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12)

3571. 당신 눈에 저를 살아 있게 하려고 저를 두고 여러 해를 두고 울었던 어머니인데, 임시로 저의 눈에 죽었다고 제가 제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그토록 조금만 울었다고 비웃을 일은 아닙니다. 그보다도, 그 사람이 만약 커다란 애덕을 갖추고 있다면 본인이 나서서 어머니 대신 저의 죄를 위해서 당신 앞에서 울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 그리스도의 모든 형제들에게 아버지 되시는 당신 앞에서 울어주어야 할 것입니다.(나의 죄과를 두고 하느님 앞에서 울어달라는 부탁이다)(9-12.33)

3572. 저희가 신뢰를 갖고 당신 앞에 한 자리를 얻으리라는 소망을 품는 것은 죄악을 당신께서 사정없이 캐묻지 않으시는 까닭입니다.(9-13.34)

3573. (은총 이전에 인간이 은총을 받을만한 자 없고, 공로를 인정받을 선행이야 은총에 의해서가 아니면 우리 안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느님이 우리 공로에 화관을 씌어 주신다면야 당신 선물에 씌우시는 것 외에 다름아닙니다.-Epistulae 194,5)

3574.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담은 우리의 빚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서 없애버리셨습니다”-콜로 2,14)

3575. (대속론代贖論의 근간은 하느님의 지존한 권위가 인간들의 범죄로 손상되었으므로 무죄한 이가 죄인들을 대신해서 속죄제를 바쳐야만 했다는 히브리 종교사상)

3576. (교부는 대개 은총이 도달하는 통로나 의식을 가리켜 성사聖事sacramentum을, 인간 지성이 도달하는 신적 경지를 가리켜 비의秘義mysterium이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쓰기도 한다.)

3577. 저를 아시는 분이시여,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려져 있음과 같이 저를 알고 싶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의 평생에 걸친 진리 탐구는 이 첫 문구 ‘하느님,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conoscam te’와 뒤이어 나오는 ‘저를 알고 싶습니다conoscam me’로 간추려진다. 1코린 13,12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저를 온전히 아시듯 저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참조)(10-1.1)

3578. 주님, 당신의 눈에는 인간 양심의 심연(abyssus humanae conscientiae-‘양심-의식-내부에는 거대한 광야가 있어 인간 누구도 다 건너지 못하고 다 살피지 못한다.’-Sermones 47,23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에 1000번 넘게 나오는 단어 conscientia는 양심, 의식, 심지어 인식까지 가리킨다)…제가 저한테 당신을 숨길 수는 있지만, 저를 당신께 숨기지는 못합니다.(10-2.2)

3579. 사람이란 남의 사생활에 관해 호기심 많은 족속이면서도 자기 삶을 바로잡는 데는 게으른 족속(10-3.3)

3580. 은총으로 자기 연약함을 스스로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연약한 사람 모두가 그 은총으로 강한 사람입니다.…제 고백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가 누구인지, 이것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귀가 제 마음속까지 다다르지는 못하며, 어디까지나 제 마음속에서라야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저입니다.(10-3.4)

3581. (저들의 오른손은 간계의 오른손-시편 143,7-8 참조)

3582. 제가 저를 손가락질해서 보여 주겠습니다.…저의 선업은 당신의 업적이자 당신의 선물이며, 저의 악업은 저의 죄악이자 당신의 심판입니다.(10-4.5)

3583. 제가 저를 두고 손가락질해 보이겠습니다. 제가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이미 누구인지, 또 아직 누구인지(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미’ 용서받은 몸quis iam sum이요, 그 은총으로 ‘아직도’ 용서받아야 할 몸quis adhuc sim임을 현재동사로만iam sum, adhuc sim 유려하게 표현하였다) 가리켜 보이겠습니다.(10-4.6)

3584. 그래도 당신께서는 성실하셔서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유혹을 받게 놓아두지 않으시고, 저희가 버틸 수 있게 유혹과 함께 벗어날 길도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희망은 있습니다.(1코린 10,13 참조) 그러니 저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를 고백하게 해주시고, 저에 대해서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고백하게 해주십시오.(10-5.7)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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