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죄罪

(Homo incurvatus in se) 성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죄”의 본질은 하느님을 향해 열린 존재여야 마땅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굽어지고 휘어져 자아중심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상태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본성이 진정한 자아가 아닌, 하느님 계시는 곳이 아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 곧 자기 중심, 내향적 폐쇄, 자기 갇힘 상태로 설정되어있는 것으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러한 죄 이해를 바탕으로

연중 제28주일 ‘다’해(루카 17,11-19)

루카 복음사가는 9장 51절부터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오르시는 여정을 기록하면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오르시는 길)”(9,53;13,22;17,11;19,28)이라는 표현으로 이를 묘사한다. 그 세 번째에 해당하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루카 17,11)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참고로, 루카복음은 즈카르야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분향을 하는 모습으로 복음 기록을 시작하고(1장), 태어나신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에서 봉헌한 이야기, 예수님의 소년기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신애론(13)

제18장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우리의 자연적 경향도 무익하지는 않다 만일 우리가 본성적으로는 하느님을 만유 위에 사랑할 수 없다면, 사랑하려는 그 자연적 경향은 왜 있겠느냐? 본성이, 우리에게 줄 수 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자극함은 무익하지 않겠느냐? 만일 그 값진 물을 우리가 마실 수 없도록 하셨다면 왜 우리에게 그 물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하셨겠는가? 테오티모여, 하느님은 우리에게 얼마나 착하게

꼰대는,

꼰대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반反 꼰대의 미덕 12항) 1. 대화 중에 내가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내심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말로 드러낼 지혜도 늘어나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노년은 경청의 덕인 ‘이순耳順(60세)’이 지난 나이다. 긴 세월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입보다 귀에서 드러난다. (경청은 노년기의 관계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가을, 10월

9월은 가을의 문턱이다. 9월이 들어서면서 도무지 떠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물러나고 있다는 것을 심리적 안도감으로 느꼈다. 9월은 영어로 끝이 ‘~ber’로 이어지는 달들(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의 시작을 알렸다. 어린 시절 영어를 배우면서, 가을을 autumn이라 하기도 하고 fall이라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던 묘한 이중성처럼, 가을은 본디 두 얼굴을 지닌 계절이다. 한 해의 절반이 꺾여

연중 제27주일 ‘다’해(루카 17,5-10)

예루살렘으로 오르시는 여정 동안 예수님께서는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으시거나 당신의 행동이나 말씀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으셨고, 때로는 기도하시기도 하셨다. 이 여정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일반적인 제자들, 어떤 경우에는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과 어우러지셨고, 또 다른 경우에는 당신의 측근이랄 수 있는 열두(루카 6,13;9,1) 제자들, 그리고 복음을 선포하라고 파견하시는 이들, 말 그대로 문자적인 의미에서 ‘아포스톨로이ἀπόστολοι, apóstoloi(보냄을 받은 이들)’, 나아가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유구한 가톨릭교회의 역사 안에는 다양한 성인이 있고, 각 성인의 삶에 비추어 관련 있는 인간사나 세상사를 위해 ‘수호성인’을 지정하여 성인들의 도우심과 전구傳求를 청하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어 기적적으로 되찾은 ‘시편 주해서’ 때문에 분실물을 찾아주는 수호성인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1195~1231년)이고, 학업 성적 때문에 신학교 입학에 어려움을 겪었으므로 수험생들의 수호성인은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1603~1663년)이며, TV가 없던 시절이지만 성인이 매우 아파

니콜라 푸생의 “가을”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1594~1665년)은 17세기 프랑스 최대의 화가이며 프랑스 근대 회화의 시조라고 불린다. 그는 생애 말년인 1660년~1664년 사이에 구약성경의 일화들을 주제로 4계절 연작을 그린다. 푸생은 예순다섯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면서 화가로서는 치명적인 손 떨림과 함께 정교한 붓놀림이 어려운 상황을 무릅쓰고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 하는 중에 자기 인생을 4계절로 회고하듯 그렸다. 그는 구약성경의 일화들을 4계절의 주제로 선택했다. 봄은

연중 제26주일 ‘다’해(루카 16,19-31)

지난 주일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8)에 이어서 루카복음 제16장에 자리한 ‘부富의 사용’에 관한 두 번째 비유 ‘부자와 가난한 라자로의 비유’를 오늘 복음으로 듣는다. 1. “어떤 부자…라자로라는 가난한 이” 비유는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루카 16,19)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어떤 부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대신 그의 사치와 그에

기계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2025년 9월 19일 오전에 일어난 일이다. 어떤 글을 읽다가 미국의 유명한 여성 작가인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1925~1964년)의 <Mystery and Manners>에서 인용했다는 글 한 대목을 보고 이 책이 한국말로 번역되어 있는지 궁금하여 Google Gemini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번역본들의 책 목록과 출판사를 알려주세요」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답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 내용은 정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