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4)

3460. 악인들이 불안하여 당신께로부터 도망치게 놓아두십시오. 당신께서도 ㄱ들을 지켜보고 계시며 그림자를 알아보십니다.…자기들을 지켜보시는 당신을 안 보겠다고 도망쳤고, 당신께서 지으신 것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눈멀어 당신께 거역하겠다고 도망쳤습니다.…제가 당신을 찾고 있었을 때 저는 대체 어디 있었습니까? 당신께서 바로 제 앞에 계셨는데도 저는 저 자신한테서도 떠나 있었고 또 저 자신도 찾지 못한 처지였으니 무슨 수로 당신을 발견했겠습니까!(5-2.2)

3461. 장차 일어날 해의 이지러짐은 예견하면서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자기 자신의 이지러짐은 못 봅니다.

3462. 자신에게서 출발하여 그분에게 내려가야 하고 그분을 통해서 그분에게 올라가야 하는 이 길을 몰랐습니다.…진리이신 당신께 거짓을 돌리고, 불멸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썩어 없어질 인간과 날짐승과 네발짐승과 길짐승의 유사한 모상으로 바꾸어 버리며, 당신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어 버리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받들어 섬기고 있습니다.(로마 1,21-25 참조)(5-3.5)

3463. 어떤 나무를 두고 높이가 몇 자고 폭이 얼마큼 퍼졌는지 모를지라도 그 나무를 잘 간직하고 그 용도에 관해서 당신께 감사를 드릴 줄 아는 사람이, 나무를 제대로 재고 그 가지 수를 모조리 헤아리면서도 나무를 간수하지 못하고 나무의 창조주를 알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낫습니다.(5-4.7)

3464. (학문이 사랑에 쓰이는 한 매우 유익하다. 그런 목적 없이 그 자체로만 본다면 학문은 피상적일뿐더러 해롭기까지 하다.)

3465.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믿음fides’과 ‘권위auctoritas’는 지식에 이르는 두 길이었고 이런 신념은 ‘이해하려면 믿어라!crede ut intellegas!’와 ‘믿으려면 이해하라!intellege ut credas!’라는 두 명제로 정리되었다)

3466. (‘사물들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의롭고 거룩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는 또한 이치에 맞는 사랑을 품은 사람으로서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지 않는 일 없다.’ – 그리스도교 교양, 1.27.28)

3467. 수식된 언어와 수식이 없는 언어는 우아한 그릇과 투박한 그릇과 흡사하여, 어느 그릇으로든 두 음식을 다 담아낼 수 있습니다.

3468. 당신께서는 당신 섭리의 숨은 비밀로 저를 움직여 가셨고, 정직하지 못한 제 방황을 이미 제 눈앞에다 돌려세우심으로써 똑똑히 보고 미워하라는 뜻이셨습니다.(참조. 시편 49,21 ‘무엇 때문에 등을 돌리고서 너 자신을 보지 않으려고 하느냐? 네 자신을 보게 만들리라. 네가 등 뒤에 숨긴 것을 내가 네 얼굴 앞에 가져다 놓겠다’)(5-6.11)

3469. 제가 알고 싶어 열망하던 바를 풀어주는 지식보다도 자기 분수를 자백하는 지성의 절도가 더 아름다운 법입니다.

3470. (카르타고에서 로마로 옮겨간 심경) 저의 나른한 삶을 들쑤셔 놓던 저들은 수치스러운 광기에 눈먼 자들이었고, 저를 딴 곳으로 불러낸 사람들은 땅에만 맛 들이던 자들이었습니다. 저로 말하자면 이곳에서는 진짜 불행을 역겨워하고 저곳에서는 가짜 행복을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5-8.14)

3471. 저주스런 오물로 그득한 바닷물에서 저를 건져내셔서(아우구스티누스는 욕정에 까불리는 인간 실존을 가리켜 ‘쓴 바다mare amarum’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당신 은총의 물에 이르게 하셨고, 그 물로 제가 씻기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 눈에서 흐르던 눈물의 강이 마를 터였습니다.…제 욕망을 끝장내시려는 생각에 저의 욕망을 되잡아 저를 후려치셨고, 혈육에서 오는 그이의 소망일랑 고통이라는 적절한 채찍으로 매질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이는 어머니들이 으레 하는 대로, 자기와 함께 머무는 저의 현재를 좋아했고, 아니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였지만, 저의 부재로 인해서 장차 얼마나 큰 기쁨을 당신께서 그이에게 만들어주실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몰라 울며불며하였고, 비명을 지르며 낳은 자식을 비명을 지르며 찾아다녔고(참조. 창세 3,16), 품속에 넣고 다니는 하와의 업보를 두고두고 원망했던 것입니다.(5-8.15)

3472. 그분의 육신의 죽음도 제게는 가짜로 보이던 그만큼 제 영혼의 죽음은 진짜였고, 그분의 육신의 죽음이 진짜인 그만큼, 그 사실을 안 믿던 제 영혼의 생명은 가짜였습니다.

3473. 그이가 있던 곳에서는 그이의 간청을 들어주셨고, 제가 있던 곳에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셨으니…육으로 저를 낳던 일보다 얼마나 큰 정성을 쏟아 영으로 저를 출산하고 있었는지는 제대로 말씀드릴 길이 없습니다.(5-9.16)

3474. 그이는 기도할 적마다 그것이 당신의 친필 서명이 담긴 문서나 되는 양(참조. 콜로 2,14) 항상 당신께 내보이곤 했던 것입니다. 당신의 자비는 세세에 떨치므로 당신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빚을 탕감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당신의 언약을 갖고서 빚쟁이가 되어주기까지 하십니다.(5-9.17)

3475. 제가 죄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그 점이 바로 불치의 죄였습니다. 당신께, 전능하신 하느님, 제가 당신께 제압당해 구원받기보다는, 당신께서 제 안에서 제압당해 저 스스로 멸망에 이르기를 더 좋아한 이 점이 가증스러운 사악함이었습니다.(5-10.18)

3476. (아우구스티누스가 밀라노로 파견되고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따뜻한 영접을 받다) 저는 저도 모르는 채로 당신에 의해서 그에게 끌려갔는데 그것은 훗날 그를 통해 제가 알고서 당신께 이끌려가기 위함이었습니다.(5-13.23)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