도합니다. 주어지지도 않을 해답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아직 살아보지 않은 문제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문제들을 지금 살아내십시오.……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는 순간에 그

예수님께서 만난 여성들

유다교의 배경 안에서만 바라본다면, 예수님께서 당시의 여성들을 대하시는 모습은 가히 파격적이고 몹시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여성들을 만나셨는지에 관한 내용을 풍부하게 기록해준다: 남편 잃고 아들만 믿고 살다가 아들을 잃고 슬피 울던 과부를 가엾이 여긴 예수님께서는 그 아들을 되살려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셨다.(참조. 루카 7,11-17) 오빠가 죽게 생기자 급하게 연락해온 두 자매의 슬픔에 서둘러 일정을 조정하신

소통할 소疏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소통의 원활함을 위한 문명의 발달 과정일 수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그리고 무엇인가와 소통해야만 살 수 있고 소통을 위해 사는 ‘소통하는 인간(호모 커뮤니칸스, homo communicans)’이다. 2000년에 제작·개봉되었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무인도에 떨어진 뒤 살아남기 위해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리고 계속 그와 대화하면서 홀로인 자신을 극복한다. 오늘날 각종 SNS를 비롯하여

청소년의 성덕聖德과 성화聖化의 가능성에 관하여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구박사님(Google)께 영어로 가톨릭교회의 성인聖人 숫자를 물으면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1만 명 정도’라고 대답하고, 우리말의 ‘goodnews’라는 사이트는 성인의 목록으로 6,330명을 수록한다. 성인들에 관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내가 찾아낸 사이트로서 그래도 가장 권위가 있게 여겨지는 CatholicSaints.Info에서는 15,777명의 가경자‧복자‧성인들의 명단을 보유한다. 그중 어린이 성인들 143명의 명단을 따로 제공하는데, 이들 대다수가 정결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 교황 강론(1984년)

“순교자의 영웅적 증거 열매 맺어” “그리스도는 영광에 들기 위하여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지 않았느냐?”(루가 24,2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들은 이 귀절은 예수께서 제자 중 두 사람하고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길을 가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못 알아 뵙고 낯선 사람에게처럼 이 며칠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마태오의 부르심(9월 21일)

공관복음은 하나같이 열두 사도(참조. 마태 10,1-4 마르 3,13-19 루카 6,12-16) 중 하나였던 세리 마태오의 소명을 전한다.(참조. 마태 9,9-13 마르 2,13-17 루카 5,27-32) 마태오의 부르심 장면을 생각하면 곧잘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삼았던 카라바지오의 마태오 관련 3부작(마태오의 소명, 마태오의 영감, 마태오의 순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들은 로마에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나보나 광장 근처)라는 성당에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지오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3~1610년)는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멀지

환대

람페두사라는 섬이 있다. 2023년 9월 17일의 한국일보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입국하는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다. 이달 11~13일 유입된 난민만 약 8,500명으로, 섬 인구(약 6,000명)보다 많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발 난민에게 ‘유럽행 관문’으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 난민이 폭증했다.」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는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즉위하신 뒤

마태 20,1-16(연중 제25주일 ‘가’해)

지난주 경축 이동 전례가 아닌 연중 제24주일의 복음을 따른다면, 자기가 받은 엄청난 은혜요 자비, 그리고 용서를 그대로 갚지 못하는 불충한 이의 비유(마태 18,21-35)를 들은 뒤 이번 주에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 자비의 또 다른 비유 하나를 듣게 된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하느님 자비의 행위가 인간의 행위에 대한 대가가 아니며, 또한 인간의 셈법을 뛰어넘고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