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封印

‘봉인’(밀봉, 봉할 봉/인장, 도장 인)은 개봉하도록 지정된 자 외에는 누구도 개봉하거나, 접근할 수 없고, 되 물릴 수 없고, 변경할 수 없도록 객관적인 장치로 막아 놓은 상태를 말한다. 현대적인 용어로 이는 아이디와 암호가 설정되어있는 상태이다.

수도자들은 서원誓願으로 봉인되기를 자청했고, 하느님의 인장印章으로 봉인된 사람들이다. 이 봉인은 거룩한 봉인이어서 아무나 개봉할 수 있는 봉인이 아니다. 또한 물리거나 변경할 수 없는 약속의 봉인이며, 한 번도 아닌 일곱 번씩 거듭 막아버린 봉인으로(참조. 묵시 8,1) 어린 양이 뜯으실 봉인이다.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서원한 이들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설정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노아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모든 살덩어리들의 수컷과 암컷이 함께 방주에 들어간 다음 “노아 뒤로 문을 닫아 주셨듯이”(창세 7,16), 우리가 죽지 말라고 서원한 우리들 뒤의 문을 닫아 주셨다.

하느님의 영광이 지나가는 동안 하느님께서 모세가 죽지 않도록 모세를 바위 굴에 넣고 당신의 “손바닥으로 덮어”(탈출 33, 22) 주셨듯이, 서원한 우리가 죽지 않도록 우리를 당신 손바닥으로 덮어주셨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 당신을 사랑하느냐 거듭 물으시고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하셨듯이, 때가 되어 당신이 필요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시려고, 하느님께서는 서원한 우리를 묶으셨다.

아가서 4장, 특히 12절에서 신랑은 신부의 덕을 노래하며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봉인된 샘)”이라 칭한다. 수도자들은 서원으로 그렇게 닫히고, 덮이고, 묶인 존재들이다. 그것이 서원의 봉인이다. 서원의 엄중함은 하느님께서 아시는 아이디와 암호만으로 열릴 수 있는 봉인이다.

그렇지만, 닫히고 봉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폐쇄’를 뜻하지는 않는다. 수도자들의 삶은 닫히고 봉해졌으되 오염되지 않은 생수가 솟고 흘러내리는 우물이요 시내(참조. 요한 4,14;7,38)이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이를 해갈하는 샘이다.(20160211*이미지-영문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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