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3,1-12(연중 제31주일 ‘가’해)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율법 교사” 등과 몇 번에 걸친 논쟁과 의견 다툼을 가지셨다.(참조. 마태 21,23-22,46) 이런 일들이 있고 나서 예루살렘에 머무시는 마지막 시기 동안 예수님께서는 최종적으로 종말에 관한 말씀을 하시기 전에 또 하나의 긴 연설을 하신다. 이 연설의 내용은 당신에게 시비를 걸어 왔고, 당신을 시험하려 들었으며, 중상모략을 통해

사이 간間

‘사이 간間’은 ‘문 문門’과 ‘날 일日’이라는 글자가 합해진 것이다. 門의 작은 틈 사이로 햇빛(日)이 비쳐 들어오는 것을 나타내면서, ‘사이’ ‘시간의 틈’ ‘동안’이라는 뜻으로 이쪽에서 저쪽까지의 사이를 말한다. 원래 이 글자는 문門 가운데에 ‘달 월月’을 쓰거나, ‘밖/바깥 외外’를 쓰기도 하였다. ‘달 월月’을 쓰게 되면 말 그대로 달빛이 문틈 사이로 비치는 것이고, ‘밖 외外’를 쓰면 밖으로부터 틈을

예수님의 소년 시절과 돈 보스코의 오라토리오

4복음을 통틀어 루카복음 2장 41-52절만이 ‘예수님의 소년 시절’이라는 소제목 아래 단편적이나마 유일하게 예수님의 사춘기와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절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그런데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살레시오회 안에서 나는 이제껏 이 대목에 관한 살레시오적인 주석이나 묵상, 혹은 문헌을 접한 적이 없다. 분명 내가 무지한 탓으로 아직 이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살레시오회 안에서 아이콘처럼 회자하였을 법한 이 대목이

살레시오회와 예방교육

우리가 코비드의 와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몇 개를 예로 들어보라 할 때, 그중에는 ‘예방’ 혹은 ‘예방 접종’이라는 말이 우선순위에 들지 않을까? 우리는 그 말들을 지겹게 들었고, 아직도 듣고 있으며, 거의 매일 그 말들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거듭 접한다. 주변에서 ‘예방의학豫防醫學’이라는 말도 곧잘 듣는다. 이를 영어로는 preventive healthcare 또는 prophylaxis라고 한다. 이는 『개인 또는 특정 인구집단의

돈 보스코의 교육 · 사랑(아모레볼레짜amorevolezza)

두려웠던 길고도 긴 ‘코비드 19’의 터널을 지나왔으면서도 어느새 다 잊었다. 코비드 팬데믹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다정스럽게 어울리던 광경에 석연치 않은 경계의 눈초리를 무의식으로나마 심었고, 친구들을 잠재적인 감염자로 대하면서 선생님에게서나 친구들에게서나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는 일상을 살게 했다. 부모 역시 자녀들에게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아이들은 내면에 쌓이는 공격성과 외로움,

모든 성인 대축일(11월1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모든 성인 대축일을 거행하지만, 이 축일을 두고 마치 완벽한 생애, 항상 올바르고, 정확하며, ‘고지식하기까지’ 한 삶을 살았던 형제와 자매들을 기념하는 것으로 잘못된 인상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복음은 이렇게 ‘완벽한 거룩함’으로 비치는, 마치 거룩하게 그려지는 성인들의 상본을 그들의 신분증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에 정반대되는 내용을

마태 22,34-40(연중 제30주일 ‘가’해)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고, 성전에서 상인들을 내쫓으신 사건(마태 21,12-17)이 있었던 뒤에,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 바리사이, 사두가이 등 소위 기득권층이나 지도자들과 논쟁이 벌어진다. 이러한 논쟁 끝에 “예수님께 감히 묻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다.”(마태 22,46) 그렇지만, 이러한 논쟁은 예수님께 수난과 죽음을 향한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때 벌어진 논란은, ① 예수님의 권한(21,21-46) ② 세금-주민세의 납부(22,15-22) ③ 부활 여부(22,34-40)

성 요한 바오로 2세(10월 22일)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성 요한 바오로 2세 등 희망이 보이지 않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다른 한편에서 멋진 성인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사는 행운을 누린다. 10월 22일은 우리나라에 오셔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 땅에 입 맞추셨으며, 이 땅의 성인 성녀들의 시성식을 거행하시기도 하셨던 성 요한

동행(엘리와 사무엘)

구약성경에는 사무엘기와 열왕기라는 책이 있다. 오늘날에는 사무엘기 상·하권과 열왕기 상·하권으로 부르지만, 옛날에는 열왕기 1·2·3·4권으로 불렀던 책들이다. 현재의 사무엘기는 2사무 21-24장을 떼어 놓고 보면 연대순으로 이어져 있다. 그중 첫째 부분은(1사무 1-7장) 사무엘이 태어나서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부터 이스라엘의 구원자, 대판관이 되기까지 그의 생애를 들려준다. 택시를 타면 백미러 거치대에 혹은 버스 운전석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와 함께 무릎

성 루카 복음사가(10월 18일)

루카는 대단한 통찰력과 지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하느님의 계시를 명확성과 아름다운 필치로 전한 복음사가이다. 전승과 초기 교부들인 에우세비우스와 히에로니무스 등에 따를 때 시리아의 안티오키아(현재 튀르키예의 안타키아) 출신이다. 이곳에서 전교하던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의 영향을 받아 복음사가 중에서는 유일한 이방인 개종자가 되었을 것이다. 성 마르코의 좋은 친구이자 성 바오로의 전교 여행에 절친한 동반자였다. 51년경에 있었던 사도 바오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