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

*옛 상본-출처, wikimedia

기원

1566~1572년에 재위하셨던 교황 비오 5세께서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신 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Maria Auxilium Christianorum, ora pro nobis! = 영어. Mary Help of Christians, pray for us!)”라는 짧은 청원 기도문을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찬미가’에 삽입한 바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일찍 1558년 독일에서 출판된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찬미가’라는 책에 같은 기도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추정컨대 1571년 레판토 해전의 승리 후 비오 5세 교황의 권면과 함께 이 기도문이 교회와 신자들 안에 널리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원래의 기도문 중에 나오는 라틴어 ‘Auxilium Christianorum’은 직역할 때 영어로 ‘Help of Christians’, 곧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안티오키아에서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사도 11,26)라는 기록에 따라 기원후 대략 42년 경인 초대 교회, 아직 성모님께서 살아계시고 사도 요한이 성모님을 어머니로 “자기 집에 모실”(요한 19,27) 때로부터 ‘그리스도인’으로 불린 신자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로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 모든 주교와 교황들의 어머니 마리아이시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앞서 언급한 비오 5세를 비롯하여 인노센트 11세, 비오 7세 등의 교황은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께 각별한 신심을 두었고 특별한 체험까지 하였던 교황으로 알려진다.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토리노)의 제단화

살레시오회의 창설자 돈 보스코는 갖은 고생 끝에 청소년들과의 삶을 꾸렸던 자리에 아이들의 기숙사와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을 지어 봉헌하고 마침내 1868년 6월 9일 성당 축성식을 올림으로써 살레시오회가 교회 안에서 더는 거스를 수 없이 분명한 소명임을 만천하에 선언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살레시오회는 교회의 공식적인 수도회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들회(살레시오 수녀회)’의 창설과 함께 해외에까지 선교사를 파견하는 명실공히 교황청립 국제 수도회의 길을 간다.

도움이신 마리아의 대성당 제대 뒤로 높게 걸려 있는 『제단화祭壇畵인 거대한 도움이신 마리아 그림은 내부 전체를 완전히 압도한다. 이 그림은 돈 보스코가 제시한 상세한 프로그램에 따라 화가 톰마소 로렌조네Tommaso Lorezone(1824~1902년)가 1865년에 그린 작품이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동정녀의 모습은 토리노 시와 오라토리오 상공에서 사도들과 성인들이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제단화를 그리기 위해 마리아의 모습을 생각할 때 돈 보스코는 자기가 잘 알고 있던 토리노의 성 프란체스코 바울라 성당에서 모시고 있던 도움이신 마리아 상을 모델로 삼았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돈 보스코는 동방교회의 호데게트리아Hodegetria라는 성화의 전통도 잘 알고 있었다.…돈 보스코 제단화의 동정녀와 아기가 중심인 도움이신 마리아 성화는 비잔틴 신학의 상징들이 더이상 드러나게 보이지는 않지만, 원래 호데게트리아 형식의 성화다. 나중에 신심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아서 렌티, 돈보스코 역사와 정신, 돈보스코미디어, 2012년, 155-157쪽)』

현재의 성화에서 볼 때 중앙의 성모님은 팔을 벌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성모님 위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고, 비둘기 위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상징인 삼각형과 온 세상을 두루 보시며 비추시고, 특별히 성모님을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이 있다. 비둘기 모양의 성령께서 성모님의 머리 위에 떠 있다. 성모님의 아래에는 사도들과 예언자들, 여러 선교사가 있다. 그들 가운데에는 열쇠를 쥔 성 베드로와 칼을 든 성 바오로 사도가 서 있고, 그들 사이로 멀리 토리노 시와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돈 보스코께서 살레시오회를 성모님의 보호 아래에 두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사자 등에 앉은 마르코 복음사가와 황소 위에 앉은 루카 복음사가가 돋보인다. 원래 돈 보스코는 예언자들과 동정녀들, 그리고 성인들이 성모님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과 함께 도움을 청하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성모님께 손을 내민 모습을 담고자 했었다. 이를 통해서 돈 보스코가 도움이신 마리아를 온 세상의 어머니로 모시고 싶어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862년 5월 30일 돈 보스코의 꿈 이야기

돈 보스코와 도움이신 마리아

1862년 5월 30일 저녁에 돈 보스코는 함께 살고 있던 청소년들에게 ‘두 개의 기둥’에 관한 꿈 얘기를 전해주었다. 교황님께서 조종하시는 배가 거센 바다에서 적선敵船들의 모진 공격을 받는 꿈이었다. 어느 순간 바다에는 두 개의 기둥이 우뚝 솟아났는데, 한 기둥 위에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녀가 모셔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며, 또 다른 기둥 위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믿는 이들의 구원’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두 기둥 사이를 통과한 교황님의 배는 이내 승리를 거두었고, 적들은 침몰했으며 바다는 다시 평화롭게 잔잔해졌다.

돈 보스코는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신 마리아’를 향한 9일 기도문과 ‘청원기도문’들을 직접 저술하여 교회의 공식적인 인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살레시오회만의 독특한 ‘도움이신 마리아 강복’은 돈 보스코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살레시오회의 공동체들 안에서 도움이신 마리아를 기리는 매달 24일, 특별한 강복으로 전통이 되었다. 수많은 기적으로도 유명한 돈 보스코는 항상 “제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저와 함께 계시는 성모님께 부탁을 드렸을 뿐이고, 그분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을 뿐입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1875년 급기야 남미 아르헨티나로 첫 번째 선교사 그룹을 파견할 때 돈 보스코는 20가지의 유념할 내용을 당부했는데, 그 열여섯 번째 당부의 말씀으로 “도움이신 마리아와 성체를 향한 신심을 항상 증진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임종을 맞는 순간에서까지도 돈 보스코는 그가 가장 아꼈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제자들이자 동료였던 돈 루아와 이미 주교가 되었던 칼리에로에게 “…자주 영성체 해야 하고,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마리아를 향한 신심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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