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욱하던 아침 안개가
언제이냐 싶게 사라지듯,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흔적 없이 마르듯,
하늘의 조각구름들이
바람에 휙 자취를 감추듯,
눈서리 위에 찍힌 기러기 발톱 자국들이
스르르 흐트러지듯,
새가 차고 오른 호수가
상관없다 잠잠하듯.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사람들 곁을 떠나고
세상을 떠난다.
내가 없어도
햇빛이 그대로이고
풀들이 그대로이며
하늘이 그대로이고
서리 녹은 땅이 그대로이며
호수도 그대로이다.
새 한 마리 날아오르면
새는 자취 남기고 싶은 뜻이 없고
호수는 그림자 남겨둘 마음이 없다.(20100804)
* 아침 안개가 유달리 자욱했다. 늘 그렇듯이 캐나디안 구스들이 몇 백 마리 풀밭에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까지는 눈이 귀한 올겨울 얼마 전 조금 내린 눈 위에 떼지어 내려앉아 엉망진창으로 발자국을 남기더니, 다음날은 밤새 불던 바람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돈되었다. 소동파蘇東坡(1094~1147년)가 동생에게 보내던 글귀로 배웠던 ‘설니홍조雪泥鴻爪’를 두고 술이 한참 취해 썼던 옛글이 생각났다. 거위가 기러기이고 기러기가 거위여서 피식 웃었다. 귀국을 결정하고 Rockland 한인들과는 마지막일 것이기에 10년도 넘는 세월 전에 쓴 글을 읽어 작별 인사로 대신했다.(20220105 *이미지-구글, 캐나디안 구스)



우설이
내가 없어도
삼라만상은
여여하고.
우린 모두 나그네 새처럼
세상에 잠시 왔다
훌훌 떠나나 봅니다.
훌훌 털고
가볍게 살고 싶어지는
멋진 시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